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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Aug 07. 2023

곁을 내어주기

23.08.05.토요일


다음주면 명상춤도 마지막이다. 딱 두번밖에 안 남았는데, 오늘도 역시 발이 잘 떼어지질 않았다. 그래도 어찌저찌 학습 장소에 도착했다. 함께 명상춤을 배우는 동료 가운데 '강물'님이 있다. 


아, 언제부턴가 일기가 누군가에게 나의 삶을 '설명'해주는 수단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것은 나의 문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글이라면 필요하지 않을 그런 문장들... 다시 나를 위한 글로 돌아가야겠다.


강물님은 오늘 수업이 있기 전부터 카톡 설문조사에서 명상춤 공연에 참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응답을 하셨다. 그리고 예전부터 무대에 서는 것에 대한 부담감, 걱정 등을 표현하셨던 것 같다. 오늘 평생학습원에 도착한 뒤부터 강물님은 내내 수업 내내 의욕이 없어보이셨다. 실제로도 계속 무대에 설지말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계신다고 말씀도 하셨다. 


나는 강물님의 현재 상태가 어떠할까? 계속해서 관심이 갔다. 사실 강물님은, 내가 이 수업에 계속해서 참여하게 하는 몇 안되는 동료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명상춤 별로 안하고 싶어서 빠지고 싶을 때마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에 계속 참여하게 되었고, 그 주변 사람들 중 특히 중요한 사람이 바로 강물님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근심이 가득해보이는 강물님을 나는 그냥 외면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선생님을 포함하여 다른 동료들은 무대에 서는 것이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재촉하곤 했다.

"나도 그냥 대충 추는 거야. 강물님도 그냥 쉽게 생각해~" 라든지... 나는 그런 말들이 지금 나름의 고충을 겪고 있는 강물님에게는 그 어떠한 위로도 되어주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그런 강물님 옆에 그냥 함께 있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별다른 말을 건네진 않았지만 수업 내내 강물님 옆에 앉거나,서있으려고 했다. 


강물님을 보면서 나 또한 뭔가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긴장했던, 불안해했던, 걱정했던 그런 시간들이 있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강물님은 곧 나였다. 비단 과거의 나일 뿐 아니라, 앞으로의 나이기도 했다. 그래서 계속해서 함께하고 싶었던 것 같다.


수업이 끝난 뒤, 오늘 수업에 참여헀던 다른 동료들과 함께 평생학습원 앞에 있는 카페에 들렀다. 다음 주 이후 후속 수업에 대한 Needs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몇몇 이야기가 오고간 뒤, 그 자리에 있던 강물님이 내게 물었다.


"그런데 편백님, 아까 저를 계속 신경써주시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혹시 어떤 뜻이 있었는지 물어봐도 돼요?"


어떻게 설명해야 강물님이 잘 받아들일지 고민했다. 조금 더듬거리긴 했지만 나의 뜻을 밝혔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경험을 하고 또 그 때마다 이런저런 느낌을 받으면서 살아가는데, 강물님도 아까 어떤 느낌 안에 계속 머물러계시는 것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내가 원했던 것은 강물님 곁에 누군가 있어준다는 것을.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강물님 역시 그 메시지를 잘 받아들이셨던 것 같다. 애초에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던 것 자체가... 그 증거였을 것이다. 강물님은 아까 수업 시간에도 내게 진작에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 때 물어보면 울컥할까봐 지금 물어본다고 하였다. 그리고 엄청 힘이 많이 되었다고, 내게 이야기해주었다.


나도 감동이었다. 나의 마음이 상대방에게 잘 닿았다니... 심지어 어떤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단순히 옆에 있어주려고 했을 뿐인데도 상대방이 그 마음을 읽어주었다는 것이 나로서도 참 감사하고 기쁜 일이었다. 강물님은,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마지막 시간을 잘 장식하려고 하는데, 자기 혼자 의욕 꺾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민페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으셨다고 했다. 나는 강물님의 당시 상태가 어떠하건, 그냥 그 자체로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것 같다. 강물님이 어떤 선택을 내리든 응원하고 싶고, 수용해주는 한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참 감동적인 경험이다. 그러나 그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잘 받아주는 것은 더욱 놀라운 경험이다.


아... 어제 새벽에도 중요한 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Cassandre와의 만남... 이거슨 나중에 다시...


참, 글을 다 쓰고 나서 붙인 제목은, 강물님이 내가 한 행위에 대해 붙여준 이름이다. 

'저는 이런 걸 곁을 내어준다 고 표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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