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넷 아빠의 목요편지
지난주 월요일은 우리 부부의 결혼 18주년이었습니다. 저는 전날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아침에 퇴근을 했습니다. 아내는 휴가를 냈습니다. 아침 열 시쯤 우리는 지하철역으로 걸어갔습니다.
"오늘 계획 있나?"
"광화문에 갑시다."
개인적으로 저는 광화문에 가는 걸 좋아합니다만 아내는 서울에서 일을 하고 있어 그리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지하철에서 제가 찾아본 음식점을 검색했는데, 오늘은 휴무입니다.
"뭘 먹지? 배고픈데."
아내는 신당동 즉석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합니다. 우리는 급히 DDP 역에서 내려 2호선으로 갈아타고 신당역에 도착했습니다. 오늘따라 날씨가 더 뜨겁습니다. 서로 준비해 간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손을 잡은 채 이글거리는 거리를 걸었습니다. 드디어 떡볶이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맛이 별로입니다. 예전에 그 맛이 아닙니다. 하지만 다 먹어 치웠습니다.
다시 선글라스를 끼고 근처 카페에 갔습니다. 약간 힙한 느낌의 제빵을 함께하는 카페입니다. 우리는 각자 먹고 싶은 음료를 시켜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만약 우리가 결혼하지 않았으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저는 아내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도 궁금합니다. 만약 제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잘살고 있을까? 해외에서 살고 있을까?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그렇지만 결론은 '결혼을 잘했다.'입니다. 다시 신당동의 시장을 지나 동묘 벼룩시장에 도착했습니다. 빈티지한 물건을 구경하면서 아내는 제 옷을 포함해서 5벌의 옷을 골랐습니다. 아내는 가득찬 옷 덤이에서 옷을 고르는 솜씨가 일품입니다.
'당근에 좀 팔아야 겠다.'
막내의 하원을 위해서 버스에 올랐습니다. 잠이 스르르 옵니다. 집에 도착해서 막내를 하원 시키고, 아내와 함께 놀이터에 갔습니다. 저 멀리 자전거를 타고 오는 쌍둥이 한 명이 보입니다. 한 손에는 꽃다발이 보입니다.
'다이소에서 조화를 샀나?'
아이가 다가옵니다. 아이의 손에 들려있는 꽃은 '결혼 18주년 기념 생화'입니다. 감동입니다. 제가 준비한 꽃을 사 온 아이가 참 기특하고, 고맙습니다. 꽃다발을 들고, 아내와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녁은 마라탕과 치킨입니다. 아이들과 식탁에 모여서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엄마랑 결혼하기 잘했다. 너희들을 만날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