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치치 Jul 09. 2024

만남과 헤어짐 사이에서

소방관 아빠의 화요편지

이번 주는 정기 인사 주간입니다. 함께 근무했던 직원이 다른 서로 이동하기도 하고, 전에 함께 근무했던 직원이 다른 서에서 오기도 합니다. 인사이동이 있는 주간에는 항상 분주합니다. 


'이번에는 누가 오시려나? 좋은 사람인가?'


어제는 아침 퇴근 후 2시간 정도 기다려서 점심을 먹고, 퇴근했습니다. 4년 전 제가 처음 이 소방서에 왔을 때, 저를 잘 챙겨주셨던 선배가 다른 소방서로 이동하기에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당시 근무 연차는 짧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행정 업무와 119 상황실, 파견 등으로 안전 센터 근무 경험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때 선배가 저를 많이 가르쳐 주고, 도와주었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했던 로프 매듭법도 제대로 못 했던 제게 차분히 로프 매듭법을 하나씩 알려주었습니다. (그리 열정적이지 않았던 저였는데, 집에서까지 로프 매듭법을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소방차에 관해서 많이 알려주었습니다. 펌프차부터 소방서에서 제일 비싼 고가사다리차까지 말입니다. 저는 운전을 해 본 적이 없기에, 늘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달았지만 선배의 도움으로 안전 센터에서 근무하는 동안 무사고 운전을 하였습니다. 


한 번은 고가사다리차 수리차 화성에 가야 했습니다. 당연히 선배가 가는 줄 알았는데, 출동 인원 부족으로 초자인 제가 가게 되었습니다. 이미 땀이 한 바가지입니다. '이렇게 비싼 소방차를, 초자인 내가?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지?' 고속도로와 국도, 잘 못 길을 들어서 후진을 1시간 동안 했던 농로를 포함해서 무사히 차를 맡기고 왔습니다. 그때 선배는 제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운전 느는 거야. 다음에도 네가 가라."


점심을 먹고, 차를 마셨습니다. 제 마음을 아는지 비가 계속 내립니다. 저보다 나이가 한참 많지만 축구 선수에 무엇이든 솔선수범하는 선배님. 저는 헤어지기 전 선배의 두 손을 꼭 잡고, 진심을 다해 인사했습니다. 


"정말 고마웠어요. 선배님 덕분에 많이 배웠어요."


선배가 탄 차가 제 시야에서 사라질 때쯤, 눈물이 찔끔 흘렀습니다. 늘 겪는 만남과 헤어짐이지만 저는 선배를 통해서 한 뼘 더 성장한 기분입니다. 


'늘 건강하고, 자주 연락드릴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대형 화재 현장을 보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