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넷 아빠의 목요편지
어제 아침에 일어나니, 막내의 왼쪽 눈이 부어있습니다. 아내는 이미 출근했습니다. 막내의 눈 상태를 봤을 때, 오늘 어린이집 등원은 힘들어 보입니다. 순간 짜증이 조금 올라왔습니다.
‘이런, 오늘 할 일이 많은데, 막내랑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할 텐데.’
예상대로 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 아침을 차려주고, 큰아이와 막내와 함께 차에 올랐습니다. 9시 넘어서 안과에 가면 대기를 오래하기에, 제가 좋아하는 양평의 산책로와 카페에 가기로 했습니다.
전날 큰아이에게 함께 가자고 한 상태에서 막내만 동승했습니다. 열 시쯤 도착해서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무덥습니다. 막내는 큰형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습니다. 큰아이는 약간의 물웅덩이에서 막내를 안고 갑니다. 본격적인 산책로에서 막내는 큰형의 손을 더 세게 잡습니다. 나비와 잠자리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작은 물웅덩이에서는 점프하면서 물을 튀깁니다.
잠시 동안 남자 셋의 산책을 마치고, 제가 좋아하는 카페에 들어가 음료를 한 잔씩 마셨습니다. 막내는 사장님이 주신 쌀 과자를 흡입합니다.
다시 집으로 출발입니다. 슬며시 큰아이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아빠가 좋아하는 산책로와 카페에 함께 와줘서 고맙다.”
큰아이를 집에 내려주고, 막내는 대기 없이 안과 진료를 봤습니다. ‘다래끼.’
의사가 다래끼 초기 증상이라고 말할 때, 왠지 미안해집니다. ‘막내에게 너무 소홀했네. 너무 잘 안 씻겼나?‘
덥습니다. 에어컨을 켰다가 껐다가를 반복하다가 하루가 다 지나갔습니다. 좋아하는 책을 읽지도 글을 쓰지도 못 한 하루였습니다. 처음에 막내가 등원하지 못해서 짜증이 났지만 짧은 시간이지만 막내와 큰아이와 함께한 시간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아이와 막내가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저와 큰아이처럼 막내와 큰아이의 시간의 벽이 참 많이 느껴집니다. 세대를 뛰어넘어 막내가 손을 잡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있는 게 참 부럽습니다.
다행히 오늘 아침은 막내의 왼쪽 눈이 많이 가라앉아서 등원합니다. 그리고 저도 출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