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의 마이크 1
1.
준이를 키우는 여자, 유미의 이야기야.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미에게는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어.
건강하게 태어나 4개월 정도 잘 먹고 잘 자던 준이가 요즘 들어 계속 칭얼대는 거야. 유미는 종일 젖을 찾는 준이를 어르고 달래느라, 꼬박 이틀 동안 한숨도 자지 못했어. 유미가 겨우 재웠다 싶어도 준이는 금방 도로 깼거든.
“아니, 젖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젖을 찾아?”
울다 지쳐 잠든 준이를 내려놓으려 고개를 숙일 때였어. 유미는 주변이 핑 도는 듯 어지러웠어.
“아, 나도 좀 자야지, 안 되겠어. 30분 정도 유축하면 남편이 한 번 먹일 양은 되겠지?”
꾸벅꾸벅 졸던 유미가 어느 정도 젖병이 찾겠다 싶어 유축기를 정리하려고 했어.
“어어, 뭐야? 빈 병 그대로잖아??”
유미는 젖병을 보고 당황했어. 준이가 왜그리 울었는지 이해되는 순간이었어.
‘빈 젖을 주면서 이틀이나 굶긴 거야, 저 작은 애를?’
유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입고 급히 분유를 사러 나섰어.
허겁지겁 분유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온 유미는 서둘러 물을 끓이고 찬장을 뒤져 젖병을 찾았지. 다시 깨어 우는 준이는 목이 쉬어 있었어.
분유를 실컷 먹고 난 준이는 그제서야 스르르 깊은 잠에 빠져들었어. 준이를 내려놓다 젖병을 떨어뜨려 꽤 큰소리가 났는데, 미동도 없었지. 해죽대기까지 하는 준이의 입가에 분유물이 흘렀어. 긴장이 풀려 축 늘어진 유미는 불을 끄고 준이 옆에 누웄어. 어둠 속에서 준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팠어.
“배가 얼마나 고팠어? 나는 그것도 모르고.”
눈물이 고였어.
‘나 같은 건 엄마도 아냐.”
주룩 눈물이 흘렀을 때였어. 그 순간, 유미의 몸이 마치 비좁은 통로에 빨려 들어가는 듯 몹시 갑갑했졌어. 유미는 몸과 자기 얼굴을 더듬다가 이상한 기분에 손바닥을 펴보았어. 손바닥이 평소보다 아주 작아 보였어.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일어나 불을 켜기에는 유미 몸이 너무 지쳐있었어. 유미는 피곤함에 그대로 잠들어 버렸어.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유미는 자기 손을 들어 올려 확인했어. 그리고 재빨리 얼굴을 더듬어 보았지. 작아졌을 줄 알았는데 그대로인 모습에 안심했어.
‘휴, 다행이다……. 그런데 꿈치고는 너무 생생한데?’
유미는 불안했지만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어. 준이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지.
준이가 걸음마를 시작했을 무렵이야. 그날은 준이의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에 들를 참이었지. 병원 앞 도로가 공사 중인지 길이 울퉁불퉁했어. 퉁퉁거리는 유모차를 조심조심 밀며 비탈길을 올라갈 때였어. 유미는 유모차만 신경 쓰느라 바닥을 살피지 못해 발을 헛디디고 말았지. 접질리는 순간 너무 아파 자기도 모르게 유미는 ‘악’하고 소리를 내질렀어. 그 소리에 준이가 ‘으엥’하고 울음을 터뜨렸어. 유미는 유모차를 놓치면 준이와 함께 비탈길을 구르게 될까 봐 발목을 주무르지도 못했지.
“미안, 미안. 놀랐지? 준아, 괜찮아. 우리 잠깐 쉬었다 가자.”
유미는 절뚝거리며 전봇대 쪽으로 유모차를 밀었어. 바퀴를 잠그고 유모차가 굴러떨어지지 않게 전봇대에 단단히 기대놓았어. 유모차를 흔들어 보고 움직이지 않는지 확인하고는 그제서야 유미는 유모차를 잡은 손을 놓았어. 전봇대를 잡고 신발을 벗는데 통증을 참느라 이를 악 물어야 했어. 자기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졌어. 그런데 그때였어. 젖을 떼던 그때처럼 답답한 기분이 몸을 조여왔어.
“말도 안 돼. 꿈 아니었어?”
유미는 놀라 아픔도 잊어버리고 눈물을 삼켰어. 순간 몸의 답답함이 확 풀렸어. 신기하게도 눈물을 멈추자 몸이 편안해진 거야. 유미는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어. 엄마인 유미의 손 그대로였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유미의 가슴은 두근거렸어.
유미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어. 하지만 그 뒤로도 몇 번 눈물이 나려 하면 그때 그 몸속에 갇히는 느낌이 찾아왔어.
“어떡하지? 눈물 때문인가?”
유미는 막연하게 이것 하나는 짐작할 수 있었어. 힘들다고 울면 안 된다는 것. 아이를 키우는 일은 어차피 운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니 눈물 흘리지 말자는 것.
이때부터 유미가 자주 하는 혼잣말이 있었어.
“준이 너는 왜 하필 나라는 엄마를 찾아왔어?”
“나 같은 건 아이를 낳지 말았어야 했어.”
유미는 언제나 울지 않으려고 애썼어. 아이에게 필요한 건 어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