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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하 Mar 20. 2023

국공립과 사립, 유치원과 어린이집 연대 통한 유보통합

경인일보 수요광장


유치원은 해방 전까지 일제가 세운 공립유치원 3개소를 제외하고는 141개소가 선교사, 독립운동가 등 민간에 의해 운영되었다. 6·25전쟁 이후 1970년대까지도 유치원은 민간에 의해 유지·발전되었으나 시설기준미달, 무자격교원채용, 수업료 및 특별활동비의 과도한 징수 등 일부 사립유치원의 부조리가 사회적 논란이 되었다. 정부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견제와 유치원의 대중화를 위해 1976년 5개소를 시작으로 1978년 8개소, 1979년 26개소, 1980년 40개소였던 공립유치원을 1981년 1천922개소로 폭발적으로 확장했다. 1980년 공립에 비해 20배 이상 많았던 사립유치원은 1981년 그 수가 역전되자 격렬하게 반발했고 이에 문교부는 대도시를 제외한 농어촌에 한정하여 공립유치원을 증설했다.


유치원 교사는 준교사, 2급정교사, 1급정교사로 자격이 나뉘었으나 유치원 현장은 오랜 시간 정부의 관리감독 없이 방치되며 무자격교사를 다수 양산했다. 정부는 1962년 200시간의 단기특별교육과정을 만들고 이를 수료한 전원에게 교사자격증을 발급하는 한편, 자격증 미소지자는 해직조치를 하는 등 유치원 교사 자격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이후에도 무자격교사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유아교육 120년 숱한 굴곡 거쳤지만
영유아 건강한 발달 본질 포기 안해


이런 상황에서 공립유치원 교사는 1980년 80명에서 1981년 296명, 1982년 633명, 1983년 887명으로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당시 문교부는 과원 교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학교 교사를 병설유치원으로 발령 내거나, 오전에는 초등 저학년·오후에는 유치원 수업을 하는 겸직교사체제를 운영하거나, 3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사립유치원 교사를 특채로 선발했다. 1981년 기준, 경력교사로 특별채용된 공립유치원 교사는 296명이었으나, 그 5배가 넘는 1천724명은 국민학교 교사였다. 국민학교 교사는 유치원 교사를 보모로 칭하며 보모와 동급의 대우를 받거나 유치원 보모에게 교사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에 반발하였으나, 다른 한편 유치원교사 겸직에 대한 고충과 불만이 고조되었고 교대출신 교사를 병설 유치원에 발령하는 지침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유아교육계에서도 국민학교 교사의 유치원 교사 겸직은 유치원 교육의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1985년 문교부는 국민학교 교사의 유치원교사 겸직교사제도를 폐지하고 공립유치원 전임강사 제도를 도입했다. 1980년대 설립된 국립대 유아교육과 졸업생은 공립유치원에 우선 임용되었으나 이는 3개 대학에 불과했으므로, 그 이외는 4년제와 2년제 대학의 보육과(1970년대 후반 유아교육과로 명칭 변경) 졸업생이 교사로 임용되거나 전임강사로 채용됐다. 1991년 교사임용이 '교육공무원임용후보자선정경쟁시험'으로 변경되자, 기존의 전임강사 중 3년 이상 근무자는 교육부의 '전임강사 특채 계획'으로 1998년까지 전원 공립유치원 교사로 임용되었다. 근무경력이 부족해 혜택을 받지 못했거나, 1991년 임용시험 이후에도 교사부족으로 양산된 공립유치원 임시강사는 3년 이상의 경력에도 임용고시준비생의 반대로 교사로 전환되지 못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립·어린이집 물리적 토대 더 차이나
'0~5세 교육부 유보통합' 더욱 필요
최선의 환경서 성장시키자는 선언


유아교육이 자라온 지난 120년은 어떤 순간엔 집단의 욕망과 이해만이 전면으로 표출되기도 했고, 한 단계 도약하는 변화 국면에서도 기존 헤게모니를 쥔 집단의 격렬한 반대가 전부인 경우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를 밟고 서야만 가능한 모멸과 혐오도 나름의 탄탄한 논리를 입고 나타나기도 했다.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적게 가진 이들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이나 이익만을 향할 때 그랬다. 그럼에도 유아교육의 역사적 성숙은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이란 본질을 포기하지 않은 선배들을 통해 가능했다. 지금 이곳의 내가 나 혼자만의 노력의 결과일 리는 없다.

0~5세 교육부 유보통합은 국공립보다는 사립의, 유치원보다는 어린이집의 영유아를 위해 더욱 필요하다. 사립의, 어린이집의 물리적 토대가 더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0~5세 교육부 유보통합은 기울어진 토대를 평평히 하여 함께 최선의 환경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토록 하자는 선언이다. 교육부 유보통합을 향한 국공립과 사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연대는 내 교실을 벗어나서도 존재하는 0~5세 영유아 모두를 위한 유아교육인의 다짐이다.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민교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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