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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만월 Oct 30. 2024

슬픔과 고마움은 늘 세트

내 마음의 리듬과 시선

07:34 청량리역에서 기차 타고

08:30 아이 학교로 가서 활동하고

09:50 청량리행 기차 타고

10:45 청량리에서 은행 업무 보고

11:10 변호사님에게 자료 보내고

12:30 스벅 가서 논문 수정하고

16:00 서울역 KTX 타고

17:00 여권 신청하고

21:30 축어록 풀고

22:30 교육분석받고


어제 두세 번 논문 원고 피드백 해주시는 지도교수님

형사/민사로 이혼 업무 담당해 주시는 변호사님

내게 큰 뼈대로 원리원칙에 대해 말씀해 주시는 새아버지

파킨슨으로 점점 거동이 불편하시나 전동차 구입하셔서 손수 다니시는 아버지

장기요양 등급 심사를 위해 아버지를 찬찬히 봐주신 사회복지사님

오늘 오전 아이 학교 활동에 손이 모자라 당신 수영 수업 빠지고 같이해 주신 어머니

어제 시간연차 내고 법원 가는데 걱정해 주는 직장 동료들

아이 맘 상했을까 걱정해 주는 예전 어린이집 선생님들

아이 늘 챙겨주시는 이웃집 예술인 형님 세 분들과 이모

우리 가족 늘 고기 구워주시는 고깃집 이모

우리 가족 이발해 주시는 이웃집 미용실 헤어 디자이너

우리 가족 기도해 주시는 수도사님과 자매님과 형제님들

우리 가족 안식처가 되어주는 성당

나의 등대잡이 영혼의 방향키가 되어주시는 교육분석 선생님 등등등


고마운 사람들을 적다 보니 칸이 모자라다.

더 쓸 수 있는데 한도 끝도 없이 나와 적는 것을 멈춘다.

연예인 수상소감 왜 길어지는지 이해가 된다.

힘든 일을 겪는 순간에 고마움은 늘 세트로 다닌다.

즐거운 일에도 고마움은 늘 따라다니지만 말이다.

고마움이 따라와 힘든 순간을 이겨내기도 하는 것 같다.

경거망동 안 하고 잠잠히 힘든 시기를 지나 보내게 하라고 고마운 마음을 주나 보다.


아이 마음에 엄마 아빠에 대한 원망이 있을 것이다.

내년이 지나면 아이에게는 정확하게 알도록 알려줘야 한다.

판단은 아이가 할 것이다.

피는 못 속인다. 네가 잘 가르쳐야 한다.

너는 너밖에 없으니 너의 운명은 네가 개척해야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나 원리원칙을 지켜야 한다.

전쟁을 시작했으면 이겨야 한다. 안 그러면 괴롭힘이 끝이 나지 않을 것이다.

새아버지의 조언들이 내 좁은 시야를 확장시켜 주면서도

삶의 무게감을 느끼게도 한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도 옳은 말이 아닌 것 없다 느낀다.


쇼펜하우어의 문장들이 내게 와닿아 위로가 되는 요즘이다.

내가 갖고 있기 부담스러워 하느님에게 내맡기는 요즘이다.  

이제 곧 있을 교육분석만을 기다리는 지금이다.

왜 이리 마음이 무거운가.

우울했다 슬펐다 속상했다.. 언제나 잔잔해질까.

언제나 잔잔함을 편하게 여길까.

잔잔함을 무료해 않는 나로 무던해질까..

언제나 그것에 이를까..


지금 내 마음의 리듬과 맞닿는 음악이다.

Cigarettes After Sex, <Sweet>

Sunset Rollercoaster, <I Know You Know I Love You>

Cigarettes After Sex, <Cry>

Henry Moodie, <closure>


지금 내 마음의 시선과 맞닿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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