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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웅 Jun 21. 2018

방송 디자인?

누구나 보고 있지만 잘 모르는 방송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

방송국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B군'입니다. 대략 방송 디자이너로 10여 년 정도 일을 해온 듯한데, 여전히 방송국에서 어떤 일을 하는데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방송 디자인에 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풀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추억을 꺼내며 자연스럽게 방송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아이템을 어떤 걸 해볼까, 뭐가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6.13 제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개표방송>에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니 선거방송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팀에서 보통 선거에 관하여 세 가지 업무를 진행하게 됩니다. 첫 번째가 메인타이틀(로고를 포함한), 두 번째가 출구조사 카운트다운 영상, 세 번째가 세트에 들어가게 될 LED(Wall) 영상입니다. 










모든 작업을 시작함에 앞서 가장 먼저 준비를 하거나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은 로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선거방송을 준비함에 있어서 모든 제작물의 기본형이 되기에 저희도 역시 로고가 첫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2010년 제5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개표방송의 타이틀 로고입니다. 매우 좋은 로고였음에도 읽기 어렵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에 연속성을 지니면서 동시에 읽기도 편한 로고는 어떤 것일까? 염두에 두고 진행하였습니다. 그러한 고민 끝네 좌우에 양분되어있는 숫자를 우측으로 몰고 선택 글자를 좌측으로 위치를 옮겨서 읽는 순서에 맞게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배치를 했습니다. 배치를 다르게 하면서도 글꼴이나 형태를 이전 로고와 다르지 않게 만들어서 연속성과 가독성을 둘 다 놓치지 않게 진행했습니다.

기존 로고의 연속성을 가져오면서 가독성을 더해 로고를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선거방송기획단과 첫번째 미팅에서 저희 팀에 출구조사 발표 영상 작업에 대해 요청하며 제시한 요건은 한 가지였습니다.


"2012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64주년이며,

11번째 대통령이 선출되는 해이니 이를 표현해주세요"


듣자마자 어렵다.... 60초에 어떻게 대한민국 현대사를 표현하지? 아니 애당초 가능하기는 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막할 때는 역시 공부를 해야겠죠. 닥치는 대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처음으로 국회도서관을 갔습니다. 이렇게 자료조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어떤 걸 넣어야 하나 빼야 하는지 사건들을 정리하며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면서 화이트보드에 사건들을 적어나갔습니다. 광복을 시작점으로 잡고 하나씩 채워갔습니다. 한국전쟁, 4.19, 5.18, 6.10, 올림픽, 월드컵 그리고 강남스타일 까지. 많은 사건과 이야기들을 적어 나가면서 현대사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많았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아마 그런 부분들이 2018년 출구조사 카운트다운 영상을 만드는데 밑바탕이 되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2018년 출구조사 카운트다운 영상에 관해서는 다음에 적어보려 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뽑아낸 키워드들을 바탕으로 기획안과 어떤 식으로 그림을 그려나갈지를 풀어나갑니다. 1) 보도사진을 활용하여 2)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3) 함께 만드는 역사를 그려낸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실제 선거기획단과의 회의에서 제안한 기획안은 아래와 같습니다.








자, 계획을 잘 세웠으니 이제 설계를 해야 하는데 그 밑 작업으로 준비한 사진들을 사건 순으로 엮어서 초기 프리비주얼 영상을 만들게 됩니다. 프리비주얼 영상은 최종 완성본을 위한 가이드 영상이라고 보면 되는데, 영화나 드라마 제작 시에도 미리 카메라 위치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서 효율적인 예산 관리를 위해서도 많이 활용되는 방식입니다. 

음악을 선정 후 입혀본 프리비주얼 영상입니다

아래의 하나의 신을 구성하기 위해 이미지를 더하고 잘라내는 과정을 통해 제작하는 과정입니다. 레이아웃에 관한 구성이 끝나면 그에 가장 합당한 이미지 소스를 찾아 잘라내고 얹습니다. 3D 제작 툴을 이용해 사진 배치를 하고 잔디를 만들어 냅니다. 처음 신을 구상할 때 카메라의 움직임에 사실성을 더하기 위해 잔디 등을 3D로 진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위와 같이 배치와 구성이 끝나면 프리뷰를 통하여 타이밍이나 움직임에 대한 느낌을 확인합니다. 너무 빠르지는 않은지? 너무 느리지는 않은지. 이러한 부분들을 확인 후 렌더를 걸고 컴포지팅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마무리를 하게 됩니다.

마무리된 1988년 올림픽에 관한 장면입니다









하나하나의 씬이 위와 똑같지는 않지만 완성이 되면 그 씬들을 모아서 최종 편집본과 BGM 그리고 60초부터 줄어드는 숫자까지 얹어 최종 완성본을 만들게 됩니다. 배경음악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웅장하고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해주시는데 유명한 <왕좌의 게임>의 OST를 BGM입니다. 프리비주얼 단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왕좌를 놓고 다투는 드라마의 내용과 음악의 긴장감이 카운트다운 영상과 너무 잘 어울려 가이드용으로 진행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너무나 잘 어울리고 좋은 음악이지만 드라마의 영향력이 너무 커서 역효과는 나지 않을까(드라마 타이틀만 잔상에 남고 정작 우리들이 작업한 영상물은 눈에 들어오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음에도 선기단마저도 영상과 음악을 같이 들어보고는 다른 음악으로 대체하기 힘들 것 같다는 의견으로 많았습니다. 결국 이 음악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012년 대통령선거 출구조사 발표 영상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쓰는 동안 2018년 지방선거도 지나갔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2017년, 2018년 개표방송에 관해서도 글을 적어볼 까 합니다. 사실 작업 준비하는 과정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글이었고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방송 디자인에 대해서, 선거에 관련된 어떤 작업을 하는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Director 류재원

Designer 최윤수 이남훈 이근호 장재학 전성욱 최석헌 박종웅

Modeling 김형우 김지환

선택 2012 개표방송을 알리는 대형 인쇄물과 현장 세트에서 사용된 LED 영상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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