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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웅 Aug 26. 2018

2013년, <무한도전> 작업 시작

무한도전 디자이너로 살기의 서막(?)

저에게 무한도전은 애증(?)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면서도 스스로에게도 매주 도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했기에 너무나 힘들었던 프로그램. 대한민국에서 제일 사랑받던 프로그램은 출연자와 제작진 모두에게 왕관의 무게를 시험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그랬기에 무한도전이 막을 내릴 때에도 복잡한 심경이었으니까요. 즐겁지도 슬프지도 않은, 후련하지도 안타깝지도 않은 그 중간 어딘가 제 마음이 자리 잡았던 것 같습니다. 

2013년 1월, 당시 팀장님과의 면담 후 저는 채널디자인팀(현브랜드디자인팀)에서 예능팀(현 모션팀)으로 소속을 바뀌게 되었습니다. 사실 개그감? 예능적인 센스(?) 와는 거리가 먼 유형이라고 자부(?)하고 있었기에 걱정과 고민이 너무 많았습니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게다가 맡게 될 프로그램은 <무한도전>, 대학시절부터 너무나 좋아하던 프로그램이었기에 걱정은 더 커져만 갔습니다. 

<뱀파이어특집>


제가 처음 무한도전에 참여했던 <뱀파이어> 특집 로고입니다. 당시 무한도전의 메인 디자이너였던 L(이름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우선은 이니셜만 적어봅니다)선배가 만든 로고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과 노력을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뱀파이어> 특집의 이야기는 뱀파이어 헌터로서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무한도전 멤버들이 착한 뱀파이어의 도움을 받아 사람의 피를 먹는 나쁜 뱀파이어들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큰 줄거리입니다. 멤버 내부에도 나쁜 뱀파이어가 있어 행동을 방해하기도 하고 혼선을 주기도 합니다. 시민 정형돈 님(?)이 의문의 소녀에게 물리면서 나쁜 뱀파이어로 변하게 됩니다. 뱀파이어로 변하면서 보여주는 형돈 님의 '희번득' 눈빛 연기가 일품입니다.

정형돈을 뱀파이어로 만드는 의문의 소녀.


정형돈 님을 물기 전 소녀의 모습은 뱀파이어임을 강조하기 위해 창백한 피부색과 갈라지는 이미지 등을 덧대어서 만들어 냈습니다. 뱀파이어 특집의 경우 호러물이기 때문에 상황을 더 재미있게 한다거나 웃음을 만들어주는 작업보다는 피가 뿌려지거나 헌터들의 비밀 무기에 사라지게 되는 뱀파이어들의 모습이 주된 작업의 포인트였습니다. 


이번 에피소드의 주요 소스인 흩뿌려지는 피
무기를 휘드르며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현미선생님

뱀파이어 헌터들의 무기인 은으로 된(?) 뿅망치를 맞게 되면 사라지는 뱀파이어를 표현하기 위해 진행했던 장면 중 하나입니다. 너무 어두운 화면이었기에 트래킹을 잡기가 쉽지 않아 손으로 맞춰던 기억이 납니다. 예능의 경우 드라마나 영화처럼 자세한 대본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 후반 작업을 하게 될지는 정해져 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편집과 회의를 거치면서 추가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촬영 시 후반 작업에 대한 준비를 좀 더 했다면 더 좋은 수준의 작업이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인수인계를 받으며 어버버 했던 첫 참여 작업을 꺼내봤습니다.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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