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Good-morning!
한손에는 가방을 들고 또 다른 한손으로 넥타이를 매만지며
출근하는 신사의 발걸음은 가볍고도 흥겹다. 그리고 흥겨운
발걸음을 재촉하며 마주치는 사람에게 반갑게 인사한다.
- 2010. 9 / 조각가 김경민 -
삼성역에 내려 현대백화점을 지나 테헤란로로 조금 내려가다 보면, 우리은행 코엑스 지점 앞에 서 있는 신나게 출근하는 신사의 동상이 있다. 지인과의 점심을 위해 모처럼 찾은 그 날은 몹시 추웠고, 본격적인 겨울을 알리는 서릿발에 간담이 써늘했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가늘고 기다란 팔에, 유난히 큰 신발을 신고, 콧노래를 부르며 멋지게 출근하는' 그의 모습은 잔뜩 웅크리고 있는 나를 유쾌하고, 들뜨게 하였다.
그 동상을 조각한 '김경민'씨는 금융, IT, 엔터, 전시, 백화점 등 화려하고, 활발한 우리나라 비즈니스의 메카인 '테헤란로'의 상징적인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Good-morning'이란 단어가, 그 날 처럼 반갑게 와 닿은 적은 없었다.
어쩌면 잊어버릴지도 모르는, 아니 누군가에 의해 빼앗길 수도 있었던 일상의 평온함, 바쁘게 뛰어다니지만, 친구들과 만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저녁의 즐거움이 기다리는 평범함, 상징적인 그 날이 1년을 맞이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실시간으로 전하는 동영상 속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던 그날,
아무일이 벌어지지 않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특별하거나 화려한 이벤트가 없어도, 우리의 삶이 살아볼 만한 것은 사랑하는 가족과, 편안한 친구들과, 소중한 동료들과 소소한 일상을 아무런 방해없이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평범함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도 여전히 춥고, 견뎌내야 할 일들은 많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함께해서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