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헤벨의 단상: 갑자기 무료함이 밀려왔다.

   나라는 인간은  무료함을 느끼지 않을 줄 알았다. 혼자서도 잘 놀고, 특히 사람 많은 곳을 썩 좋아하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나이기에 무료함, 심심함은 나와 거리가 멀 줄 알았다.  심지어 나는 직장에서 회식하는 자리에서 더욱 무료함과 심심함을 느낀다. 사람 많은 카페보다 무인카페를 주로 이용하는 나이다. 

     그런데 토요일, 오늘 갑작스럽게 ‘왜 이렇게 무료하지? 심심하다.’라는 감정이 밀려온다. 눈이 아픈 이후로 책 읽는 것도 소원해졌다. 유튜브 혹은 넥플렉스 드라마도 볼 게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외로움, 심심함’이며 외로운 시간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유튜브 방송에서 들은 기억이 있다. 


   누군가 내 옆에 없으며, 무엇인가를 할만한 건강이나 심적으로 안정이 허락되지도 않는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몇 년 전부터 사람과의 관계가 실망스럽고 상처받는 결과를 얻게 될수록 타인을 멀리해 버리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면서 나만의 동굴에 숨어 지내다 나오곤 한다.

    타인들로부터 도망치던 내가 오늘 갑자기 아무도 나를 찾아주는 이가 없고, 전화 걸어주는 이도 없구나?라는 생각이 엄습해 오니 ‘무료하다. 심심하다’라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무료함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다가 브런치 스토리의 작가 한 분의 ‘무료함은 내 사전에 없다’라고 글을 읽었는데 작가분은 글쓰기, 운동, 책 읽기를 통해 하루 동안 무료할 시간도 없고 밀린 일들이 쌓여있다고 하신다. 작가분이 무료할 시간이 없다는 것은 곧 건강이 허락되시니 다양한 일들을 하실 수 있으신 것 같아 부러웠다.  심적으로 신체적으로 아픈 사람들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은 것 같다. 허락된 시간 속에서 무료함,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별마당 도서관에서(사람이 너무 많아 책을 읽을 수 없는 도서관)


   나라는 인간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아실현을 위한 일들을 추구하면서도 고즈넉한 토요일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립고, 의미 없는 사람이라도 나를 찾아주고 전화도 걸어주었으면 하는 욕망이 생긴다. 

나이가 들었다는 징후이다.  

나이 들어 무료함을 달랠 나만의 ‘짓’ 거리를  찾으면서 삶 속으로 인간 속으로 다시 들어가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헤벨의 단상: '독친'과 '도그맨'이 나에게 던져준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