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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 기자생활 Mar 23. 2021

좋은 남편이자 아빠이기 위해서

요즘 들어 내가 27살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일이 생기고 있다. 심지어 나와 초면인 어른들도 얼굴만 마주치면 '이제 결혼 준비해야겠네~', '짝은 있니?'라는 말이 꺼내신다. 과거에는 빈 깡통과 같던 말들이 이제는 진지한 어투로 다가오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아직 27살이고, 일을 시작한지 1년도 지나지 않은 나에게 말이다.


결혼? 저도 하고 싶은데요...

직업적인 꿈이 기자였다면, 개인적인 꿈은 아늑한 집에서 아들 하나, 딸 하나있는 행복한 가족을 꾸리는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내가 원하는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다짐해왔다.  


그런데 내가 결혼할 준비가 된 사람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다. 재정적 문제도 아니고, 지금 여자친구가 없어서가 아니다.(어쩌면 이게 제일 문제일려나!!!) 좋은 남편이자 아빠가 될 수 있을지라는 다소 원초적인 질문이다. 마치 아이들을 좋아한다고 유치원 선생님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되돌아보니 내가 목표로 했던 이상향들은 꽤나 구체적이지 못했다. 그냥 단순히 기자가 되고 싶었을 뿐이고, 그냥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어떤 남편이자 아빠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못한 것 같다. 욕심이라면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장소에 상관없이 항상 좋은 남편이자 아빠가 되고 싶다.


어쩌면 쓸모 없는 고민

8개월 정도 일을 해오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퇴근 후의 삶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확천금의 돈을 벌 수 있는 직업도 아니고, 일하는 시간대도 고정적이지 않다. 그래서 쉴 수 있을 때, 나도 모르게 그 시간들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욕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걱정도 앞선다. 내가 꾸린 가정에서 가부장적인 사람이 될까봐. 요즘 시대의 아버지들의 일반적인 모습을 1%도 닮고 싶지 않다. 일을 시작한 뒤로 내가 더 집안일을 열심히 하고, 저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는 이유는 내가 그런 아버지처럼 될 것 같아서 무섭기 때문이다. 전혀 아닌 아버지들도 있겠지만...


물론 나도 아버지의 희생 덕에 금수저만큼은 아니지만 돈 걱정하지 않고 살았고, 그 흔하다는 학자금 대출도 없다. 그렇다고 매번 아버지가 존경스러운 건 아니다. 난 퇴근하고 TV만 보고, 저녁을 스스로 해결할 줄 모르며, 집안일에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남편이자 아빠가 되고 싶지 않다. 지금의 내 생각, 아니 다짐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깨질까봐 내가 결혼해도 될까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되뇌인다.


정말 개인적인 개인의 삶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는 사람에게 세 개의 삶이 있다고 말한다. 공적인 삶, 개인적인 삶, 비밀의 삶. 공적인 삶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착할 것이다.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나조차도 공적인 삶을 꺼내야 할 순간에는 착하게 보일 수 있는 스킬을 알 정도니까.


문제는 개인적인 삶일 때다. 그 시공간에서 난 그리 착한 놈이 아니다. 가끔 상황을 오로지 내 관점에서만 해석할 때가 있다. 그러다보니 남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고, 결과적으로 이기적인 선택이 될 때가 있다. 감성적이어야 할 때 지나치게 이성적이기도 하고. 그런 성향이 약해지고 있지만 완벽히 사라질지는 잘 모르겠다. 나중에 아내와 자식들에게도 그런 성향이 나타난다면 나는 좋은 남편이자 아빠가 될 수 있을까.


누구에게 물어보든 이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테다. 스스로 답을 찾아서 나를 개척해야 한다는 걸 안다. 조금이나마 빨리 그 종착점에 도달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할 뿐. 그러면 좋은 남편이자 아빠가 될 자신감이 생긴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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