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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 기자생활 Feb 22. 2021

카카오톡 단톡방을 나가고 싶었던, 그런 하루입니다

저는 천상 아싸인가 봅니다


인싸, 요즘 들어 SNS나 TV에서 자주 보게 되는 말이죠. 학창시절, 인싸들을 부러워 한 적도 있습니다. 조용했던 제 스마트폰과 달리 그들의 스마트폰은 누군가가 보낸 알림음으로 가득했기 때문이죠. 어쩌면 카톡 알림이 너무 많아, 누구한테 연락이 오든 무신경했던 그들의 무덤덤한 감정을 선망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항상 칼답하는 사람이거든요. 


광고 카톡이 아니면 아무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던 어느 날에는 인생을 헛살았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저 친구들은 어떤 매력을 갖고 있길래 저렇게 연락이 많이 올까'를 고민했던 순간도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고, 카톡 알림이 많이 오는 단톡방에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실은 단톡방보다는 어떤 집단에 소속돼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겠죠. 


그런 갈증은 2021년 들어 저한테서 가장 빨리 없어진 감정 중 하나입니다. 생각해보니, 천상 '아싸'인가 봅니다. 그요즘 들어 단톡방이 참으로 싫을 때가 많습니다. 제가 계획했던 일상을 방해할 때가 많거든요. 카톡을 보내는 상대방을 무조건 탓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연락이 안될 때 오는 답답함이 싫어, 항상 연락을 곧바로 확인하는 습관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제 일상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죠. 


시계는 미봉책에 불과하겠죠?


특히 그 단톡방 알림이 업무와 관련된 카톡일 때 참으로 '나'를 구속하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모든 직장인들이 다 그렇게 느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누군가의 감정을 공감해주는 능력이 때때로 결여될 때가 있어서요.  


또한  업무 외적인 시간에 일하는 걸 많이 싫어하는 제 성향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어릴 적에 인싸가 되고 싶었던 저를 방해했던 어떤 계기로 인해 개인 시간에 대한 집착과 욕구가 좀 있는 편이라서요. 일을 하고 나면 그에 상응하는 휴식을 누리길 원하는 마음이 일반적인 사람들보다는 강하다고 느낍니다.  


제가 꿈꿨던 이 직업이 워라벨을 완벽히 누릴 수 없는 직업이라는 것도 알고 있으며, 그걸 알고도 선택한 길이지만 매번 스스로 감내하기만은 쉽지 않더라고요. 단톡방 알림을 꺼져있지만 시간을 확인하려고 바탕화면만 봐도 떠있는 카톡 표시. 그래서 요즘은 바탕화면 자체를 안보고 싶어서, 시계를 차고 다닙니다.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 가질 수 있을까요?


카톡을 통해 전달된 내용이 마땅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도 알고, 그 방향으로 갈 때 직업적으로 더 발전할 수도 있다는 걸 압니다. 그런데 항상 사람이 옳은 길만 걷고 싶은 건 아니잖아요. 산을 오를 때도 쉼터가 있는 것처럼 항상 앞만 보고 달리기는 싫습니다. 등산의 목적도 건강입니다. 자신의 페이스를 무시한 채 무리한 등산을 하게 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죠. 


처음에는 단순히 직장 생활의 위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단톡방의 알림은 제가 2년차 신입이라서 혹은 10년차 베테랑이 아니기 때문에 생기는 고민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연차에 관계없이 모두가 자기만의 시간을 얻고 싶다는 갈증을 갖고 있을테죠. 


어쩌면 욕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름 '방해 금지' 기능을 이용해 전화가 아니고서야 스마트폰이 울리지 않도록 만들었지만 내 시간에 100% 집중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정을 꾸리고, 부모가 된다면 더욱 나만의 시간을 갖기는 힘들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그때는 정말 욕심일 수도 있겠네요. 부모로서의, 가장으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않는다는 의미니까요. 


하지만 그때도 갈망할 것 같습니다.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을. 하루 종일 고민하고 적어보니 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완전히 알림을 무시하는 건 도리에 어긋나는 듯 보여 싫고, 그렇다고 내 시간도 포기하기 싫은 그 어딘가에서 표류하고 있네요. 이 표류가 오래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여러분들은 그 답을 얻으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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