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기자생활을 한 것도 1년이 흘렀다. 시간이 빠르게 지났다는 걸 실감할 새도 없이 지나간 1년이었다.
기자라는 꿈을 이루며 생긴 만족감과 함께 직장인으로서의 부담감도 생겼다. 부담감과 함께 1년 동안 고민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나마 다행인 건 대부분 좋은 고민이었다. 어떻게 하면 기사를 더 잘 쓸 수 있을까 혹은 구단 관계자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 등등 기자로서 발전하기 위한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의 날 사로잡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일과 관련된 무언가가 아니다. 근무가 아닌 시간에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인지를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다. 기자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축구로 하루 24시간을 보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만큼 미쳐서 살았으니까.
하지만 일로 축구를 접근하게 되자 하루를 온전히 축구로 채우는 건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됐다. 축구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 그건 아니었다. 다만 축구에서 100% 벗어날 수 있는 비상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학생 시절에는 쉬는 동안 축구를 봤지만 지금은 쉴 때 축구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근무할 때가 아닌 시간에도 축구를 옆에 두고 있으면, 막상 일할 때 축구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졌다. 기자로서의 나를 위해서도, 기자가 아닌 나를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이었다.
자기계발을 소홀히 하기 싫었던 것도 있지만 가만히 누워서 시간을 보내는 게 성격상 맞지 않았다. 영어회화를 배우고 싶어 학원도 알아봤지만 이놈의 코로나가 원수였다. 지금은 주로 헬스를 하고 있지만 헬스장은 건강을 위해서 가는 곳이지 자발적으로 가고 싶은 장소는 아니다. 매일 보는 웹툰은 자기 전에 보기 좋은 디저트를 뛰어넘지 못했다. 영화나 드라마 취향도 확실한 탓에 완벽한 비상구로 발전시키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면 지금껏 너무 한 길만 파온 인생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도달할 때도 있었다. 잠시 되돌아보니 빽도 없고, 금수저도 아닌 마당에 축구계만 가겠다고 도전한 건 무슨 오기였나 싶다. 그래도 여전히 난 한 길만 파는 걸 추천한다. 이 방향성이 날 기자로 이끌었다고 생각하기에 애매하게 여러 군데 발을 들여놓는 것보다는 한 길만 파는 게 더 매력적이라고 믿는다.
다만 샛길도 하나 정도는 뚫어두는 게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 일종의 안전장치 하나는 마련하자는 의미다. 기자가 됐을 때 주변에서는 '언젠가 될 줄 알았어'라고 말해줬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여전히 천운이 따랐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 직업은 채용 인원이 많지도 않고, 그 시기조차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털어놓지만 1년 전에 기자가 되지 못했다면 정말 착잡했을 것 같다.
본인 만의 샛길이 있다면 혹여 실패했을 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둘 수도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가져가면서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직접 보니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한 길만 걸어가면 사고의 깊이는 깊어질 수 있으나 크기는 넓어지기 어렵다. 최근에 헬스와 재테크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세상은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게 정말로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베이커리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커졌다. 나만의 샛길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 여전히 고민이 되지만 그 과정을 즐기고 있는 참이다. 아직 27살인데 천천히 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쓰고 나서 보니,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내가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도 웃기다. 그래도 한 길을 꾸준히 걸어가는 의지와 함께, 가끔은 샛길로 빠졌을 때 느낄 수 있는 그 매력을 여러분들도 온전히 가져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