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하늘에서 평화로운 휴식을 취하시길...
제목 그대로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웬디 수녀가 낯설지도 모를 분들을 위해 기사 몇 줄 첨부한다.
미술사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명성을 얻었던 웬디 베켓 수녀가 지난 12월 26일 영국 노퍽에서 88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베켓 수녀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1988년 「동시대 여성 예술가들」을 출간했다. 이후 ‘웬디 수녀의 오디세이’ ‘웬디 수녀의 그랜드 투어’ ‘웬디 수녀의 그림 이야기’ 등 영국 BBC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럽과 중동, 미국 등 세계 전역을 돌며 예술비평가로 활약했다.
193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난 베켓 수녀는 16살에 영국 노틀담수녀회에 입회해 종교와 예술에 관해 연구하며 「웬디 수녀의 나를 사로잡은 그림」 등을 집필했다.
출처: 세계적인 예술비평가 웬디 베켓 수녀 선종 | 가톨릭평화신문 2019.1.6 백슬기 기자
웬디 수녀는 세계적인 미술 평론가다. 사실 이렇게 딱딱한 설명보다는, 개인적으로 예술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나에게 위로와 용기의 등불이 되어준 분이다.
진지하게 각오를 했다지만, 전문가들이 가득한 대학원에서 나는 아마추어에 불과했다. 아무리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몰랐다. 미학 같은 경우 맥락이란 것이 있고, 미술사조의 흐름이나 철학적 사유에 대해서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그러니 한 두 학기 바짝 한다고 해봤자 수박 겉핥기처럼 느껴졌고, 무엇보다 어려운 용어들 때문에 한국어로 번역된 책이라 해도 변함없이 외국어 원서처럼 보이기도 했다.
등록금 반환이라도 하고 포기해야 하나 고민이 커졌다. 정처 없이 대학원 도서관을 헤매며 무엇을 읽어야 갈피를 잡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런데 서가의 아래칸에서 최근에는 누군가 들춰보지 않은 듯한 낡은 책을 발견했다. 흡사 어린이 책과도 같은 표지에 무작정 꺼내 들었다.
그것이 바로 웬디 수녀의 <나를 사로잡은 그림>이라는 책이었다.
어려운 말로 점철된 수업 서적들과 달리 쉬운 언어로 나를 예술의 세계로 이끌었다. 학술 용어로 예술을 '읽어나가려' 했을 때에는 곤욕스러웠는데, 웬디 수녀의 책에서 작품 하나하나를 만날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이야기에 도취되었다. 오히려 내가 예술에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대학원까지 오게 된 초심을 웬디 수녀의 책에서 발견했다. 예술은 어려운 말이 아니라 가장 쉬운 소통법이 되어야 한다. 가장 쉽게, 어떤 장벽도 없이 울림을 전해주어야 한다. 당신과 나 사이의 벽으 허물어 줄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번역 출판된 그녀의 책들 대부분은 아쉽게도 절판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책이 없어서, 선종하셨다는 이야기를 알게 된 이후 더 마음이 아팠다. 헌책방이라도 뒤져서 그녀의 책들을 모아둘 생각이다.
지금은 부족하지만, 수십여 년간 안목을 갈고닦는다면 나도 그녀처럼 누군가에게 절절히 읽히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녀처럼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이제 웬디 수녀님은 당신이 가장 사랑했을 하느님의 곁에서 마침내 행복한 안식을 얻었으리라 믿고,
그녀의 영원한 평화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