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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학자P Jan 06. 2025

고서와 희귀본 수집보다 중요한 보존 관리 고민

오래된 책을 사고 나면 문제가 따른다.

어떻게 보존을 해야 할 것인가..

아니 뭐 정말 박물관에 소장해야 하는 국보급 책이라면 모르겠지만,

(이 경우 오히려 방법은 쉬울지도 모른다. 최고의 수장고에서 좋은 보존 처리를 전문가에게 받고, 온습도 조절도 문제없고  등등)

일반인 컬렉터 수준에서 소장하는 책은 아무래도 스스로 알음알음 알아가는 수밖에 없다.


나 역시 그 부분이 가장 고민이고, 앞으로 평생 배워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현재까지 내가 알아본 바의 대략적인 틀을 소개하겠다.



1. 빛(+ 포갑, 중성지), 온도와 습도 같은 문제



 다른 유물들에 비해 책은 어쩌면 보관이 쉬운 부분도 있다.

책은 어차피 매일 일상에서 우리의 손으로 읽으라고 만들어진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민하게 다뤄야 하는 다른 유물에 비해 소장하기가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마도 이 오타쿠스러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라면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고민 중인 사람일 것이다.



지류 보존에서 제일 첫 번째 문제는 변색이라고 생각한다.


햇빛은 소독이 되고, 종종 책장의 환기를 시켜주는 것은 좋으나 항시 빛에 노출되어 있으면 모두가 알듯 누렇게 변색이 된다. 따라서, 강한 볕이 드는 곳을 피하는 것이 좋다.




나는 거실이 온통 책장인데, 베란다로 들어오는 빛 때문에 대부분 책등이 다 변색되어 있다.


아 물론 오해는 금물. 거실 책장은 주로 아이들 책과, 요즘 책들.


즉 컬렉션으로서 가치가 있는 책들은 다른 곳에 보관 중.




온습도 관리까지는 일반 가정에서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가정집의 온습도는 개인적으로 우리가 일상생활 잘하는 정도면, 책 보관에 엄청난 무리를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 물론, 만약 엄청난 고서라거나 상태와 가치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개인 컬렉터에게 귀한 책 정도라고 생각하는 수준에서 말씀드립니다. 집집마다 책장이 있고,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책이 썩는 것은 아니듯.)


 하지만 곰팡이는 정말 피하기 어려운 문제라, 자주 환기시키고 들여다보고 예방하는 게 중요..




우선 보통 유물 보존에 이용되는 중성지에 싸서 보관하거나 우리나라 서책의 경우 전통적으로는 포갑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포갑 만드는 수업까지 들은 사람 나야 나..)



내가 직접 만든 오침안벙법 전통 책과 포갑


비닐에 보관하는 경우도 많지만, 책도 환기를 한 번씩 시켜줘야 하고,


고서는 특히 상태에 따라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경우가 있다.




결론적으로 강한 빛만 조심하면,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가지 않나 싶다.





2. 동양 책이냐, 서양 책이냐?



동양 책과 서양 책은 매우 다르다.


일단 보관 자체가 눕히느냐, 세우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이형록, <책가도>, 조선 19세기, 비단에 색, 153.0×352.0cm, 덕수6004 /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사이트



책가도를 보면 책들이 눕혀져 있고, 포갑에 쌓여있는데 원래 우리 고서는 이렇게 보관하도록 나온 것인 게다.


서양책의 경우 가죽으로 장정한 경우도 있고, 하여간 우리가 일반적으로 서재에 꼽아두는 것처럼 겉표지가 탄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워서 보관하면 된다. 물론 이것도 케바케이지만, 대부분 그냥 평소 우리가 하던 대로 보관하면 된다.


하지만 서양 책 역시 종류가 다양하다. 

이 대략적인 설명을 하는 포스팅에서는 일단 넘어가겠다.



3. 벌레 조심(이 부분은 나도 고민 중)


 책벌레야 뭐 어디든 항상 있는 것 아닌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나 희귀본 모으기를 시작하면서, 제일 큰 고민으로 떠올랐다.


벌레로부터 책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전문가들에게 묻고 다녔다.


일단 훈증 소독 방법이 있는데, 일반인에게는 정보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문화유산 가치를 인정받은 경우는 박물관에서 무료로 해주기도 하는 것 같은데,

아마 대부분 그런 경우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서관에 있는 책 소독기는 어떨까?

가정집이기는 하나, 그 책 소독기를 구입할 의사가 있어 살펴보는 중..

그러나 변색 문제에서 자유로운지, 벌레 문제에서 확실히 해방될 수 있는 것인지, 바이러스 살균 외에 살충 효과(?)가 있는 건지 뭔지 잘 모르겠다.


민간에서는 은행잎을 넣어두면 벌레가 피한다는데...

그것 역시 제대로 된 연구나 확실한 증거가 없다.



관련 영상을 찾아보다가 어떤 집에서 고서를 오래된 은행나무장에 보관하는 것을 보았다.

배첩 선생님께 물어보니 은행나무 장도 벌레가 잘 갉아먹는단다.

즉, 벌레를 쫓는 장은 아닌 것이다.


그나마 옻칠한 장은 벌레가 못 먹는다는데, 옻으로 책장을 짜야하는 것일까?


아직 좀벌레 등의 습격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책이 늘어갈수록 미리 대비해놔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이 문제에 있어서 전문적이고 근거가 있는 확실한 방법을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면 좋겠다.



4. 전문적인 복원 의뢰 고민(개인에게 지니는 의미, 혹은 문화유산으로서 보존의 의미 선택해야)



책 자체의 상태가 너무 안 좋은 경우 복원에 대한 고민을 가진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복원 문제에 있어서 컬렉터의 소장 방향을 알 수도 있다.


무슨 이야기냐?


사료적 가치, 유물의 본모습 보존에 더 큰 무게를 두는 컬렉터라면 수리 복원에 조심스러울 것이다.

이런 경우 수리를 하면 그 책의 가치가 오히려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반면, 사료적 가치나 그런 목적보다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고, 두고두고 읽고 싶은데 다 해진 경우라면 수리를 의뢰할 것이다. 


뭐가 옳다 아니다 그런 거 없고, 컬렉터가 무게를 두는 가치가 정답이다.



그게 꼭 희귀한 책이어서 그런 처리를 하는 게 아니고, 계속 읽기 위해서 수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안네의 일기'를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좋아한다.

만약 그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해져서 페이지가 뜯겨나갔다면, 다시 바인딩을 의뢰할 것이다. 왜냐하면 어디다 추후에 팔 것도 아니고, 연례행사처럼 앞으로도 수십 년 반복해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안네의 일기 초판도 아니고, 몇 쇄를 거듭해 여기저기 출판사에서 나오는 흔한 것이지만 내게 무척 의미가 있는 책이고, 보관이 아니라 내가 매년 반복해 읽는 그 행위가 나에게 의미를 갖는 책이므로 수리를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소장자 '본인이' 읽기 위해서, 수리하는 것이다.



알음알음 알아본 방법에 대한 글은 여기서 마무리한다.

다음 콘텐츠는 책과 문헌에서 알아본 방법 몇 가지를 정리해볼까 한다.


+

혹시 다양한 수집가분들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보관하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이 초보 컬렉터에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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