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쎈타 Feb 26. 2023

죄송하지만 그건 안될 것 같아요.

팀 의사결정에서의 구성원 존중에 대해.

Disagree & Commit. "나는 결정된 것에 동의하지 않지만, 결정이 그렇게 되었으니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경영 원칙이자 철학이다. 아마 베조스가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배민에서 이야기하는 "이끌거나, 따르거나, 떠나거나" 하고도 통하는 것이 있다. 싫다고 팔짱끼고 심술부리지 말고 결정된 것에는 따르라는 거니까. 


카리스마 있는 멋진 말이다. 근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되진 않지 않나? 내가 반대하는 방향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라니, 그런 이상한 상태는 오래 가지 않는다. 시원해 보이는 저 표어들의 자간에는 이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놓치게 되는 섬세한 터치들이 많이 생략되어 있다.


조직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건강한 신호다. 오히려 만장일치로 일사불란하게만 움직이는 것이 나쁜 경우가 많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직이 더 고성과를 낸다는 것은 오랫동안 검증된 연구결과다. 다양성은 서로가 인지하지 못했던 관점과 시야를 공유하며 조직을 돕는다. 자동차로 치면 사이드미러나 백미러, 와이퍼나 후방감지장치 같은 것이다. 우리는 이런 장치들을 참고해야 안전하고 정확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물론 당신이 동물적인 감각의 드라이버라 그런 게 필요없다면, 존중하겠다.)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조직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고, 개인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는 절차나 문화를 만든다. 의견을 묵살하거나 권위로 찍어누르는 조직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 힘들다. 소위 '모럴'이 꺾인다고 표현하는데, 그럴수록 사람들은 자신을 단순 부품화하며 조직의 방향에 관심을 떼게 된다.


많이들 착각하는 게, 개인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은 그 의견이 최종적으로 반영된다는 뜻이 아니다. 최종 의사결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 '과정'이 투명하거나 적절하지 않으면 자신의 의견이 배제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어쩔 수 없다. 이 과정에서 결정권자의 책무는 구성원의 모럴을 최대한 덜 해치면서 가지치기를 하는 것이다. 


결정권자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설득하거나 깨우쳐서 의견의 대립을 해소하고 만장일치를 만들고 싶은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해지는 신념의 대립을 만나게 되면, 결정은 오롯이 결정권자의 책임이다. 어디까지 토론을 하고, 어디까지 정반합을 하며, 누구와 딜을 치고, 누구에게 술을 한 잔 사며 위로를 할지. 정치의 영역이자 리더의 레벨이 드러나는 단계다.

작가의 이전글 당신은 왜 돈을 법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