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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쎈타 Feb 20. 2023

그 숫자는 진짜일까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기준값이 사용자에게 주는 영향

그래도 뼈는 건강하다고 한다.

이런저런 측정기능이 있는 체중계를 샀다. 앱과 연동해서 측정값을 기록하는 모델이다. 물론, 얼마 하지도 않는 체중계가 정확한 측정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센서가 신체와 접촉하는 부분이라고 해봐야 발바닥 뿐이고 그나마 신체의 전기저항을 측정하는 것 뿐이니까. 경향성 정도만 참고해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하루하루 체중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람이 숫자에 몰입하게 되는 건 한 순간이었다. 기초 대사량, 체지방률 등등 다양한 수치를 차트로 보여주는데, 0.1kg이나 0.1% 정도의 사소한 수치변화에도 기쁨과 아쉬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좀 더 부지런히 운동해야겠다, 좀 더 좋은 식단을 고려해야겠다 하는 다짐도 들었다. 체중계를 크게 신뢰하진 않지만, 나의 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그 수치들은 나의 판단과 행동의 기준이 되었다.






서비스에서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기준값을 제공해주는 것은 서비스에 막 온보딩한 사용자들에게 굉장한 심리적 도움을 준다. 그 수치의 근거가 희박하거나 사용자의 의도와는 다름에도 그렇다. 사용자들에게 처음 만나는 서비스는 암흑이 짙은 동굴과도 같다. 이 과정에서 제시되는 기준값은 암흑 속의 불빛이 되어 사용자들을 이끌게 되고, 그 기준값을 기준으로 서비스의 질서가 만들어진다.


기준값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는 것보다는 뭐라도 제시하는 것이 사용자에게 훨씬 좋은 환경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사용자에게 최상의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서비스가 A 대신 B를 추천한 이유가, 정말 B가 사용자의 의도에 맞기 때문인지, 아니면 B가 관리비용이 적게 들어서인지는 알 수 없다(많은 커머스 기업이 수익률이 낮은 제품의 노출순위를 임의로 낮춘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시스템을 마냥 투명하게 공개하는 경우 어뷰징에 취약해져 더 큰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기준값, 그러니까 레퍼런스를 얼마나 제대로 구성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각 참여자들이 미묘하게 얽혀있기에 함부로 뭐라고 평하기 어렵다. 그러니 서비스의 정책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은 사용자의 성공과 시스템의 유지 가운데서 끊임없이 균형을 체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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