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은 악몽에서 깼다. 꿈속에서 지윤은 일촉즉발의 위험에 쳐했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가족들도 연관이 있었다. 식은땀나는 손을 꽉 쥐며 지윤은 생각했다.
-세상은 허무해.
-우리는 왜 사는 걸까? 세상은 온갖 위험과 불안, 허무로 가득 찼어.
지윤은 갑자기 모든 게 의미 없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졌다.
그때 지윤을 위로해 주는 건 음악이었다.
가을방학의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 질 때가 있어를 들으며 마음을 살포시 안아준다.
지윤은 가사를 곱씹기 전에는 이 음악이 강아지를 안고 싶다는 내용인 줄 알았다.
왜 그렇게 기억할까? 하지만 가사를 다시 곱씹어보니 강아지가 아닌 사랑하는 누군가에 대한 노래였다. 아마도 가장 외롭고 비참한 시간에 강아지를 만나 위로를 만났기에 그렇게 기억하는 것 같았다.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는 <자기 앞의 생>에서 사람을 살게 하는 건 ‘사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랑은 금기시되곤 한다. 사람들은 누구보다 간절히 사랑을 원하면서 누군가 사랑을 찾고 행복한 모습을 보이면 심한 열패감과 질투심을 느끼곤 한다.
사랑은 곳곳에 덫으로 가득하다. 그 덫을 무사히 통과한 사람들만이 그 사랑을 쟁취할 수 있다. 사랑으로 보이는 것들이 사랑이 아닌 경우도 허다하다. 왜냐면 세상은 ‘허무’로 가득 찼으니깐.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으로 포장하며 서둘러 그 공허감을 채우려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허무만 더욱 짙게 배어날 뿐...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누구보다 더욱 간절히 진실한 관계를 원하지만 그들은 결코 그 관계에 가닿을 수 없다. 왜냐면 그들 존재 자체가 진실하지 않기에...
사람들은 자가당착에 빠져있다. 스스로 제 다리를 꼬고 제 팔을 꼬고 마구 밧줄로 묶어놓고 이거 왜 이렇게 안 풀려라고 고통 속에 아우성친다.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우스 매듭을 칼로 자른 것처럼 그렇게 내려치면 될 텐데, 사람들은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그들의 머릿속은 온갖 걱정과 불안, 탐욕으로 가득 차 있다. 왜냐면 그들은 조금도 손해를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을 내던질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그들을 영원히 감옥 속에 살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윤은 생각했다. 감옥 같은 세상 속에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사랑하고 살며 행복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스티비원더의 Someday At Christmas를 들으며 지윤은 생각했다. 올 크리스마스는 어떤 크리스마스날보다도 더 행복하고 따스하고 포근하길 바란다고...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지윤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돕겠다고... 어느새 허무한 마음이 옅어지고 자신 안에 사랑의 마음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Someday all our dreams will come to be~♬라는 노랫말이 귓가를 간질일 때 지윤은 조용히 코코아를 음미했다.
https://youtu.be/PE3WtHQ4zIo?si=hD-Oryc5xkEwIq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