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퇴근하면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한다. 개학하고 처음 2일은 계속 사 먹었다. 돈가스와 샐러드. 오랜만에 출근하면 적응하는 데는 너무 피곤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3일 째라 직접 요리를 해보았다. 10분도 안되어서 완성되는 떠먹는 피자이다. 계란, 방울토마토, 페퍼로니, 치즈, 파슬리 가루만 있으면 된다. 간단하지만, 사 먹는 피자 못지않게 맛있는 것 같다. 레시피책은 작년에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구입했다. 완전식품인 계란으로 할 수 있는 레시피를 담은 책이라 확 나를 끌어당겼다. 제목은 <오늘도 달걀>. 앞으로 이 레시피책을 이용해 다양한 계란 요리를 해보고 싶다.
문득 지난 일이 떠올랐다. 나는 종종 요리를 해 먹지만, 너무 바쁘고 피곤한 날에는 외식을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해 비아냥대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 융통성이 부족하고 꽉 막힌 사람들이 아닐까? 자신의 가족이 몸이 아프고 힘들다고 해도, 왜 사 먹느냐고, 집밥을 안 하느냐고 난리를 치겠지? 너무 이기적이고 배려심이 없다. 그런 미성숙한 사람들하고는 연을 끊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사람들에게서 상냥함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것 같다. 자신만의 정답이 확고해서 거기서 벗어나면 서슴없이 감점 처리를 하고 상대를 비하하고 비난한다. 상대방을 나쁜 사람이라고 부족한 사람이라고 몰아붙이지만, 조금의 아량도 베풀지 못하는 그들이야말로 단 한치의 여유도 없는 샤일록 같은 사람이 아닐까?
요리를 한다는 건, 단순히 경제적인 목적만이 아니다. 1인 가구는 장을 보면 오히려 돈이 더 들 수도 있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대접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긴다는 데 의미가 있다. 스스로 좋은 재료를 고르고 건강한 한 끼 식사를 하는 데 의미가 있다. 단순히 어떤 관념에 사로잡혀 외식을 하면, 경제관념이 부족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여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나가면 된다. 내 독일 펜팔 친구는 주로 외식을 즐긴다고 하지만, 자신의 여건이 허락한다면 그것 또한 자신의 하나의 살아가는 방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가치관을 상대한테 강요하는 사람은 상대방과 어울려 살아가기 힘들지 않을까? 배려심 많고 성숙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떠먹는 피자는, 피곤하고 지치고 바쁜 하루를 마치고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 먹기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