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의 《빨간 머리 앤》(원제: 초록 지붕 집의 앤Anne of Green Gables)은 ‘초록 지붕 집’에 실수로 입양된 사고뭉치 고아 소녀 앤이 마릴라와 매튜 남매의 사랑 속에서 어려움을 돌파하고 숙녀로 자라나는 성장 소설입니다.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영화와 만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소설에서 어린이 교육에 대한 실마리를 얻게 되었고 이 소설을 무척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빨간 머리 앤》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교육에 접목한 새로운 관점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앤이 처음 에이번리 마을에 도착한 날, 그녀와 평생을 함께할 마릴라와 매튜의 이웃 린드 아주머니는 앤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쏟아냈습니다. 고아 소녀는 위험하다는 것이었죠. 예전에 어떤 고아 소녀가 자신을 입양한 가족의 음식에 독을 넣어 일가족을 몰살시켰다는 끔찍한 이야기를 예로 들며, 고아에 대한 깊은 편견을 드러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이 퍼져 있던 터라, 매튜가 아무리 설득해도 마릴라는 자신이 원했던 남자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앤을 다시 돌려보내려 했습니다.
그런데 ‘여자아이’ 앤이 부리는 마법은 대단했어요. 매튜와 처음 만나 초록 지붕 집으로 오던 날, 마차 안에서 쉴 새 없이 떠들며 매튜를 사로잡았고, 다이애나의 절친이 되었으며 길버트의 마음을 훔쳤지요. 게다가 조세핀 할머니까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어요. 앤이 처음 교회에 갔던 날. 모자에 꽃을 잔뜩 꽂은 앤을 보고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수군거렸지요. 그렇게 이상한 소문의 주인공이 되었으면서도 결국엔 모두에게 사랑받는 숙녀로 성장한 앤에게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던 걸까요? 그녀가 부린 마법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 비밀로 앤의 삶에 대한 진한 감수성, 긍정적인 사고방식, 샘솟는 상상력, 우정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꿈과 야망을 갖고 계속 발전하는 점, 좌절하지 않고 일어서는 회복 탄력성, 가족에 대한 사랑을 들고 싶어요.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도 해 보았죠. 세상에 앤과 같은 어린이가 많아진다면, 말 그대로 동화 같은 세상에 되지 않을까 하고요. 천방지축이었던 앤과 같은 어린이가 자라서 앤과 같은 어른이 되고, 그런 앤들이 모여서 세상을 이끌어 나간다면 소설의 배경이 됐던 프린스에드워드 섬의 에이번리 마을 못지않은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에요.
“모든 어린이는 예술가다.”라는 피카소의 말처럼, 앤과 같은 어린이가 자라서 앤과 같은 어른이 되고 앤처럼 진한 감수성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삶의 예술을 만들어 나가는 어른이 많아진다고 상상하니 벅차오르고 행복해지는 걸요. 정말로 그런 일들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세상은 좀 더 따뜻하고 상냥한 어른들이 많아질 것 같아요. 만인이 만인에게 친절한 세상이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앤과 같은 어린이가 될 수 있을까요? 고아였고, 가난했으며, 아무에게도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했던 앤이 어떻게 그렇게 긍정적이고 웃음 많으며,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숙녀로 자라날 수 있었을까요?
이 책에서는 앞서 언급한 앤의 아름다운 특성들을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 비추어 풀어보고자 합니다. 문제집과 학원에 치이고, 때로는 삶의 무게에 지쳐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하는 아이들이 있는 이 시대에, 그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행복의 가능성을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갔습니다.
잠시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우리 모두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요? 그런 어린이와 그런 어른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라면, 더 이상 전염병이 퍼질 틈도, 이념 갈등이나 차별, 혐오, 폭력이 난무할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