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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고 실수해도 괜찮아

by 루비

Cover Image 출처: Freepik


앤은 호기심이 많고 수다스러웠습니다. 매튜 아저씨는 그런 앤을 금세 좋아하게 되었지만, 마릴라는 처음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요. 그럼에도 어느새 앤의 이야기에 빠져들며 미소 짓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앤은 실수도 많이 했습니다. 빨간 머리에 대한 콤플렉스로 염색약을 잘못 써 초록 머리가 되어 버리기도 했고, 딸기주스를 준다며 실수로 포도주를 다이애나에게 건넨 일도 있었지요. 지붕 위에서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 떨어져 다리를 다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릴라와 매튜는 그런 앤을 무작정 야단치지 않았습니다. 이웃 사람들은 앤을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어울림을 꺼리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앤의 마음속에 숨은 따뜻함과 명랑함을 알아보았고, 기특하게 여겼으며 격려해 주었습니다.


만약 학교나 가정, 사회가 앤과 같은 아이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며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마릴라가 브로치를 잃어버렸을 때, 앤은 소풍을 가고 싶은 마음에 사실이 아님에도 자백하게 됩니다. 아이에게 윽박지르기보다는 믿어주고 기다리는 자세가 교육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요?


저 역시 학창 시절, 정해진 틀 안에서 모범생이 되기 위해 애썼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모든 것을 정확하게 해내려는 강박보다는 조금은 여유롭고 유연한 태도가 필요했다는 걸 느낍니다. 자유를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제 자신으로 살아가는 기쁨을 알게 되었지요.


저는 학교가 아이들을 엄격하게 길들이는 공간이기보다는, 그들의 개성과 자유를 허용하는 따뜻한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 환경에서야말로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사고를 가진 어린이가 자라날 수 있을 테니까요. 바로 앤과 같은 아이처럼요.


《틀 밖에서 놀게 하라》의 저자 김경희 교수는 "성공적인 창의력의 결과가 곧 혁신"이라고 말합니다. 창의력이란 단순한 기발함이 아니라 ‘특별함(unique)’과 ‘가치 있음(valuable)’이 결합된 결과이지요. 학교 교육의 진정한 혁신도 그러한 환경 속에서 길러진 아이들에게서 피어난다고 믿습니다.


우리 교육 환경이 때때로 힘든 이유는 실수에 대해 관대한 분위기가 부족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높은 기준을 맞추며 달려야 하고,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낙오자로 여겨지곤 하죠. 하지만 모두가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나 어느 부분에서는 서툴 수 있어요. 중요한 건 그것을 보완하고 자신만의 강점을 키워나가는 과정 아닐까요?


학창 시절 저 역시 과목마다 성취에 차이가 있었고, 때로는 그로 인해 예상치 못한 길을 가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이 저를 지금의 자리로 이끌어 주었고, 돌이켜보면 모든 순간이 의미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삶을 상상해보기도 하지만, 결국 저를 이루는 것은 그 모든 선택과 경험들이니까요.


저는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잘하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시절만이 줄 수 있는 소중한 행복을 충분히 누리라고 말해줍니다.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저마다의 재능과 개성을 인정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실수에 관대하고 다양한 꿈이 존중받는 세상이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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