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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an 09. 2023

악마라 불리는 천사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스무 살에 처음 완역본으로 접하고, 오랜만에 다시 영화로 만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시종일관 침울한 영화 음악과 학대당하는 제제의 모습을 보면 참 가슴이 아픕니다. 아빠를, 뽀르뚜가를, 선생님을, 동생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던 제제의 순수함은 어른들의 오해와 무지 속에 온몸에 피멍만 들게 할 뿐입니다.

 하지만 제제에게는 제제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해 주는 '뽀르뚜가' 아저씨, 그리고 말동무가 되어준 라임오렌지나무 '밍기뉴'가 있었습니다. 세상 누구보다 소중한 제제의 친구인 그들은, 하지만 곧 제제 곁을 떠나고 맙니다.

 얼마나 슬펐으면 제제는 환상으로 도망쳤을까요? 그렇게 인생의 통과의례를 겪으며 제제는 어엿한 성인으로 자랐습니다.

 이 소설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불리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바스콘셀로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며 성장소설입니다. 가난과 무지와 학대 속에서도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고, 이야기와 환상의 세계 안에서 동심을 지켜나간 제제가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한 편 애잔합니다. 제제에게 자신의 소중한 유산인 만년필을 선물해준 뽀르뚜가, 그리고 그 만년필로 이야기를 써 내려간 제제. 둘의 나이를 뛰어넘은 우정과 사랑 또한 아름답고도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혹시라도 제제처럼 말썽쟁이로 보이는 아이가 있다면, 악동이라고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어쩌면 그 아이의 내면은 그 누구보다 순수하고 선한 마음으로 가득 찬,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일지도 모르니깐요. 그 아이의 가슴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마르지 않는 샘처럼 감동적인 이야기가 끝없이 흘러 넘칠지도 모르니깐요.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 글은 동녘 출판사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완역본을 읽고, 스무 살에 블로그에 적어두었던 글입니다.^^



★제제.

너무나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이.

다섯 살 어린 나이에,

세상은 슬픔과 고통으로 가득 찬 곳이라고 깨달아 버린 아이.

아무 걱정 없이 새근새근 자던 사촌동생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때 참 평화로워 보인다고 느꼈었다.

세상 근심 걱정 모르고, 한창 자연 속에서 뛰어다닐 나이인데,,

사랑받고 싶었던, 그리고 사랑을 주고 싶었던 아이.

하지만 가난한 집안환경으로,

어느 누구도 제제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때리고 구박하고,,, 온갖 세상의 미움이란 미움은 다 받은 제제.

제제가 너무나 가엾고, 또 한편으로 기특하기만 하다.

힘들어하는 아빠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 모습. (비록 아빠는 노래 가사가 불건전하다고 하여 제제를 마구 때렸지만)

동생 루이스를 생각하는 마음에 자신이 아끼던 '햇빛' 목마를 기꺼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는 예쁜 마음씨.

세실리아 선생님의 꽃병에 꽃을 채워놓는 것 하나하나 다...

그런데 이런 제제에게 닥친 고통.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해주고 사랑을 느끼게 해 준 뽀르뚜가 아저씨의 죽음.

정말 제제에게는 왜 이렇게 슬픈 일들이 많은 건지...

그런 일들을 감당해내기에는 제제가 너무나 어리고 작게만 보이는데...  

그렇게, 온갖 시련을 다 겪은 후

정말, 어른이 되어 버린 아이.

몸도 마음도...

하지만, 제제는 이미 어린 시절,

너무나도 일찍이 철이 들어버렸다.

온몸으로 슬픔을 받아내며...

그 와중에도 순수함만은 고이 간직했던 아이.

제제 같은 아이가 아프지 않게, 슬프지 않게,,,

온 사랑을 다 주고 싶다...

세실리아 선생님 같은, 그리고 뽀르뚜가 아저씨 같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너무 일찍부터 세상을 안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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