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변화를 주고 싶으면 만나는 사람을 바꾸든지, 사는 곳을 바꾸든지, 새로운 경험을 쌓으면 된다. 나는 사는 곳은 바꾸진 못하지만,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갔다. 내가 힘든 것도 지방에서의 텃세가 한몫했기에…. 의정부에는 몇 년 전에 신세계백화점이 생겼고 2층에는 영풍문고가 들어섰다. 나는 영풍문고에 가서 책을 둘러봤다. 그런데 눈에 꽂히는 책이 있었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였다. 스물아홉 살이던 바로 전해, 나는 스마트폰으로 계속해서 자살을 찾아봤었다. 그래서 더 책에 꽂혔다. 나는 다른 책들과 함께 그 책을 구매했다. 그리고 앞부분을 읽었는데 나와 마음 상태가 너무나 비슷했다. 직장에서도 엉망이고 남자친구에게 실연당하고 외톨이인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생일날 바닥에 떨어진 딸기를 씻어먹는 아마리. 눈물을 꾹꾹 참으며 내 마음에 위로가 되는 문장들을 가슴속에 담아 가기 시작했다. 제1회 일본감동대상 대상 수상작! 책을 다 덮고 났을 때는 감동이 밀려왔다. 주인공 아마리처럼 획일화된 세상의 규격에 나를 끼워 맞출 필요가 없구나, 서른의 나이에 결혼을 하고 육아하는 삶도 있지만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는 삶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마리처럼 언젠가는 라스베이거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꾼 꿈은 바로 ‘소설가’가 되는 것이었다. 내가 읽은 소설가들의 소설 작품 중에는 자전적 소설이 참 많았다.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도 그렇고,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아멜리 노통브의 <두려움과 떨림>, 공지영 작가의 <봉순이 언니>등. 소설가들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로 풀어내곤 했다. 그러면서 나도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희진 작가는 팟캐스트에서 억울한 사람은 쓸 말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나도 억울한 일, 서러운 일, 답답한 일들이 많아서인지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면서 나름 한 장 두 장 습작 소설을 써보기도 했다. 그러나 어려웠다. 읽는 것과 쓰는 것은 달랐다. 소설가는 가장 빈곤한 직업이라는데 고전의 반열에 오른 소설가들의 재능이 위대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나에게는 아직도 더 많은 경험과 더 노련한 재능과 풍부한 다독과 부단한 연습이 필요했다. 그러면서 작가가 되는 건 내 인생의 꿈이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란 책을 구매했다. 딱히 기억나는 내용은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재즈와 클래식을 참 좋아한다는 것, 매일 규칙적으로 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나에게 소설가로서 뛰어난 재능은 없지만, 한 가지 소중한 재능 하나는 발견했다. 그건 나는 글을 쓰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쓰고 또 쓰고 쓰고 또 쓰고 할 수 있었다. 글쓰기의 근육이 붙으면 붙을수록 쓰는 것이 재밌었다. 어릴 땐 한 번도 작가라는 꿈을 꾼 적이 없는데, 나도 아주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움틀거렸다. 비록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때 우연히 친구와 홍대입구역 앞 독립서점에서 독립출판물이란 것을 처음 접하게 됐다. 한 번도 책을 내보지 못한 나는 처음으로 손수 책을 만들어서 출판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책도 여기서 만든 거예요?”
“독립 출판 수업을 들으면 만들 수 있어요.”
“저도 해보고 싶어요.”
이건 정말 너무나 재미있고 신기한 일이야란 생각이 들었다. 몇 권의 독립출판물을 구입하고 나는 독립출판 강의를 신청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노트북을 들고 강의를 들으러 갔다. 내가 만들 책의 기획서도 작성하고 책을 편집할 프로그램인 인디자인도 배웠다. 함께 수업 듣는 사람들에는 디자이너, 간호사, 시인 등 다양했다. 저마다 준비한 책 쓰기 주제들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내 가슴속은 설렘으로 일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