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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un 25. 2024

강신주의 장자 수업 – 12강. 동시 이야기

시와 소설을 즐겨요



강신주의 장자 수업을 어느새 12강째 듣고 있다. 그동안의 강의도 배울 점이 많고 무척 좋았는데 이번 강의는 특히 각별히 와닿아서 글을 쓰게 됐다. 12강의 제목, 동시에서 동은 한자로 같을 동同, 시는 옳을 시是 를 뜻한다. 보편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강신주는 장자의 말을 빌어 보편적으로 옳다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논리적인 사람은 이 문장에도 딴지를 걸겠지만, 이 강의에서 경계하는 게 바로 그러한 논리적인 태도다.)     


강신주 철학자는 물고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예로 든다. 물고기를 사랑한다고 해서 7성급 호텔에 가져다 놓으면 되겠느냐고 묻는다. 이건 이솝우화의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를 떠오르게 했다. 서로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자신이 편한 그릇에 대접해서 상대를 곤란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다. 나한테 옳은 게 상대한테도 반드시 옳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깨달음을 줄 것 같다. (그러나 정작 그러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느끼는 것이 없을 수도 있겠다.)    


 

논리적인 사람은 글자 그대로 지나치게 해석하며 하나하나 따지려 드는 데 잘못 걸린 상대방은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흑백논리와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멋대로 만든 망상을 기정사실로 하며 허위 소문을 유포해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당당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요즘 한국 사회는 파시즘을 연상시킬 정도로 획일화와 과격한 전체주의 문화가 가득한 것으로 보이며 그러한 군중들은 누군가를 조리돌림하고 따돌리며 연대하는 낙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절대적인 진리도, 완벽한 논리란 게 있을까? 강신주는 동아시아에서 논리가 발달하지 않은 이유를 성숙해서라고 말한다. 논리로 무장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서 조금 웃음이 나고 공감이 갔다. 그렇게 모든 것을 재단하고 수치화하고 근거화하려는 그 사람에게서는 어떠한 인간미도 느낄 수 없었고 맹자가 말하는 사단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사람처럼 느껴졌다.     



니체는 인간이 초인이 되는 방법으로 낙타, 사자, 어린이의 단계로 발달한다고 했다. 낙타는 짐을 가득 실은 노예와도 같은 삶, 사자는 조금씩 자율성을 획득하는 삶, 어린이는 창조와 유희로 완전한 자유를 향해 가는 삶을 말한다. 장자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는 낙타처럼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한 짐을 서로 떠넘기려고 싸우고 헐뜯고 아등바등한 모습을 보면 안타깝고 슬프기도 하다.     



강신주는 논리보다 중요한 것은 시와 소설이라고 말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고 이것도 하나의 완전한 정답은 없지만, 평소 시와 소설을 즐겨 읽었던 나로서는 매우 동의하는 바이다. 심지어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문학을 가까이하는 것이라고 이지성 작가도 <에이트>라는 책에서 주장했다.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고 수치화된 물질주의에 사로잡힌 세태 속에서 느리게 가고, 더 많이 음미하고, 여유를 추구하는 삶을 영위하기란 쉽지 않은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생각하고 숙고하고 창조적 삶을 추구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넓혀온 사람들은 결국 고통과 번뇌로 가득한 삶 속에서도 위대한 작품을 남겼다.      


정말로 내가 추구하고 원하는 게 있다면 장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꼭 장자뿐만 아니라 모든 위대한 고전이나 문학, 예술작품들을 접하다 보면 본질은 하나의 이야기로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논리정연한 태도도 물론 가치 있고 훌륭한 능력이지만, 조금씩 내 삶에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문학과 예술, 여유, 자유로움에 마음을 내어보자. 니체가 말하는 어린이, 그리고 궁극의 초인으로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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