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진작 할 걸 그랬어
좋아서 하는 일을 나도 찾아보자!
이 책을 읽기 전에 그녀가 예측했듯이 나도 '퇴사를 진작할 걸 그랬어' 또는 '결혼을 진작 할 걸 그랬어' 아니면 '서점을 진작 열 걸 그랬어’라는 이야기지 않을까 상상했다. 그런데 상상과는 다르게 '진작 고민할 걸 그랬어'라고 한다. 이 책에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분석이 담겨있었다. 초반엔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일본의 서점을 구경하며 느낀 내용들이 담겨 있었고, 후반엔 서점 ‘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일본의 책방을 분석하고, 탐구하는 내용이었다.
리딩 엔터테인먼트(Reading entertainment)
‘리딩 엔터테인먼트’라고 해서 읽기와 즐거움을 합친 용어다.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됐는데, 출판 강국 일본에는 정말 독특한 서점이 정말 많았다. 이는 서점과 다양한 문화산업을 결합한 형태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서점이라는 일반적인 고정관념을 벗어던져도 된다. 예를 들면 단 한 권의 책을 판매하는 서점, 맥주와 함께 책을 파는 서점, 고양이 관련 책만 판매하는 서점, 각 분야의 전문가인 컨시어지가 있는 서점, 사진집을 볼 수 있는 (서점은 아니지만) 식당, 생활용품과 책이 공존하는 곳, 북카페 시조 등 다양했다. 이건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을 제외하고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서점들의 새로운 생존 방식이다. 『책의 역습』의 저자 우치누마는 ‘책X무엇’의 전략으로 재미있는 시도를 많이 한 듯하다. 그중 인상 가장 깊었던 건 책을 랜덤박스처럼 파는 것이다. 포장을 뜯어보기 전까지는 어떤 책인지 알 수 없는 것. 뽑기로 나에게 온 책! 운명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매우 흥미롭다.
이 책에서 소개된 서점 중 가장 특이했던 건 모리오카 서점이었다. 땅값이 어마어마하게 비싼 긴자에서 단 한 권 만의 책을 판다. 책은 한주마다 달라지고, 주제에 맞는 소품을 같이 진열하거나 그 책의 저자를 초청하기도 한다. 개성은 확실히 있었지만, 서점 사장님도 장사를 하시는 것일 텐데, 이게 과연 이윤이 나는 걸까? 책에서 그녀처럼 나도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짐작할 뿐이다. 이윤이 나기 때문에 ‘긴자’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지 않을까. 이런 특별한 서점을 좋아하는 이도 분명 많이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책을 많이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닐 수도 있고.
이러한 다양한 시도들이 좋다. 그것들이 소비자의 외면이라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형태의 서점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즐길 거리가 풍성해지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말 반가운 일이다.
북 큐레이션(Book Curation)
'큐레이션'이라 하면 미술관 아니면 박물관을 떠올렸다. 서점에 대해 무지했던 나는 서점에도 ‘큐레이션’이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면, 서점에도 큐레이션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냥 책을 사러 가는 입장에서는 서점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주로 갔던 서점은 대형 서점이나 중고등학교 때 참고서를 샀던 동네 서점, 아니면 인터넷 서점이다. 이런 서점들은 분야별로 책이 꽂혀있었다. 학생 때는 별로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대부분 서점에 갈 땐 필요한 책을 미리 정해놓았기 때문에 책 검색 후 직진, 목표물 발견, 계산의 과정을 거쳐서 신속하게 돌아왔다. 그래서였는지 서가를 찬찬히 둘러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예전에 어렴풋이 이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다. 대형서점 메인 서가 자리가 매우 중요하며, 그 자리에 놓이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것.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책의 내용보다 출판사의 영업능력이라는 이야기. 요즘에도 이런 유통방식이 통용될까? 요즘 독자들은 수준도 매우 높고, 까다로운데? 문득 궁금하다. 북 큐레이션이라는 개념이 등장할 정도인데, 이제는 안 그렇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해본다.
이 업계에선 너무나도 당연한 개념이겠지만, 북 큐레이션이라는 개념이 참 신기하고 재밌었다. 큐레이션을 어떻게 할지에 따라 독자를 끌어당길 수도 있고, 흥미를 잃게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하루키의 어떤 책을 놓고, 그 옆에는 무엇을 놓을 것인가? 하루키의 다른 작품들을 놓을 것인지, 또는 하루키 작품과 비슷한 다른 작가의 책을 놓을 것인지. 아니면 해당 책의 배경지식을 설명해줄 수 있는 책을 놓을 것인지. 심지어 책이 아니고 입체적으로 독서할 수 있게 책에 나왔던 주요한 소품을 놓을 것인지. 고민하여 책을 배치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북 큐레이션이라고 한다. 재미있었다. 메인 서가에 진열된 책이 그 서점이 지니는 정체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제 서점에 가면 이 서점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유심히 살펴봐야겠다. 서점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가 하나 더 늘었다.
좋아서 하는 일
이 책의 부제는 ‘책에서 결국, 좋아서 하는 일을 찾았다’이다. 부제에 맞게 그녀는 진짜 좋은 일을 찾은 듯하다. 그녀가 낸 책방도 성공하는 중인 것 같다. 그녀가 좋아하는 책과 그녀의 진행 능력, 그리고 의도했던 의도치 않았던 그녀의 유명세까지 합쳐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고 있다. 실제로 '많은 돈을 벌고 있는가'는 나는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책에서도 SNS에서도 너무 바쁘지만, 행복하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요즘 그녀는 참 행복해 보인다. 아마 본인이 하고 싶고, 잘 하는 일들을 해서 그런 것 같다.
직장 외에 나도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무엇일까. 그런 걸 찾아보고 싶어 졌다. 그래서 이것저것 도전하고, 참여하는 중인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지금처럼만 책을 읽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런데 이 좋은 걸 지금이라도 읽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튼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게 뭔 지, 뭘 할 때 행복한지 찾아 헤맬 예정이다. 이 책의 부제처럼 나도 얼른 좋아서 하는 일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2018.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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