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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경 Mar 18. 2021

뇌(耒)씨 성의 정체

'뇌창목'을 둘러싼 해프닝

작년 12월 10일에 이훈우건축공무소 100년 기념 온라인 토크에서 발표를 맡게 되어, 식민지 조선에 세워진 민간 건축사무소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상공업자 명단을 실은 책자를 열람하던 중에 한 건축사무소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는데 바로 뇌창목(耒昌穆)건축사무소였다. 순간 눈을 의심했지만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耒(쟁기 뢰) 자였고, 점포 주인의 이름 역시 耒昌穆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금까지 뇌(耒) 씨가 한국에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하였고, 급한대로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지만 현존하는 성씨는 물론 사라진 성씨들 중에도 耒는 없었다. 다만 지금은 없어진 성씨 중에 내(來) 씨가 보여서 혹시 耒와 글자 모양이 비슷한 来(來의 다른 형태)가 잘못 표기된 것인가 하는 추정을 하였다. 그렇다면 내창목이 될 수도 있었다. 그건 그렇다 쳐도 이렇게 특이한 성씨를 가진 사람이 활동했다니 여간 신기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답은 뜻밖에도 허무하게 찾아왔다. 바로 오늘, 건축사무소에 대한 고찰을 문장으로 정리해 볼까 하여 자료를 재취합하는 과정에서 1940년대 신문에 실린 한 광고를 발견하게 되었다.



거기에는 주창목(朱昌穆)이라는 이름과 함께 4143번이라는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렇다. 앞서 보았던 뇌창목건축사무소와 전화번호가 일치했다. '뇌'창목인가 '내'창목인가 고민하게 만들었던 그 사람 이름의 정체는 바로 '주'창목이었다. 아마도 未의 왼쪽 상단에 붙어야 할 삐침획이 잘못하여 위로 올라가게 되어 耒로 오식(誤植)하게 된 듯하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책자를 다시 한 번 살펴보니 亥角을 玄角이라고 적는 등 기재 오류가 제법 눈에 들어왔다. 편집 과정의 흔한 오류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뇌창목이 아닌 주창목의 건축사무소는 1931년에 평양에서 설립되었다고 전한다. 설계, 시공, 청부업을 맡으며 '반도 건축자의 선구자로서 활약'하고 있다는 소개문이 눈에 들어온다. 근대건축가의 범주에 속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당시 건축업 관계자의 한 사람으로 활동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제대로 된 이름을 찾았으니 주창목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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