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도 가려주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무자비함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조준경 같은 것
그곳으로 추락하자
그 밑에는 어쩌면 푹신한 구름이 있겠지
너무 눈이 부시도록 희어서
안보였는지도 몰라
네 동그란 눈이
새빨갛게 충혈되서는
보는 사람 눈시울까지 붉히고 말이야
그러다 차갑게 빛나는 눈썹만 남으면
나는 비로소 고개를 들고 올려다봐
네 얼굴의 점을 헤어 본다
저기 점자리에 내가 장난스레 찍어놓은 것도 아직 있겠지
희미해도 오래 남아줘
네가 눈을 뜨면 사라질 그 어둠이여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주변 사람들의 얼굴이 어두워 지면 나도 같이 슬퍼지곤 합니다.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요. 그 때, 괜찮은지 얼굴을 자세하게 들여다 보게 되는데 아무리 어두워도, 밤이라도, 어찌나 선명하게 눈물방울이 보이던지... 이 시는 그 감정을 따라 습작을 해 본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