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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Aug 06. 2020

이야기가 콘텐츠가 되기까지

[스스러와 제3의 어른의 만남] 웹툰을 영화, 드라마로 만드는 기획 PD

웹툰을 영화, 드라마로 만드는 기획 PD

스토리스튜디오 혜화랩(Story Studio)은 이야기를 읽고 보고 듣고 만드는 일이 궁금한 12-19세 청소년들을 위한 열린 작업실입니다. [스스러와 제3의 어른의 만남]에서는 스토리스튜디오에 찾아오는 10대 창작자들이 집이나 학교에서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어른을 만나 궁금한 것들을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고 동료처럼 함께 작업하는 시간에 대해 전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웹툰을 드라마와 영화로 만드는 일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영화와 드라마의 '기획'은 어떤 일일까?

지난 7월 8일 '타인은 지옥이다', '재혼황후', '연애의 정령' 등 웹툰을 영화이나 드라마로 기획하는 장혜조 기획 PD (일명 '조이 PD')와 15여 명의 스스러가 만났습니다. 만화보다 웹툰이 익숙하고, 소설 책보다 웹소설이 친숙하고, TV 드라마보다 웹드라마를 자주 보는 10대 창작자들이 가장 만나고 싶던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수요일 저녁 7시라는 애매한 시간대에도 인천, 용인 등 다양한 지역에서 PD님을 만나기 위해 스스를 찾아왔습니다. 



이번 만남은 지식을 전달하는 강연이라기보다는 궁금한 것들을 자유롭게 묻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었는데요. 사전에 20여 개의 질문을 미리 받아놓았는데도 현장에서 질문이 쏟아지는 바람에 1시간 30분으로 기획했던 행사가 2시간이 돼서야 겨우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기획 / 제작 / 배급으로 나누어 단계별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어떤 전문가들이 그 과정을 만들어가는지 생생하게 설명해주셔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열기가 뜨거웠던 그 날의 대화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장르를 넘나드는 콘텐츠에 대하여


Q. 웹툰, 드라마, 영화는 각각 어떻게 다른가요?


요새 웹툰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좋아하는 원작, 오리지널 콘텐츠예요. 상상력의 폭에 제한이 없거든요. 보통 영화를 쓰겠다고 하면 기본적으로 사람이 움직인다고 생각해서 상상의 폭이 좁아져요. 예를 들면 웹툰 <닭강정>의 경우 '내 딸이 닭강정이 되었다'잖아요. 말도 안 되는데 그걸 보다 보면 영화로 한번 만들어볼까 싶기도 해요. 이처럼 웹툰은 상상력의 한계를 두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 소스가 좋아서 참고를 많이 해요. 제가 디즈니에서 일할 때 항상 소스, 스토리가 부족하단 이야길 많이 들었거든요. 디즈니에서 한 해에 개봉하는 작품이 15개였는데 12개가 옛날에 나왔던 만화의 실사 작품이나 속편, 시리즈물 등등 이었어요. 소재가 고갈되고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죠. 그래서 더더욱 '웹툰'이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소재의 장이 조명받는 것 같아요. 



Q. 웹드라마는 구성이 어떻게 다른가요? 


영화랑 드라마가 다른 것처럼 웹드라마랑 드라마도 달라요. 먼저 영화랑 드라마를 보면 기본적으로 찍는다는 건 같지만, 영화는 한 편을 가지고 2시간을 끌고 가는 콘텐츠고 드라마는 1시간짜리로 16번을 잘라주는 개념이에요. 그래서 드라마는 구성 상 매회가 위기로 끝나야 하죠. 하나의 커다란 기승전결의 이야기라면 영화에 적합해요. 영화는 극장에서 불 끄고 휴대폰도 켜지 않고 몰입해서 보는 콘텐츠잖아요. 영화는 '저게 말이 돼?'하고 관객들의 몰입이 깨지는 순간 실패예요. 그런데 드라마는 딴짓하면서 볼 수 있는 콘텐츠이기도 하고 중간부터 보기 시작해도 앞의 내용을 따라잡을 수 있어야 하니까 스토리텔링이 달라요. 


질문으로 돌아가서, 웹드라마는 드라마를 지향하는 콘텐츠면서 주요 관객은 더 어린 친구들이에요. TV 드라마는 심의 등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고려해 안정적인 대배우, 대작가를 쓰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웹드라마는 심의 같은 과정이 적기 때문에 기발한 것들, 통통 튀는 것을 시도할 수 있어요. 


Q. 2차 콘텐츠를 영화화할 때 원작자는 어디까지 참여하나요?


원작자는 아예 참여하지 않아요. 원작자는 원작에서 끝나요. 원작자의 작품이긴 하지만 2차 콘텐츠는 2차로 만드는 사람들의 창작물이니까 새로운 기획 단계로 넘어갑니다. 원작을 충분히 인정하지만 2차의 창작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2차 콘텐츠로 창작할지 여부를 결정할 때 어떤 의도로 만들려고 하는지 원작자와 충분히 소통해요. 2차 콘텐츠화가 된다는 건 원작자가 그 의도를 이해하고 작품을 맡겨도 되겠다고 동의했다는 의미예요. 


Q. 2차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원작과 다른 전개를 진행할 때 유의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이 웹툰이 인기가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 웹툰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지점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서 그 지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나머지 바꿔야 할 부분을 쳐내요. 예를 들면 연말에 웹툰 <여신강림>이 드라마로 나오는데 여신강림에서 팬들이 가장 원하는 건 '싱크로율'이에요. 싱크로율이 개런티 되지 않으면 절대 안 되거든요. 웹툰 <타인의 지옥이다>는 심리적인 쪼임, 그게 가장 중요했어요. 


이처럼 웹툰에서 제일 재밌었던 부분, 후킹했던 부분은 무엇일까를 정하고 나머지는 다 쳐내는 작업, 뼈대를 남기고 영화적으로 드라마적으로 조립하는 방식으로 일을 합니다. 원작이랑 너무 같아도 재미가 없거든요. 웹툰이 스포일러가 되니까. 그래서 <타인은 지옥이다>도 드라마로 만들 때 웹툰의 어떤 포인트를 새롭게 비틀면 좋을지, 그래서 웹툰을 본 사람도 보고 싶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웹툰 보는 층과 드라마 보는 층, 영화를 보는 층이 다르거든요. 웹툰과 드라마, 영화 독자의 교집합이 과연 50% 이상이...될까요?(웃음). 그 중 입소문을 낼 수 있는 팬들은 웹툰의 코어 팬들이니까, 코어 팬들의 기대치를 어떻게 만족시킬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조이 PD님이 담당했던 '타인은 지옥이다' 드라마


Q. 홍보 과정이 궁금해요.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한테 보고 싶게 만드는 게 홍보예요. 어디까지 보여줘야 흥미로워할지, 그 포인트를 잡는 게 가장 중요한 기획이거든요. 때로는 스포일러를 말해야 할 때도 있고.. 줄거리를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가 항상 가장 어려운 지점이에요. 매번 다르거든요. 예를 들면 베스트셀러를 기반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일종의 명성에 따르는 개념이잖아요. 그래서 원작과 다른 창작물이 나오면 관객들이 배신감을 느낄 수 있어요. 이런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어떤 걸 말하면 가장 후킹 할지, 어떤 걸 말해야 후킹 하면서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지, 혹은 배신감을 느껴 댓글 테러가 예상됨에도 이를 감안하고 갈지를 고민하면서 '이 작품을 가장 잘 팔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지' 기획합니다.  


Q. 코로나의 영향은 어떤가요?


사람들이 봐야 티켓이 팔리고 영화계에 돈이 돌게 되는데 그게 안돼서 어렵죠. 투자를 할 때 위축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나 드라마가 없어지거나 이야기가 없어지진 않을 거예요. 장기적으로 영화는 계속 만들어야 하고 이야기는 계속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기획 PD가 궁금해요.


Q. 기획 PD는 작품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나요?


원작이 있는 경우엔 원작을 읽으면서 어디까지가 영상으로 봤을 때 괜찮을지 생각해보면서 영화가 될 수 있을지, 드라마가 될 수 있을지를 판단해요. 정답이 있다기보다 본인의 노하우와 공력에 달려 있어요. 웹툰으로 봤을 땐 너무 재밌는데 영화의 관점으로 보면 재미없는 것도 많고 말도 안 되는 것도 많거든요. 작품을 봤을 때 2시간 만에 끝날 이야기인지 2시간보다 더 오래가는 이야기인지에 따라, 혹은 한 명이 주인공인 서사인지 많은 인물이 나오는 서사인지에 따라 영화가 될만한 이야기인지 드라마가 될만한 이야기인지가 결정돼요. 


Q. 잘 팔리는 시나리오를 판단하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도 알고 싶어요. (웃음) 가끔 영화를 보다 보면 되게 좋은 영화인데 왠지 안 끌리는, 보기 싫은 그런 영화가 있잖아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면 되게 좋은 영화네'하는 것들. 사실 저는 상업적인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보니니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팔릴만한 영화, 관객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가 로그라인이라고 하는 2~3줄 요약이 얼마나 후킹 하는지를 중요하게 봐요. 웹툰 <좀비딸>을 예로 들면, '좀비 세상이 되었는데 내 딸이 좀비가 되었어. 어떡할래?'라고 요약할 수 있어요. 로그라인을 듣기만 해도 되게 궁금해지지 않나요? 로그라인이 관심을 끌지 못하면 아무리 2시간이 되어도 보고 싶지 않을 거예요. 로그라인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저에게 콘텐츠는 '잘 팔리는가'가 기준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보고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인가가 로그라인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런 판단은 저 혼자 하지 않아요. 리스크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전체 공정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단계를 지날 때마다 계속 바꾸어가며 완성도를 높여갑니다. 


각 작품들의 로그라인을 만나볼 수 있는 STUDIO N 홈페이지


Q. PD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저는 되게 희귀한 경력을 가진 기획 PD에요. 영화업계가 아닌 회사들, 예를 들면 대기업, 화장품 회사를 다니다가 왔거든요. 그런 경력이 저한테 지금 굉장히 큰 장점이에요. <여신강림> 작품을 하면서 '저 화장품 회사에 다녀봤어요' 하면 엣지가 생기거든요. 여신강림은 화장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영화에서 다루는 이야기 자체가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다보니 그 경험을 해 본 사람인가가 중요해요. <좀비딸>이라면 부성애를 모르면 안 되잖아요. 아무리 대사를 잘 쓰는 작가라고 해도, 그 경험이 없으면 어려워요. 경험을 기반으로 녹여낼 수 있는 엣지가 있어야 해요. 나의 엣지를 여러가지 경험을 통해 어떻게 접목시켜가면 좋을지 고민하는 게 중요합니다. 


"조이 PD님의 이야기를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 뜨거운 스스러들의 열기!


영화에서 다루는 이야기 자체가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다보니 그 경험을 해 본 사람인가가 중요해요. 경험을 기반으로 녹여낼 수 있는 나의 엣지가 무엇인지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Q. 영화감독 지망생인데요. 무명기간 동안 뭘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같이 일하는 감독님, 작가님들 중에 신인이 되게 많아요. 제가 신인이랑 일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같이 기획하면서 이야기할 때 지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힘이 느껴져서 그 에너지가 너무 좋아요. 그럼 제가 어떻게 수많은 신인 중에서 하필 그 사람과 일을 하게 되었을까요? 돌이켜보면 그 사람이 지금까지 써놓은 글, 찍어뒀던 영상을 봤기 때문이에요. 그 사람이 쓴 글, 그 사람이 찍은 영화를 보면 길든 짧든 많든 적든 세계관이 보이고 장점이 보이고 생각도 보이거든요. 공백기라는 건 남들이 밖에서 보는 거지 본인에겐 공백기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청소년기에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책 많이 읽고 영화 많이 보고'는 필수예요. 그리고 '내가 만드는 것'보다도 '내가 만든 것을 봐주는 사람들을 제대로 이해하는가'가 굉장히 중요해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볼 때 한쪽으로 기울거나 편협하게 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것, 그 자세가 부족하면 힘들어요. 예를 들면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약자를 비하하거나 범죄를 미화하면 안 되니까요. 그러기 위해선 정치적으로 올바름 (PC: Politically Correct)을 예민하게 캐치할 수 있어야 해요


10대 때 많이 읽고 많이 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 다양하게 탐색하고 시도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랍니다. 


끝나고도 쉽사리 집에 가지 못했던 스스러들. 미니 싸인회까지 열렸다는 건 안 비밀-!




조이 PD님과 스스러간의 대화, 어떠셨나요?

솔직히 준비하면서 '아무도 질문을 안하면 어쩌지..'하며 내심 우려했는데, 우려가 무색할 만큼 정말 많은 질문이 오갔습니다. 질문의 깊이, 넓이가 다채로웠던 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자유롭게 질문을 하고, 솔직하게 답을 하는 그 열띈 분위기와 바이브가 너무 좋았습니다. 어떤 친구는 오늘의 이 만남으로 꿈이 정해진 것 같다며(아니 2시간만에?!) 흥분을 하며 돌아가기도 했지요. 나중에 들어보니 그날 밤에 너무 설레서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해요.


'기획 PD'라는 일이, 혹은 영화, 드라마, 콘텐츠 업이 정말 그 친구의 꿈이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누군가를 만났다는 것, 무언가를 시도하고 계속하고 싶어지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만났다는 것이 스스가 스스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영감이 아닐까요?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생각보다 일상 속 어른들은 비슷비슷합니다. 학교, 학원 선생님이거나 부모님 혹은 친구 부모님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죠. 그래서 스토리스튜디오에서는 세상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저마다의 확신으로 다양한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기회를 계속해서 만들어가려 합니다. 나의 작업을, 나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들고 싶어지는 마음은 그걸 계속해서 해 나가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응원받고 충전받곤 하니까요. 


앞으로 스토리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질 다양한 대화를 기대해주세요! 


글: C Program Play Fund 김정민 매니저



<이야기가 콘텐츠가 되기까지> 글 어떠셨나요?


8월에도 스스러와 제3의 어른의 만남은 계속됩니다.


영화 마케터와의 대화: 영화 <부산행>, <반도>의 모든 것 (8/22 토 오전 11시)


중학교 3학년 때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보고 영화인을 꿈꾸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영화 <부산행>, <반도> 등 40여 개 작품을 담당해온 영화 마케터와의 대화에 초대합니다.


사전에 보내준 질문을 중심으로 '영화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에 영화 <부산행>을 가지고 직접 포스터를 만들어보는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참여하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신청 링크:


브랜드 기획자와의 대화: 나만의 부캐 브랜딩 하기 (8/29 토 오전 11시)


브랜딩, 브랜드 기획, 브랜드 디자인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며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 후에 나의 부캐를 하나의 브랜드로 바라보고 브랜드 정체성, 컨셉, 이름 등을 스스로 정하며 기획안을 작성해볼 예정이에요. 기획안을 바탕으로 스토리스튜디오의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나의 부캐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도 만들어봅니다. 포스터도 좋고, 명함도 좋고, SNS 프로필 이미지도 좋아요.


신청 링크:


그 외에 8월의 스토리스튜디오 소식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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