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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Jan 25. 2023

매일 밤 눈을 감고 기도하는 (2)

행복하고 싶으면 행복할 수 있을까?

현재 나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기도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기도는 내게 부적 같은 것이란걸 인지하고 그만두었다. 애초에 나는 노란 종이에 빨간 잉크를 묻힌 부적을 집에 붙여 놨거나 지갑에 넣고 다니지 않았다. 그러니 기도도 내 일상에서 없어졌다.


기도가 일상에서 사라졌지만, 나의 매일은 변하지 않았다. 과거와 현재 모두 똑같은 걱정과 이겨냄, 기쁨과 슬픔, 상승과 하락을 마주하며 지냈다. 일상의 파도는 똑같이 밀려왔다. 크고 작은 파도는 있었지만, 쓰나미는 없었다. 부적이 없어도 쓰나미는 오지 않았다.


그래도 오랫동안 기도를 해왔던 탓인지 가끔 신의 힘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꼰꼰 건축에 면접을 보러 갈 때 살며시 눈을 감고 빠르게 마음속으로 외쳤다. 제발 면접 잘 봐서 떡하니 합격하게 해주세요. “아멘.” 아직도 기도하면 마지막에 ‘아멘’을 아무도 못 들을 정도로 작게 외친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도가 뭐든 이루어주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가끔씩은 이렇게 속으로 빌어본다. 어차피 기도는 공짜니까. 그리고 며칠 후 꼰꼰 건축에서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취업 성공이 꼭 기도의 힘만이 아니었음을 이성적으로 알지만 잠시 기도 덕분에 합격한 것이 아닌가 합리적이지 못한 의심을 가져본다. 나의 나약한 믿음이란, 참.


자발적으로 기도를 시작하고 그만두기까지 기도는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믿었다. 그 행복은 영원하기 때문에 ‘천국’에 가까운 것이었다. 영원히 고통받지 않고 행복하게만 살 수 있는 그런 천국을 원했다. 실제로 천국이 있는지 알 순 없지만 적어도 내가 발을 붙이고 사는 이 땅에서는 천국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의 파도는 나를 위로 올렸다 아래로 내릴 것이며 다시 계속 반복할 것이다. 어쩌면 이게 기도로 막을 수 없는 인생의 본성 아닐까? 회전목마 같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 처럼.


요즘엔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막연한 기도 대신에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이 평안할지 고민한다. 가끔은 포기하면 일이 술술 풀리기도 하고 꼬일 대로 꼬인 일은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항상 행복할 수는 없지만 행복한 일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러다가 가끔 쓰나미가 올 것 같으면 다시 기도드릴지 모르겠다. 매일 밤 눈을 감고 기도했던 나처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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