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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Jan 19. 2023

매일 밤 눈을 감고 기도하는 (1)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고등학생 때 나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꼭 하는 것이 있었다. 이걸 하루도 빠짐없이 대학교 졸업 때까지 했으니 꽤 오랫동안 했던 리추얼이자 믿음이자 꼭 해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매일 밤 눈을 감고 기도를 10년 동안 했다.


고등학생 때 나의 직업적 꿈은 작곡가였고 인간적 꿈은 행복한 사람이었다. 직업적 꿈은 학교에서 작곡 과제를 하고 음대에 가려고 노력하면서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았는데, 인간적 꿈인 행복한 사람은 좀처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시작했던 것이 ‘기도’였다. 태어날 때부터 선택권 없이 엄마 손에 안겨 교회에 갔고 그 후 나는 자연스럽게 신을 믿었다. 그래서 매일 밤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면 내 꿈이 이루어질 것 같았고 결국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에 도달할 것만 같았다. 매일 밤 하루를 마무리하고 방에 불을 끄고 침대에 눕는다. 그리고 눈을 지그시 감는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린다.


오늘도 좋은 하루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바라는 건 많지 않습니다. 엄마, 아빠, 누나,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건강하게 해주세요. 가족들에게 사고가 일어나게 하지 않게 해주시옵고 항상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게 해주세요. 친구들도 다치는 사람 없게 해주시옵고 내일 학교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게 해주세요. 아빠 사업이 잘되게 해주시옵고 내일 있을 중국어 퀴즈 시험도 잘 칠 수 있게 도와주세요. 항상 행복하게 해주시옵고 제 주변과 저를 항상 지켜주시고 돌봐주세요. 내일 하루도 행복하고 평안한 하루가 될 수 있게 해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아멘”


그렇게 속으로 간절히 기도를 드리고 '아멘'을 소리 내 외친 후에야 나는 잠이 들 수 있었다. 그리고 아침 7시, 기다렸다는 듯이 울리는 핸드폰 알람 소리에 또 하루를 시작했다.


하루는 항상 다사다난했다. 웃을 때도 있었고 울 때도 있었다. 어떤 하루는 기분이 너무 좋다가도 친구에게 말실수해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며칠씩 가던 우울한 기분은 친구의 농담 하나로 싹 잊히기도 했다. 내 인생은 항상 파도를 타듯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매일 밤 기도를 했던 이유는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나의 꿈은 항상 행복한 것이었고 행복이란 걱정, 불안 없이 사는 것이라고 믿었다. 이 꿈에 대해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영영 행복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봐 무서웠다. 그래서 어릴 적 나는 기도에 기대어 살았는지 모르겠다.


인제 와서 돌아보면 신께 기도를 드리는 게 부적 같은 거로 생각했었나보다. 기도를 하면 신이 나를 지켜주시고 하지 않으면 벌로 나에게 불행이 쓰나미처럼 밀려 들어와 내 모든 것을 파도로 밀어버릴 것 같은 생각. 그러나 나의 생각과 다르게 몸은 일상의 파도를 잘 알고 있었다. 일상에서는 쓰나미 같은 일은 잘 벌어지지 않는다. 그저 매일 위로 올라갔다 그만큼 또 내려가는 그런 파도를 몸은 잘 알고 있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그 당시 깊은 내면의 나는 기도의 힘을 믿지 않았다. 매일 밤 기도를 드렸지만 내 기도가 이루어질 거라고 믿지 않았다. 그저 기도는 내게 올 불행을 막아주는 부적 같은 것이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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