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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그릿 Sep 06. 2024

나는 정수기 설치기사인데.....

초보라서 죄송합니다.

아침 7시에 알람을 맞춰 놓으면 5분 간격으로 2번 만에 일어난다. 즉 7시 10분에 기상을 하는 셈.


기상과 동시에 정수기 앞에 가서 미지근한 정수 한잔으로 나의 일과는 시작된다.


 그리고 화장실로 간 뒤 샴푸를 하고 나서 아이들을 기상시킨다.


 아침 식사는 두유 한팩으로 든든하지 않은 첫끼를 때우지만 습관상 씹어먹을 만한 것 먹을 위인이 못되기에 충분히 만족하고 감사할 따름이다.(차에 끼니 대용 간식인 양갱이가 있어 더욱 다행.)


 10분이 조금 경과할 즈음 아이들도 하나둘 등교할 준비를 할 때면 포옹으로 인사를 하고 먼저 집을 나선다.


 이래저래 25분쯤 시동을 걸고 35분쯤 달리면 8시가 임박해서야 회사에 도착한다.


 

 회사 정면 사진을 찍어 놓은 게 없을 줄이야.

뒷문 밖을 나가면 폐가전이 즐비하다.

 언젠가 해당 업체에서 한 번에 가져가겠지.





 오전에 고객리스트가 준비되면 약속 컨택을 하고 약속된 분들꺼만 챙겨서 출발하면 일과가 시작된다.


 보통 첫 방문이 빠르면 10시 도착인데 평균이 10시 30분쯤 되는 것 같다.






아직 초보라 신규설치 위주로 하지만 가끔 이렇게 아는 범위 내에서 현장에서 a.s 수리를 해줄 때가 있다.


 해결이 될 때에는 희열과 성취감이 생기지만 모르는 게 걸리면 그냥 들고 오거나 다음 일정을 잡아 드린다.






그리고 때로는 현장 답사를 통해 다음 일정을 고지해 드릴 때가 있는데 이런 사례는 많지 않다.


 그저 현장에 도착해서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1시 전후에 때를 잘 맞춰 도착하면 최애 식사인 육회비빔밥을 먹을 수 있다.

  다른 건 땀을 많이 흘린 뒤 먹는 거라 먹는 둥 마는 둥 음식을 남길 때가 많은데 저놈 만큼은 순삭이다.

 그리고 진짜 최애 음식인 떡볶이도 종종 먹지만 김밥으로 때울 때도 많다.

 점심시간이 따로 정해진 것이 아닌 프리랜서다 보니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마음 같아서야 여유 부리며 한가하게 먹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일 욕심이 많기도 하고 일정도 빡빡해서 쉽지 않다.


 주어진 일이기도 하고 주신 일이기에 덤덤하게 수행하고 있지만 이 일을 통해 하나님께서 무엇을 맡기실지 궁금할 뿐.


 육신이 고되다 보니 사명감은 차치하더라도 감사한 마음이 우러나야 할 텐데 아직 내 일이라 여겨지지 않다 보니 갈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엉겁결에 하게 된 일이라 그런지 더욱 그러한 기분이 든다.


 일한 지 40일이 넘었는데도 좀처럼 마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빨리 목적의식이 생겨야 프로 의식도 생기고 균형이 잡힐 텐데 가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다는 생각이 들어 큰일이다.


 안정감이 들어야 스트레스도 줄고 늦은 귀가 길이라 하더라도 가족품에 안길 때 드디어 안식처에 왔다는 안도감도 들 텐데 말이다.


 12시간을 일했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현타가 온다.






가끔 일하다가 복도식 아파트 고층에 있을 때 우연히라도 풍경과 마주할 때는 심신에 평안함이 생길 때가 있다.


 매번 이런 평안한 감정이 생기면 참 좋겠지만 평소 시골길을 달려도 그다지이다.


 뭐가 됐든 빠른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목숨을 걸어도 좋을 만큼에 해당하는 일이라고 여기든 그런 일을 빨리 찾든 어쨌든 시급하다.


 실 왼쪽 팔꿈치와 오른쪽 어깨가 원래 불편했기에 선택함에 있어 녹록지 않았다 보니 끊임없이 되묻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하다.


 하나님.

부디 제 길을 하루속히 보여주시거나 기도하고 있는 부분에 응답을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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