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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그릿 Jul 11. 2024

기구한 사람 다 모여.

내가 젤 황당한 줄 알았어.

 나는 80년생 원숭이다.

그런데 사실은 79년생 양이다.


 그 시절 부모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결혼식만 올리고 3년 만에 떨어져 살았는데.

(이미 내가 돌쯤 무렵 부모 사이는 냉전이었는데 어머니 입장에서 사기결혼이라 여기셨다)


 내가 왜 79년생 양이냐 하면....


 내가 9살에 엄마가 찾아와 80으로 출생신고를 해줬기에 원숭이가 된 셈이다.


 아버지는 나에게 무관심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고 어머니 생각에 애는 학교에 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 찾아와 주신 거다.


 어머니 생각에 애 아빠라는 인간이 애를 학교에 보낼 생각이 없을 것으로 간주했다고 했다.


 어머니의 이런 생각이 없으셨으면 내 인생이 어떻게 흘러갔을지 참 상상하기 어렵겠단 생각을 많이 하고 자랐다.


동네 친구들은 하나 둘 초등(당시에 국민학교) 학교에 정상적으로 입학을 하는데 난 그냥 1년간 놀았다.


그리고 9살에 8살 신분으로 입학을 했더니 친구들은 이미 2학년이 되어 있었다.


아는 척 하기도 애매하고 서먹서먹하기도 하고 그렇게 1년이 지난 뒤 아랫동네로 이사를 했다.


더 이상 몸 부딪히며 놀 일도 만날 일도 사라지니 얼굴도 잊어버려 선후배인지 친구인지 서로 모르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나만 기억하다 보니 일부러 아는 척할 필요를 못 느끼니 고향 친구가 자연스레 삭제되어 버렸다)


그렇게 이 땅에 9살이 될 때까지 존재하지 않은 채 기구하게 살았음을 성인이 되어서야 느낄 수 있었다.


나보다 더 황당한 사람 많겠지?

그래도 난 내가 젤 황당한 줄 알았어. ㅋㅋㅋㅋㅋ


어쨌든 기구한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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