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회사를 계속 다니기 위함이다
이번 한 주는 월요일부터 야근하고 나니, 갑자기 컨디션이 망가졌다.
어쩌면 1주간 쉬었던 새벽 조깅을 다시 시작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1주 내내 피곤했다. 미리 예정되어 있던 금요일의 휴가로 짧은 한 주여서 참 다행인 한 주 였다.
아무래도 지난 1달 추가된 심리적 피로에는 "더 잘하자" "더 넓게 커버하자" 라는 스스로의 목표가 컸다. 그렇지만, 더 잘하고 더 넓게 커버하는 일 자체가 피로를 주진 않았다. 나에게 부담과 고민이 되는 부분은, 내가 스콥을 확장함에 있어 다가오는 사람들과의 갈등과 관계된 자기 자기검열 때문이다.
갈등 그 자체가 생겼다기 보다는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 라는 자기검열....
즉 나 스스로의 목소리 '내가 남의 밥그릇을 뺏는건 아닐까? 저 사람 업무의 연장선일거 같은데' '자 사람에게 피해가 가진 않을까' 라는 걱정 때문이다.
이건 나의 아주 오래된 개인적인 문제(?)로서, 조합과 화합,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내 성격 vs 동시에 성공하고자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야망 (이 야망은 결국 남과 경쟁하여 이겨야 이뤄진다) 이 부딪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겉으로 보기에, 회사에서 남을 밟으며(?) 거침없이 질주하는 사람들은 '내가 이걸 함으로서 상대방에게 개인적인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은 없어보였다. 그런데 나는 왜 이런 고민을 계속 지속적으로 하는 걸까?
회사에 나와서 친구를 만들고, 그들과 즐거운 시간을 최대한 보내고, 그들이 업무적인 힘들 일 있을 때 공격하기 보단 감싸주고 위로해주고 하는것이, 퀄러티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분들도 있다. 그 가치관이 과연 틀린걸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가치있고 아름다운 가치관이다. 회사에서의 상대방이 나와는 다른 이런 가치관으로 회사를 다님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업무에 이렇게 동동거리는 내 가치관이 맞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왜 나는 무의식적으로(?) 회사에서의 업무 딜리버리, 그 완성도를 제 1순위에 두는걸까?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회사를 왜 다니는가?
-회사에 돈을 벌러 다닌다.
-회사는 나에게 어떻게 돈을 주나?
-회사는 비지니스에서 이윤을 내야 나에게 돈을 줄 수 있다. 회사는 내가 회사 이윤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나에게 돈을 준다.
-내가 비지니스를 만들어내고 직접 세일즈하지 않는 업무인데, 내가 하는 업무 퀄러티의 어느 정도의 차이가 회사의 이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까?
-대부분의 일이 하는 시늉만 하면, 회사의 이윤에 긍정적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는다. 그냥 프로세스의 반복일 뿐이다. 유의미한 영향은, 엑스트라 마일을 갈 때 나온다. 즉 남들이 보지 못했던 blind spot 을 보고 그걸 비지니스에게 설득력있게 전달해야 비지니스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그게 이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즉 일을 "잘" 하는 사람만이 회사의 이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이 일을 그보다, 내가 하는 것이 맞을까? 내가 함으로서 회사의 이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까?
-YES
내가 하는 이 싸움이 맞는 싸움이라는 것을 나는 이 짧은 대화를 통해 다시 나 자신에게 납득시킬 수 있었다.
내가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회사를 계속 다니기 위함이다.
회사가 이윤을 내야 내가 월급을 받고, 회사가 존속해야 나도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다.
다시 생각해보니, 상대방의 감정에 연연하지 않고 강하게 몰아부쳤던 회사의 경주마들을 돌아보니, 그들은 회사를 더 생각했던 것 같다. 회사의 이윤을 1순위에 놓았기에, 동료의 감정상하는 일을 무릅쓰고라도 자기가 믿는 자신의 해야 할 일을 했던 것이었다. 그들이 이 경주에 동참하여 같이 달릴 수 있으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의 다음주가 다시 기다려진다.
나는 회사에서의 나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나는 (다시 흔들리겠지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