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의진 Jan 10. 2024

기획자의 습관

모든 사람이 기획자였다니!!

브랜드 크리에이터 최장순 작가의 베스트셀러 3부작(본질의 발견-의미의 발견-기획자의 습관)을 연속하여 읽었다. 그 마지막이 바로 이 책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기획(企劃)의 뜻은 '일을 꾀하여 계획함'이다. 그런데 저자는 조금은 다르게 나름의 철학으로 기획의 개념을 풀어낸다.


기획은 기획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식당을 고르는 일, 메뉴를 선택하는 일, 퇴근 후 만날 친구를 정하는 일, 영화를 고르는 것부터 주말 일과를 정하는 일, 모두가 기획이고, 우리는 매일 기획을 한다. 기획은 우리의 삶이고 우리의 일상이다. 현란한 테크닉을 앞세우며 전문가라는 벽을 세워야 하는 그런 독점적인 활동이 아니다. 일상을 책임감 있게 살아가려는 모든 이들이 할 수 있는 사유의 한 형식이다. 당신의 생은 이미 멋진 기획이다.


기획(企劃)
어떤 일을 도모하고, 그 생각들을 나누어 보는 것이다. 기획이 없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생은 기획한대로 살아갈 필요가 있다. (최장순)


이렇게 멋진 말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해야 나오는 걸까.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던 저자의 20년 전 모습이 떠오른다. 저자의 글들을 살펴보면 '기호학'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 언어학이라는 학문을 전공했기 때문에 그런 것인가 대강 생각해본다. 무슨 이야기인지 참 어렵기는 하지만, 그게 무슨 소리인지 잘 몰라도 책을 읽고 의미를 전달받는데 지장이 없다. 이것이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의 특징인 것 같다.


이 책은 기획을 업으로 삼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를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경험적으로 정리한 이야기다. 첫째는 기획자의 생활습관, 둘째는 기획자의 생각습관, 셋째는 기획자의 공부습관이다. 이런 류의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공식이 아니며 인사이트를 주기 위한 책이라는 사실을 친절한 사전 설명도 잊지 않았다.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기획자의 생활습관


1-1. 관찰의 힘

  관찰은 한마디로 '보고 살피는 것'이다. 시선은 언제나 깨어 있어 보는 것에 민감해야 한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 미세한 변화를 살필 줄 아는 섬세함이 필요하다. 관찰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관찰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건 바로 그 변화의 지점이다. 무엇이 그대로 있고, 무엇이 변화했는지 파악해내는 '관심'이 필요하다. 감각을 갖춘 사람들은 모두 감각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세상에 '관심'을 보이고,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구분 짓는다. 그리고 정보를 파악한 뒤 내 생각과 행동에 반영할 정보들을 취사선택한다.

  관찰은 나를 향하는 구심적 관찰과 내 외부 환경에 대한 원심적 관찰로 나뉜다. 두 가지 융형의 관찰은 모두 중요하다. 외부의 변화를 파악해야 그에 적응하기 위한 나의 태도를 취할 수 있으며, 내 상태를 파악해야 외부 환경에 맞출 수 있는 자기 역량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찰의 방향이 어느 한 쪽에 치우치면 페르소나의 발달뿐 아니라, 기획력까지도 안정적으로 구축되지 않는다. 관찰의 균형점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관찰이라는 행위를 '사진'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주었다. 사진 중심의 SNS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검색 결과를 기획자의 관점과 분석의 맥락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설명하였다. 똑같은 검색엔진을 사용한다고 해도, 사람마다 찾아내는 검색의 결과물은 모두 다르다. 사진을 찾아내는 방법도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SNS에서 보다 의미있는 정보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해시태그 연상력'이 필요하다.   

  저자의 관찰 방법 중 하나는 이른바 '미스터리 쇼퍼'가 되어 손님으로 매장을 방문해 보는 것이다. 어떤 상품을 기획하거나 홍보할 때 이렇게 관찰하는 방법은 보다 좋은 판단을 내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대화를 슬쩍 엿들어 보는 것도 저자의 습관 중 하나다.

  거리에 나가서 관찰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라고 제안하였다. 거리는 어디로 가지 않고 늘 그곳에 있는데, 단지 조금씩 변화할 뿐이다. 변화의 속도와 늬앙스를 파악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고, 이는 기획을 위한 좋은 자양분이 된다. 인위적으로 만든 트렌드 보고서나 책보다 거리의 관찰을 추천하였다.


1-2. 정리력

  멋지게 관찰하여 인사이트를 얻었다면, 그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들어도, 아무리 좋은 책을 읽어도, 아무리 멋진 회의를 해도, 그 내용들이 정리되지 않으면 모두 허사다. 정보들은 각자 중요도와 맥락을 가지며, 각 정보가 가리키는 방향은 다르다. 그래서 모든 정보를 동등하게 취급할 수 없다. 특정한 관점으로 정리해야만 한다. 그 관점에 따라서 어떠한 정보는 누락시키고, 어떠한 정보는 실제 언급된 양보다 훨씬 더 많이 부각되기도 한다.

  정리를 하려면, 일단 정리할 대상이 있어야 한다. 기록할 도구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기록하는 습관이 없다면 정리를 잘 할 수 없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순간은 연속적이다. 순간순간은 경험하자마자 과거가 되어버리고 기억의 저편으로 치닫는다. 순간의 기억은 과거의 기억이 되고, 과거의 기억은 이내 사라진다. 무언가 느낌이 오는, 놓치지 않아야 할 기억이라면 반드기 기록해두어야 한다. 그래야 기획을 위한 정리를 할 때 다시 꺼내 볼 수 있다.

   기록은 꼭 글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으로는 사진, 메모장, 음성 녹음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할 수 있다. 현장에서 글로 기록하기 어려운 것은 사진으로 찍어두면 좋다. 사진을 찍을 때는 눈치를 보지 말아야 한다. 기록을 위한 사진은 굳이 구도나 화질감이 좋지 않아도 좋으니 현장을 재빨리 찍고 와야 한다. 재빨리 촬영하지 않으면 종종 제재를 당해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기도 하다.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미팅'으로 기획을 시작할 때는 '컨택 브리프(Contact Brief)'를 작성한다. 컨택브리프는 논의의 참여자, 일시 및 장소, 논의 주제 및 내용, 추가 발전 및 기획 사항, 향후 일정 등을 중심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행정기관에서는 이러한 문서를 회의록이라고 한다. 어떤 미팅은 일정한 형식과 대화의 주도자가 정해져 있기에 나머지 팀원들은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보다 기록과 상황 관찰에 힘을 써야 한다. 민주적인 토론은 시간을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광고 대행사들이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정리습관 중 하나는 '크리에이티브 브리프(Creative Brief)'라는 기획에 대한 업무 시방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기획에 대해 각 부서와 관련자들이 함께 논의하고 합의한 내용들과, 기획을 맨 앞에서 책임지는 디렉터의 인사이트를 섞어 기록한다. 디렉터의 기획 방향을 표기하며, 이 방향을 실천하기 위한 부서별 업무 역할 및 책임을 명기한다. 기획 방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서로 기획의 사전 단계에 작성되어야 하며, 핵심만 기록하고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




2. 기획자의 공부습관


2-1. 공부는 습관이다

  기획을 위한 모든 노력은 공부다. 공부는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대화로 그 책과 사람을 읽으며, 마침내 이에 대한 글을 쓰고 논함으로 완성된다. 독서, 대화, 글쓰기 이 세가지는 공부에서 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밀착되어 있다. 공부는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으로 나뉜다. 우리의 능력은 제한적이고 세계는 무척 넓기에, 우리는 대부분의 지식을 간접 경험으로 획득한다.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그 분야에 대해 겸손한 마음으로 공부하고 기존 연구를 수용하는 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무언가에 정통하지 못하면 그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어렵다. 니체는 정신의 세 단계 변화를 '낙타(성실한 학생)-사자(자유)-어린아이(새로운 창조)'로 설명하는데, 단번에 어린아이의 단계에 도달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은 성실하고 제대로 된 정신적 훈련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자기가 선택한 분야에 대한 제대로 된 학습과 위 세대들이 일궈놓은 담론을 겸손한 자세로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렇게 해야만 비판과 극복도 제대로 할 수 있으며, 남들보다 먼저 새로운 가치에 다가갈 수 있다. 무언가에 정통하지 못하면 그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어렵다.

  책은 성공을 위한 수단이 아니며,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관이다. 책을 통해 우리는 저자가 바라본 세계와 교류할 수 있다. 이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다양성, 기기묘묘함들을 경험하게 해주는 독서는 그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 다산 정약용의 말처럼, 책은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고 사색할 줄 아는 힘이 중요하다. 잡다하게 등장하는 개론서들이나 유행을 반영하는 책들보다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뚝심있게 흔들리지 않는 바이블을 읽어야 한다. 그 한 권의 바이블을 시작으로 참고문헌을 다라 읽어가다 보면 그 분야에 대한 흐름이 잡힌다.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완독을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깊이가 깊지 않으면서 실용적으로 활용할 게 많은 책은 발췌독을 하고, 소설이나 에세이 류의 글은 스캔하듯 통독한다. 발췌독, 통독의 방법으로 책을 읽으면 대략 300페이지 안팎의 실용서는 하루 안에 충분히 볼 수 있다. 주요한 내용을 파악하여 기록하고, 인사이트를 정리해서 업무에 반영할 수도 있다. 책을 읽을 때는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그으면서 읽으면 정리가 된다.


2-2. 대화의 격률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화를 한다. 상대가 없을지라도 스스로와의 대화를 통해 사유를 발전시켜나간다. 혹은 책을 읽으며 텍스트화된 저자와 대화를 나눈다. 시각 텍스트(회화, 사진, 조각, 건축 등)를 마주할 때도 대화가 가능하다. 홀로 있을 때 자기 생각을 부정하고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 역시 자기 자신과의 대화다 혹은 내 머릿속에 각인된 타자의 흔적들과 나누는 대화일 수도 있다. 대화를 통하지 않고 사유하는 건 불가능하다. 모든 사유는 곳 대화이고 대화 없이 사유하는 사람도 없다.

  말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듣는 것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그저 달변가인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을 잘 듣고 헤아려 그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경청의 달인이다. 대화는 두 개 이상의 인격체가 있어야만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다. 주고받음의 밑바탕에는 언제나 경청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

  일상적인 대화는 논리적이지 않으며, 꼭 논리적일 필요도 없다. 맥락이 생략된 채 전달되는 경우도 많다. 상대의 말을 최대한 경청하고 생략된 논리까지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유추하여, 상대의 말을 매우 타당하고 합리적인 것으로 완성해주는 것이 '자비의 원리'다. 상대의 논리를 완성시켜준 다음 비판하면, 오히려 그러한 비판을 받은 사람은 자기를 비판한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기호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대화는 수많은 기호들이 오고가는 장이며, 대화의 주된 기호는 말이다. 우린 그 말에 집중하여 의미를 해독하고 나만의 의미를 생산한다. 그런데, 말을 하는 사람의 표정, 시선, 제스처 등 동작, 말의 늬앙스, 억양 등 말과 무관한 기호 요소들도 있다. 이들 기호를 준언어적 요소라고 부른다. 대화는 말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언어적 요소와 준언어적 요소로 이루어진다. 보다 나은 이해를 위해서 두 가지 기호체계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대화의 격률 (언어철학자 폴 그라이스)
 
1. 질의 격률
  최고 격률: 진실을 말하라
  하위 격률: 거짓이라 믿는 것은 말하지 말라. 적절한 증거가 없는 것은 말하지 말라

2. 양의 격률
  (현 대화 목적에) 요구되는 만큼의 정보만 제공하라. 필요 이상의 많은 정보를 주지 마라.

3. 관계의 격률
  관련성 있는 말을 하라

4. 방법의 격률
  최고 격률: 명쾌하게 말하라
  하위 격률: 모호한 표현을 피하라. 중의성을 피하라. 간결하게 말하라. 논리정연하게 말하라.


2-3. 표현 학습법

  기록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표현을 해야 한다. 표현은 지식을 공유하는 긍정적 행위다. 능동적 상기에 기반한 반복학습은 기억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수동적 리뷰가 읽기와 보기 등 수동적으로 학습하는 행위를 의미한다면, 능동적 상기는 질문에 답하는 것처럼 능동적으로 학습 내용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들어본 적이 있다는 건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 들어본 적 있는 것은 내 지식이 아니다. 진짜 내 지식이 되려면, 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무언가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다운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관점과 자기 목소리로 무언가를 설명할 수 있다면, 기획자의 자질을 충분히 갖춘 셈이다. 기획의 절반은 학습이지만, 학습을 완성시키고 오래 유지시키는 또 다른 절반은 표현이다.

  내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글쓰기다. 가급적 모든 글을 마침표로 끝나는 완성된 문장으로 적는다. 문장으로 완성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글은 절대 늘지 않는다. 문장으로 완성해야만 문장들 간의 논리나 위계를 설계하고 그러한 위계의 흐름 속에서 관점의 기획이 등장한다.




3. 기획자의 생각습관


3-1. 생각의 두 관점

  크리에이티브 없는 전략은 공허하고, 전략을 결여한 크리에이티브는 맹목적인 것이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친 기획은 균형감을 상실하고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거나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전략적 판단과 적절한 경험적 증명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이유다.


3-2. 발상의 힘

  기자처럼 일을 하면 훌륭한 기획자가 될 수 있다. 기자는 풍문을 기록하거나 제보를 받고 대상을 선정한다. 대상에 대한 사전 스터디와 취재를 통해 주제를 명확화하고 이에 대한 인식을 기록하는데, 기획기사는 공동체의 삶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된다.

  오래가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왜'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이는 철학의 문제다. 철학은 돈이 있건 없건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다. 사이먼 사이넥의 '골든 서클' 설명에 따르면, 지구상의 모든 조직은 자기들이 하는 일이 무엇(What)인지 알고 있다. 몇 몇 조직들은 자기들이 어떻게(How) 일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매우 소수의 조직만이 자기들이 왜(Why) 그 일을 하는지 알고 있다. 왜는 목적이며 원인이자 신념이다. 때로는, 현실적인 문제는 현실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때도 있다. 이럴 때는 ~면 어떨까(What if)라는 관점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3-3. 천개의 눈, 천개의 길

  떠들어댐은 생각을 정리하고, 배열하고, 비판하려는 순간 멈칫하게 된다. 비판이 시작되면 브레인스토밍의 리듬을 탄 채 무당 방언하듯 단어들을 내뱉던 우리들은 비판이라는 더욱 강력한 귀신 앞에서 신기를 읽게 되고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최대한 생각을 많이 뽑아내고, 모두가 충분하다고 생각할 때까지 비판을 자제해야 한다. 기획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주어지면 가급적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결론을 지연시켜야 한다. 충분한 것은 결코 충분하지 않다.

  움베르토 에코는 텍스트 해석의 층위를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저자의 의미다. 텍스트를 생산한 저자가 의도한 의미가 있다. 둘째, 텍스트 자체의 의미다. 사람 그 자체가 해독 가능한 텍스트이기도 하다. 셋째, 독자의 의미다. 독자들은 텍스트를 읽으며 자신이 처한 상황적 맥락과 지적 역량에 따라 자기만의 해석을 만들어간다. 텍스트의 해석은 이렇게 세 가지 층위에서 각각 생산된 해석들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무언가를 분석할 때 텍스트에 기반한 근거 없이 무작정 자기 마음대로 읽어서는 안 된다.

  사물이나 특정 개념을 다르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관점을 갖추는 훈련이 된다. 사랑한다는 말을 장미 한 송이로 다르게 표현할 수 있으며, 때로는 윙크로 표현할 수도 있다. 무언가를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고민해보고, 괜찮은 것들은 별도로 메모해둔다. 다르게 말해보는 연습은 다르게 생각하는 관점의 훈련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




이 책은 기획자로 살아가는 사람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소개다. 저자 본인은 이 책의 내용이 결코 단 하나의 정답은 될 수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이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의 니즈에 맞는 내용을 정확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인기있는 작가의 글쓰기와 출판사의 기획의도가 잘 맞아떨어진 책이 아닌가 싶다.


장학사에게 필요한 역량 중 특히 강조되는 부분이 바로 기획력이다. 교육전문직원 선발 전형에서도 기획능력을 평가하는 단계가 있고, 그 비중도 큰 편이다. 하지만, 장학사로서 자신의 담당업무에서 전문적인 기획력을 폭발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의 단련과 공부가 필요하다. 이 책은 그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세부적인 스킬보다는 기획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감수성을 길러주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장학사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전 10화 인공지능이 스포츠 심판이라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