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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진 Dec 28. 2023

챗GPT와 글쓰기

인공지능과 글쓰기, 뜨거운 두 개의 키워드를 융합하면?

인터넷 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0년대 말. 검색엔진의 발전과 방대한 정보의 세계가 펼쳐지자, 사람들은 '그거 인터넷에 다 있다.'며 다른 사람들이 생산한 정보들을 그대로 가져다 쓰며 조금 더 쉽게 일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지금까지의 공부와 업무 방식에 혁신적인 발전이 있을 것이라며 기대했지만,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이 생산한 지식의 결과물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일에 대한 윤리적인 걱정을 하였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났다. 사람들은 지식의 인용과 그 출처를 명시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어떤 사람이 쓴 글의 표절률을 검사해주는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신문기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사람들은 '사람의 냄새가 나는 글', 즉 사람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글을 통해 감동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진 듯하다. 글의 내용을 통한 지식의 습득을 넘어 어떤 깨달음이나 마음의 울림을 줄 수 있는 사람다운 글을 원하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몇 권의 글쓰기 책을 읽어보니, 최근의 글쓰기 책들은 이러한 부분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최근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인공지능이다. 교육청의 각종 연수에도 인공지능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느낌이다. 인공지능과 관계없는 사업도, '인공지능 시대의...'로 네이밍을 하기까지 한다. 책을 고를 기회가 있어 글쓰기 키워드로 검색을 했는데, 'Chat GPT'로 글을 쓴다는 최근에 출판된 책이 눈에 띄었다. 나도 참 얍삽한 사람이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까지는 해보지 않았었다. 정확성이 생명인 공무원으로서 인공지능이 쓴 글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이 크기 때문이다. 교육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도,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글을 쓴다는 것은 윤리적인 문제도 내포하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글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다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철학자 또는 인공지능 공학자, 이렇게 딱 두 종류라고 생각했다. 이 책의 저자는 누구인지 궁금했다. 저자는 국문과 출신의 데이터 처리 전문가였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니, 컴퓨터라는 디지털 기계가 사람의 언어를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관심을 두고 커리어를 쌓은 전문가다. 저자의 관심은 인공지능이 글을 얼마나 잘 쓸 수 있는가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인공지능이 글을 생산하는 패턴과 방식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고민해보는데 관심이 있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를 빌려, 자신이 생각하는 글쓰기의 본질을 다루고 싶어하는 느낌이었다.


반대로 나는 이 책에서 글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른바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내는 방법에 더 관심이 갔다. 사람의 말을 어떻게 표현해야 컴퓨터가 더 잘 이해하게 할 것인지, 사람이 진정으로 원했던 결과를 받아낼 수 있는지 궁금했다. 저자는 말 그대로 내가 관심있는 분야의 전문가였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생성형 인공지능이란 무엇인지 궁금하여 질문을 했다가 엉뚱한 대답을 들으며 실망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인공지능, 글쓰기 도우미


저자가 이야기하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글쓰기 방법은 글의 개요를 뽑아낸 후, 각 부분별로 정교화하고 살을 붙여가는 방식이었다. 전에 읽었던 '템플릿 글쓰기'의 글쓰기 방법과 비슷했다. 단, 글쓰기의 시작을 위한 틀을 만드는데 인공지능의 힘을 빌리고 있었다. 템플릿 글쓰기에서 강조했던 글의 각 부분별 '한 줄 쓰기' 문장을 인공지능으로부터 뽑아내어 글의 뼈대를 완성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예를 들면, 어떤 개념에 대한 글을 쓴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인공지능에게 해당 개념의 정의를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다음은 개념을 정의하는 문장을 분해하여 더 정교한 질문을 하여 문장으로 만들면서 문단으로 확장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적인 경험도 넣고, 자신의 생각도 담으면 하나의 글이 완성된다. 동일한 방식으로 책의 목차도 만들 수 있다. 저자는 설문지나 이메일, 보고서 등의 형식적인 글쓰기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하였다.


'참 쉽죠?'라고 이야기하며, 아주 어려운 그림 그리기를 아무렇지 않게 해내던 '밥 로스' 아저씨가 떠올랐다. 챗GPT에 질문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이 책의 저자처럼 인공지능으로부터 기대했던 문장을 뽑아내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방법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 나보다 아는 것이 적은 분야도 많기 때문이다. 이 인공지능 서비스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저 인공지능 서비스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중요한 과제나 비즈니스 분야의 글쓰기에 활용하기에는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대중적인 분야의 주제를 가볍게 풀어낼 때 활용하는 것이 글을 쓴 이후의 스트레스가 적을 것이다.




인공지능과 상담하는 글쓰기


저자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사람의 언어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관심이 많다. 인공지능이 말동무가 되어 상담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궁금증인데, 인공지능에게 직접 '행동주의적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달라는 식으로 상담을 하는 것처럼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정말 외로움을 크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나름의 실효성이 있는 상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인 듯하다.


이 영역은 다양한 인공지능이 사람의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대화의 세트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인공지능은 더 정교한 대화를 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인공지능이 어떻게 핵심 단어를 선택하는지, 어떻게 글의 형식에 따른 구조를 만들어나가는지, 어떻게 글을 요약하는 문장을 만들어내는지 등의 사례를 통해 인공지능 작동방식을 설명한다. 인공지능은 이렇게 생각하여 결과물을 산출해 내는 것이니, 이 점을 고려하여 질문하는 문장을 잘 만들면 된다는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다.





인공지능보다 글 잘 쓰기, 사람답게 글쓰기


인공지능과 사람이 쓴 글의 차이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도 챗GPT를 통해서 찾아낸다. 인공지능의 대답에 따르면 사람과 인공지능이 글을 쓰는 방식에는 다음과 같은 6가지 차이가 있다. 다음은 저자가 인공지능으로부터 받아낸 1차적인 답변을 그대로 옮긴 내용이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글쓰기에는 몇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 입력: AI 쓰기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출력을 생성하기 위해 텍스트 또는 데이터 형태의 특정 입력을 필요로 하는 반면, 인간은 개인적인 경험, 감정 및 상상력의 조합을 바탕으로 글을 씁니다.
• 창의성: 인공지능이 생성한 텍스트는 훈련받은 데이터에서 학습한 패턴과 관계에만 한정되며, 인간의 글은 훨씬 더 창의적이고 창의적일 수 있습니다.
• 감정과 컨텍스트: 인공지능이 만든 텍스트는 인간의 글쓰기에 비해 감정과 맥락을 전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것이 훈련받은 데이터에 한정되어 있고 인간의 언어와 의사소통의 뉘앙스를 이해하지 못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목적: AI 글쓰기는 종종 데이터 요약, 번역 또는 질의응답과 같은 특정 목적을 위해 설계되는 반면, 인간의 글쓰기는 스토리텔링, 저널리즘, 자기표현을 포함한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 적응성: AI 쓰기 시스템은 새로운 입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속하게 출력을 생성할 수 있지만 변화하는 조건에 적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인간쓰기의 유연성과 자발성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오류: AI가 생성한 텍스트는 교육데이터 또는 모델의 제한으로 인한 오류 또는 불일치를 포함할 수 있지만, 인간의 글은 종종 작가 고유의 관점을 더 섬세하게 반영합니다.


이 영역에서 저자는 인공지능과 사람의 글쓰기에 차이점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점점 더 많은 사례를 학습하게 되면 창의적인 글도 충분히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또한, 인공지능이 완전히 새로운 가설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기존의 개념들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을 찾아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가장 큰 차이는 '질문을 할 수 있는가'에 있다. 사람은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으며,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으로부터 원하는 대답을 얻어내기 위하여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부터가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대화 중 딴 생각도 하고, 순간적으로 멍때릴 때도 있는 등 인간은 이러한 인간다움을 바탕으로 새로운 질문을 할 수 있다.


집념은 가치없는 일을 가치있게 만들고 집착은 가치없는 일을 정말 가치없게 만든다. 집념은 자기생각의 뿌리를 굳건히 지키되 다른 사람의 생각에 열린 자세를 가진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말이 옳으면 자신의 생각도 바꾸는 용기가 있다. 하지만 집착은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닫는다. 오직 자기 생각에만 집중한다. 딴 생각이 집념이 되고 집착이 되어 글로 나타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자기 생각에만 집중한다. 사람은 집념하고 집착할 수 있다.




이 책의 마지막은 아주 특이하다. 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인공지능에게 어떤 질문을 했는지를 목록화하여 정리한다. 연구논문의 마지막이 참고문헌으로 끝이 나는 것처럼, 나는 이런 질문을 해서 이런 대답을 이끌어냈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저자가 이 분야의 전문가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느낌이었다. 인공지능에게는 질문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며, 이런 방식으로 질문을 해야 한다고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관련된 질문 몇 개를 챗GPT에 해봤다. 결과는 역시나 실망스러웠다. 인공지능이 더 많은 학습을 하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인공지능이 내가 관심있는 분야를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내 질문을 바꿔보는 것이 우선일지도 모른다. 아직까지는 인공지능에게 묻는 것보다는 내가 직접 정보를 찾아내어 내가 원하는 정보가 있는지를 직접 들여다보고 판단하는 번거로움이 익숙하다. 이 책은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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