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체육 선생님, 옛날 체육 선생님.
얼마 전,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요즘 청소년들이 TV를 보지 않는 이유가 바로 'TV가 경로당'이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글을 보면서 공감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도 대중문화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소비층이 40~50대이기 때문에 이들이 가장 즐기는 미디어인 TV가 이들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신문 기사를 본 기억도 있다. 비단, 대중문화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가장 보수적이라는 교육계에서 가장 진보적이었다는 40~50대 교사들이 교육개혁을 외친지도 벌써 20여년이 되었으니, 우리가 느끼기에 혁신적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젊은 교사들이 보기에는 이미 꼰대가 되어버린 세상이다. 내가 속한 조직에서는 아직 내가 젊은 축에 속하기에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나 역시 후배들이 보기에는 이미 완벽한 꼰대일 것이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젊은 교사, 그 중에도 젊은 체육 교사들이 너무 궁금해진다. 직접 만나기는 어려운 시대, 온라인으로나마 젊은 체육 교사들에 대하여 자료를 찾아보고 생각해본다.
체육을 전공한다고, 체육 교사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에 대한 주변의 반응
나는 40대 초반이다. 90년대 중반에 청소년기를 보냈다. 마이클 조던이 여섯 번 우승하는 장면을 라이브로 봤고, 슬램덩크 만화를 봤고, 농구대잔치와 대학농구를 봤고, 3대3 길거리 농구대회에 참가하며 자연스럽게 체육 교사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내가 체육 교사가 되겠다고 이야기를 했을 때, 부모님의 실망스러운 반응을 아직도 기억한다. 공부도 곧 잘 하던 아들이 체육을 전공하고 체육 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겉으로 드러내며 반대하지는 않으셨지만 걱정하는 마음 아쉬운 마음이 아주 크게 느껴졌었다.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대한민국 최고대학에 가겠노라고 선언을 했고, 결과적으로 대입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교사가 되는 것보다는 공부를 계속하여 대학에 남기를 바라기도 하셨다. 물론, 지금은 적성에 맞는 삶을 찾아 즐겁게 살고 있는 아들을 보며 흐뭇해 하시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체육교육을 전공한다고 하면, 무슨 종목의 운동선수인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그 대학교를 다닌다고 하면 '와!!'하며 깜짝 놀랐다가도, 체육교육과를 다닌다고 하면 '아~'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교사가 된 이후에도, 다른 교과 교사들로부터 체육 선생님들은 참 편하겠다고 하루종일 애들하고 놀아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가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체육 선생님이 생각보다 똑똑하셔서 놀랐다는 상대의 반응에 기분이 많이 상하기도 했었다.
이것이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좋은 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체육교육을 전공하고 체육교사가 되어 살아온 40대 초반인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다. 아마도, 내 또래 체육 교사들이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 역시 학창시절 체육 선생님들을 떠올렸을 때의 일부 좋지 않은 이미지가 있고, 직접 본 적은 없더라도 일부 선배 체육 선생님들의 전설적인 만행들을 전해들어 알고 있기에, 체육 교사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반박하기는 어려웠다. 마음 한 켠에 이런 인식을 만들어낸 일부 선배 교사들을 원망하며,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구나 하는 다짐을 했었다.
내가 교사가 되기 직전, 그러니까 나보다 십여년 앞선 선배님들께서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하여 참 노력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다. 이 분들 덕에 체육 교사로서의 자부심을 키웠고, 이 분들의 발자취를 따라 부끄럽지 않기 위한 후배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나아가, 언젠가 만나게 될 후배 체육 교사들이 나를 보고도 힘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도 생겼다. 이러한 노력들은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느끼기에 2000년대들어 체육 수업은 분명 달라졌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가장 기다리는 수업이 가장 좋아하는 교과가 체육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한 학생들이 성장하여 교사가 되고 있다. 그들이 바로 이른바 MZ 세대 교사들이다.
MZ세대 교사와 X세대 교사가 공존하는 공간, 학교
개인적으로 세대론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데, 꼭 그룹을 지어서 이해를 해야만 하는지 의문이었다. 언론이나 어른들로부터 젊은 세대는 어떻다고 규정되었을 때, '자기들이 뭔데 우리를 마음대로 연구하고 규정하는가'라는 반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내가 꼰대가 되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요즘 젊은 세대에 대한 주제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저절로 관심이 간다. 더욱이, 교육청에 들어온 이후에는 요즘 학생, 요즘 학부모를 넘어 요즘 교사들에 대한 관심까지 더욱 커지고 있다.
여러가지 글들을 찾아보다가 최근에 대구광역시교육청 대구미래교육원에서 재미있는 연구를 해서 발표한 내용을 알게 되었다. 내용 중 가장 내 눈을 끄는 부분은 교사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에 관련된 부분이었다. MZ세대 교사들에게 교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수업 역량이었고, 교사의 정체성은 교육에 대한 전문성에 있으며, 학교 밖의 삶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반면 X세대 교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책임을 다 하는 부분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로서의 직무수행을 하는 동기도 MZ세대 교사들은 전문가로서의 성장에 관심이 많은 반면, X세대 교사들은 사명감과 책임감이라는 동기의 비중이 컸다. 두 세대 모두의 생각에 공감을 하게 되는 것을 보면 내가 정확하게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세대가 맞기는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다음에 첨부된 PDF 파일의 내용과 같다.
학교에서 젊은 교사와 나이 많은 교사가 충돌하는 일들이 간간히 있다. 젊은 사람이 부하직원이고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상사인 경우에는 이런 갈등이 구조적으로 많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교사들이 모여 있는 학교는 수평적이고 느슨한 조직이기 때문에 교사 간 갈등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꼰대의 시각으로 봤을 때 어이가 없다고 느껴지는 갈등도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봤을 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갈등도 분명 있는 것 같다. 조직을 관리하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개인적인 삶을 이해하기 전에 해당 세대의 공감대를 먼저 이해하기 위한 노력 역시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체육 교사들의 소통, 네트워크의 변화
내가 경험한 문화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이미 퇴임하신 선배님들 세대에도 체육 교사들의 네트워크는 교사의 성장에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들었다. 그 옛날, 선배 교사가 후배 교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바로 훌륭한 체육교사와의 만남을 주선해 주는 것이었다고 들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의 동경하는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크게 성장을 할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다만, 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과정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개인용 휴대전화도 이메일도 없던 시절, 교과별 직무연수나 교과연구회, 학습공동체도 활성화되어 있지 않던 시절에 까마득한 선배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았을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전국체육교사모임'을 중심으로 전국단위, 지역단위의 교과연구회가 활성화되고 직무연수를 통한 수업사례 나눔과 현장연구가 확산되었다. 체육 교사 한 명이 다른 교사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통로가 늘어난 것이다. 아마도, 시기적으로 인터넷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시간과 공간이라는 물리적인 제약을 넘어설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당시 선배님들이 남겨주신 수업의 흔적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 존경하고 만나고 싶었던 선배님을 만나게 되고 대화를 나누게 되었을 때, 연예인을 만난 것처럼 마냥 행복하고 황홀했던 기억도 난다. 어쨌든, 내가 선배님들의 수업 이야기를 알게 된 것은 분명 인터넷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이런 정보들을 바탕으로 직무연수 등의 현장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러한 맥락은 교육부, 교육청의 '교원학습공동체' 정책으로 이어져 공식적인 지원을 받으며 더 넓게 확산되었다. 이러한 맥락들은 학교 체육의 질을 한 단계, 아니 두 세 단계는 높게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많이 흐른 것 같지 않지만, 말 그대로 순식간에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 세상에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시대가 되어 버렸다. 모든 사람이 손 안의 휴대전화로 언제든지 소통하고 있다. 단순히 전화로 대화를 하던 시대를 넘어, 글, 그림, 영상, 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자료를 언제든지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나 역시 2010년대 초반부터, 소그룹 단위의 카카오톡 대화방, 페이스북 그룹, 밴드 등의 플랫폼을 통하여 모바일 기기로 소통을 하게 되었다. 다음 까페, 네이버 까페 등도 모바일 시대에 맞게 변화하여 접근성이 더욱 높아져서 그런지 회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처럼 느껴진다.
몇 백명이 모여있는 큰 체육교사 단톡방에 초대되었을 때, 그 어떤 공문이나 보도자료보다도 더 빠르게 더 영향력있게 좋은 내용들이 확산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단톡방에 지금은 해당 서비스의 최대 인원인 3,000명의 체육 교사들이 모여있다. 그리고 2020년 원격수업이라는 체육 교과 역사상 최대의 위기에, 이 단톡방을 통하여 빠르게 소통하며 준비한 체육 교사들은 위기의 순간에 집단지성으로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었다. 공식적인 연구결과는 없지만, 이 단톡방은 체육 수업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유튜브, 블로그, SNS 등의 다양한 플랫폼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모바일 시대의 교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꼰대의 시각으로 봐도 정말 대단하다고 말 할 수 밖에 없는 요즘 체육 교사들
MZ 세대 체육교사는 체육 수업의 질이 한 단계 올라갔던 시기, 즉 2000년대에 학교 체육을 경험했던 교사들이다. 이들에게 체육 교사란 공을 던져주고 사라지는 부끄러운 어른의 모습이 아니라, 항상 연구하고 고민하며 열정적으로 수업을 하던 본 받고 싶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스포츠문화의 폭발적인 발전으로 스포츠를 누리며 성장했기에, 스포츠 분야에 대한 인식 역시 과거와는 다르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요즘 체육 교사들에게 체육을 전공한다는 사실만으로 위축되거나 하는 모습은 과거에 비해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 대부분의 경우에 체육 교사라는 자부심이 저절로 느껴질 정도이며, 체육 교사로서의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는 느낌이다. (이것은 어쩌면 내 착각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체육 교사라고 하면 술 잘 먹고 잘 노는 교사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자기 관리 확실하고 매사에 적극적으로 헌신하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온라인 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체육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체육 교사로서의 자부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체육 교사들에 대한 고정관념에 상처받지 않고, 오히려 이를 밈(meme)으로 즐기는 여유있는 모습도 보여준다. 수업이나 학교생활 등과 관련하여 만나고 배우고 싶은 선배 교사가 있다면, 일면식 없다고 주저하지 않고 SNS나 이메일 등을 통해서 중간자 없이 곧바로 연락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공유하려고 노력하고, 다른 교사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공유해 줄 것을 기대한다. 어떻게 보면 버릇없이 보일 수 있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마음 속으로 담아두고 고생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으로 생각한다. 꼰대의 시각에서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부럽고 닮고 싶기도 한 모습인 것이다.
그동안, 서울교육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최근에 서울의 체육 선생님들이 다른 시도 선생님들만큼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상황, 원격수업이라는 체육 교과 최대의 위기 국면에서, 젊고 역량 있는 서울의 체육 선생님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선배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젊은 나이에 교육청에 들어와 나이에 맞지 않는 고민과 걱정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교육청에 들어와 일을 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후배 교사들의 모습과 비슷하게 살고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훌륭한 선배들이 학교 현장을 떠나셨다고, 내가 학교에 없다고, 훌륭한 후배 교사들을 잘 모른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선배님들 말씀처럼 항상 훌륭한 교사들은 존재했고, 그들 덕분에 우리나라는 교육을 통해서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을 나 역시 가지고 있다.
교육청에 있다보면 학교 현장에서 열심히 하는 교사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교사의 입장에서는 주변에 아무도 없고 나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고민하는 경우도 많지만, 장학사의 입장에서는 적어도 동일한 주제로 고민을 하는 교사들이 한 명만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내가 모른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다.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역량 있는 교사를 만날 수 있고, 이런 교사들과 함께 모여 이야기를 하다가 보면 새롭게 배우는 것도 참 많다. 개인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깊어지는 생각이 하나 있다면, 장학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바로 '역량있는 교사들을 서로 연결하여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학창시절에 교육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교직단체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회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교육철학도 없는 교사는 없을 것이다. 과거의 시각에서 훌륭한 교사상을 지금 시대에 그대로 가져와 후배 교사들에게 강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른바 '나대는' 교사라고 비난하기도 쉽고, '관종'같다고 '교사답지 않다'며 비난하기도 쉽다. 하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이면의 교육에 대한 열정과 그들의 성장하고자 하는 동기를 읽어내야 할 것이다. 현장연구와 수업의 질 향상으로 연계되도록 안내해주는 것이 선배들의 역할일 것이다.
*참고문헌
이호철, 정우식(2011). 학교·지역 단위 체육교과연구회 활동을 통한 초임교사의 경험과 반성에 관한 연구
정현철, 김대진(2018). 중등 체육교과연구회 문화 및 참여 의미 탐색
유은혜, 조건상, 양동석, 권용철(2020). COVID-19에 따른 체육교사 간 온라인 수업 운영 차이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