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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에게 닿기를 Jul 01. 2018

"고맙다, 우리가 꽃임을 기억하자"

네가 보낸 마음에 대한, 나의 답장

며칠 전 이태원 내 한 루프탑에 앉았던 S와 나는 화려하고 고요한 서울 야경을 바라보며 한동안 말을 아꼈다. 고된 일주일이 지난 금요일 밤, 저마다 마음에 쌓였던 감정의 부스러기를 털어내고 있는 듯 했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가끔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 존재한다.


'꿈, 상경, 멋있는, 당당한'…이런 것들이 우리가 공유하는 단어들이다. 정말 이상적이지 않나? 그러나 저 단어들이 주는 무게에 눌려 질식할 것 같은 순간을 경험할 때, S와 나는 가끔 직설적인 말로 서로를 위로한다.


"달려보자. 해보자. 나아가자. 포기하지 말자! ". 이렇게 말은 하지만 어차피 다들 약한 부분 하나쯤 가지고 있는 그냥 사람이라는 걸 S도 나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깊이 이해한다. 일요일 오후, S가 내게 보낸 발랄한 긴 카톡에 대한 나의 답장에 사랑과 희망과 용기와 위로를 실어 보낸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마음에도 내려 흘러가는 일요일이네. 하트 뿅뿅한 네 카톡을 보고있으니, 꽉 찬 느낌이 들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항상 너의 말들은 나를 다독이고 힘이되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안해도 돼! 난 항상 너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멋있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도 많이 해. 너가 말했던 모든 말들은 내게 진심으로 다가왔어. 고맙다.


'꿈'이라는 걸 가지고 떠나온 사람들의 마음은 다 똑같을거 같아. 고고하고 우아한 백조처럼 보이기 위해 물 밑에서 열심히 물장구를 치고 있겠지. 너도, 나도 그렇고.


그런가 하면 일에, 사람에, 감정에 치이고 가끔은 내가 만들어 놓은 꿈이라는 것에도 압도당해 한없이 어두운 생각에 빠질 때도 있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무언가'(=꿈)를 열심히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가도 막상 텅 빈 내 손을 보자면 서러움이 밀려와 감당할 수 없는 순간도 존재하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도 크게 다가와 힘이 빠지기도 하지만 난 우리가 겪는 모든 시간이 더 성숙해지는 길임을 믿어 의심치 않아. 무지개를 따라가 본 사람만 볼 수 있는 풍경이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에.


꽃이 피려면 시련과 고통도 있겠지, 그러나 우리가 꽃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자.


우리가 항상 했던 말 있지? "멋있는 커리어우먼이 되자". 어떤 것을 진정으로 얻고 싶다면, 내가 정의하는 '멋있는 커리어우먼'의 이미지를 과감히 버릴 줄도 알아야 하는 것 같더라. 어떤 것을 형상화하는 순간 그 방향으로만 가야할 것 같은 압박에 사로잡힌다는 생각이 들어. 진정 강한 사람은 유연함을 가지고 있듯이.


그래서 나도 내게 좀 여유를 줘 보려고. 역풍을 맞으면 뛰는 것보다는 잠시걸음을 멈추고 상황을 보는 게 더 현명한 게 아닐까 한다.


생각해보면 인생은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 같아.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길에 발을 들여 놓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상상하던 모습이 아닌 걸 확인하기도 하고, 이젠 포기하고 돌아서야지 마음 먹은 순간 내가 원하는 걸 얻게 되기도 하고 말이야.


'자유롭고 독립적이고 인생을 즐기자'. 내가 좋아하는 문구야. 방향성도 중요하고 성과도 중요하겠지만, 우리 '진짜'가 되기 위해 힘내자.


사랑한다. 내 동생. 2018.07.01. FROM.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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