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다른 약은 없었다
네가 개새끼든, 아니든.
지극히 평범하고 지극히 사랑스러운 한 사람을 사랑했다. 그래, 사랑이었다.
이별은, 이별에는 다른 약이 없다. 견디는 것. 그뿐. 그냥 무식할 만큼 참는 것. 생각하지 말아야지 했다가. 에이 몰라, 생각 안 날 때까지 생각해 버려야지 했다가.
결국 꾸욱 마음을 누르고 눈을 감아 버리는 날들을 반복하는 것. 어떤 날은 1초도 쉬지 않고 떠오르는 네 생각에 화딱지가 나는 것. 뇌에 덕지덕지 붙은 시퍼런 기억을 억지로 뜯어버려야 속이 시원할 것 같은 것.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절망스러운 것. 널 만나기 전으로 시간을 돌리고 싶은 것. 근데 그러기는 싫은 것. 하루에 5번쯤 아니, 그 이상. 일주일하고 며칠쯤 반복.
밉고, 원망스러워... 아니, 사실 화가는 것. 미치도록 화가 나는 것. 세상에 있는 모든 욕을 쏟아붓고 싶은 것. 속으론 아닌 걸 알기에 비참해지는 것. 이런 날들을 꾸-욱 눌러가며 또 하루를 살아 내는 것. 하루에 2번 일주일 반복.
시간이 지나며 기억이 추억으로 변하는 것. 그게 못내 아쉬워 남은 기억을 한 번 더 떠올려 보는 것. 사실 이제 살만한데, 그게 또 속상한 것. 편안한데 불편한 것. 고마운데 미운 것. 슬픈데 행복한 것. 싫은데 또 고마운 것.
그러다가,
이젠 행복해라 말해줄 수 있는 것. 사랑이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 너도 나도 수고했다 말할 수 있는 것. 한 뼘 성숙해진 내 모습에 네가 서려있는 것. 넌 없어도 나의 일부분이 돼 버린 것.
그리고 다시 지극히 평범하고 지극히 사랑스러운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 일. 다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