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순간은 너무도 찰나였고 이상하리만큼 금방 식었다
너의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고 행복하던 순간이 있었다.
그때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았던 때라, 너의 눈빛 목소리 분위기 말투 모든 게 사랑스러웠다. 손가락까지 이뻐 보였다. 짧은 순간이지만 너와 안고 있으면 이대로 죽어도 좋다고 여겼다. 그 순간이 영원하길 바랐다. 너를 뛰어넘을 그 누구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순간은 너무도 찰나였고 이상하리만큼 금방 식었다.
시작부터 멀리 떨어져 지내야 했던 우리는 서로를 너무 몰랐다. 곧 다른 커플과 마찬가지로 싸움이 시작됐다. 대게 사소한 것이었다. "왜 전화를 그렇게 끊어" "말투가 왜 그래" "왜 연락이 늦어" "왜 다른 남자가 널 데려다줘" "왜 집에 빨리 들어가지 않아"…수많은 '왜'들과의 전쟁이었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죽을 힘을 다했다. 어떤 날은 서로가 준 상처 때문에 울고 밤을 지새우고 하루를 멍하니 보냈다. 싸운 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울리지 않는 우리의 카톡방을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하는 날이 늘어갔다. 상처받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서로에게 더 잔인해졌다. 날 이해해달라고 소리쳤다. 아마 그것은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확인을 받고 싶은 날들이었다고 여겨진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마음이 멀어질수록 싸움의 목소리는 커졌다. 마치 크게 말하면 금방이라도 날 받아들여 이해해주고 다시 사랑받을 수 있는 것 마냥. 그러나 그 수많은 단어는 너와 내 마음에 상처만 남기고 파편이 되어 버렸다.
우리가 조금 더 가까이 살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서로를 만지고 안고 살을 부비는 날이 더 많았겠지. 만약 그랬다면 언어로 다 전할 수 없는 진심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을까. 서로의 체온과 눈빛으로, 말로 다 하지 못한 앙금을 녹일 수 있었을까.
확실하진 않지만, 어렴풋이 짐작된다. 넌 내게 사랑받고 싶었다는 거. 가끔 나와 있을 때 애교를 섞어 째려보던 그 눈빛이 널 보내고 난 뒤에도 마음에 꽂힌다. 그때 '왜그래'라고 물을 게 아니라 한 번 더 널 안아줬어야 했다. 사랑한다고, 우리는 잘 할거라고 말했어야 했다. 사실, 나도 네게 정말 사랑받고 싶었다. 하지만 헤어진 후에는 왜 사랑해주지 못한 기억이 더 날까. 분명히 나는 더이상 갈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토닥거려주지 못한 날들이 미안해진다.
사랑이 떠나면, 누구나 시인(時人)이 되고 성인(聖人)이 된다.
정작 있을 땐 그러지 못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