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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에게 닿기를 Jun 21. 2018

이별 회고록

사랑의 순간은 너무도 찰나였고 이상하리만큼 금방 식었다

너의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고 행복하던 순간이 있었다. 

그때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았던 때라, 너의 눈빛 목소리 분위기 말투 모든 게 사랑스러웠다. 손가락까지 이뻐 보였다. 짧은 순간이지만 너와 안고 있으면 이대로 죽어도 좋다고 여겼다. 그 순간이 영원하길 바랐다. 너를 뛰어넘을 그 누구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순간은 너무도 찰나였고 이상하리만큼 금방 식었다. 


시작부터 멀리 떨어져 지내야 했던 우리는 서로를 너무 몰랐다. 곧 다른 커플과 마찬가지로 싸움이 시작됐다. 대게 사소한 것이었다. "왜 전화를 그렇게 끊어" "말투가 왜 그래" "왜 연락이 늦어" "왜 다른 남자가 널 데려다줘" "왜 집에 빨리 들어가지 않아"…수많은 '왜'들과의 전쟁이었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죽을 힘을 다했다. 어떤 날은 서로가 준 상처 때문에 울고 밤을 지새우고 하루를 멍하니 보냈다. 싸운 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울리지 않는 우리의 카톡방을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하는 날이 늘어갔다. 상처받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서로에게 더 잔인해졌다. 날 이해해달라고 소리쳤다. 아마 그것은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확인을 받고 싶은 날들이었다고 여겨진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마음이 멀어질수록 싸움의 목소리는 커졌다. 마치 크게 말하면 금방이라도 날 받아들여 이해해주고 다시 사랑받을 수 있는 것 마냥. 그러나 그 수많은 단어는 너와 내 마음에 상처만 남기고 파편이 되어 버렸다.


우리가 조금 더 가까이 살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서로를 만지고 안고 살을 부비는 날이 더 많았겠지. 만약 그랬다면 언어로 다 전할 수 없는 진심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을까. 서로의 체온과 눈빛으로, 말로 다 하지 못한 앙금을 녹일 수 있었을까.


확실하진 않지만, 어렴풋이 짐작된다. 넌 내게 사랑받고 싶었다는 거. 가끔 나와 있을 때 애교를 섞어 째려보던 그 눈빛이 널 보내고 난 뒤에도 마음에 꽂힌다. 그때 '왜그래'라고 물을 게 아니라 한 번 더 널 안아줬어야 했다. 사랑한다고, 우리는 잘 할거라고 말했어야 했다. 사실, 나도 네게 정말 사랑받고 싶었다. 하지만 헤어진 후에는 왜 사랑해주지 못한 기억이 더 날까. 분명히 나는 더이상 갈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토닥거려주지 못한 날들이 미안해진다. 


사랑이 떠나면, 누구나 시인(時人)이 되고 성인(聖人)이 된다.
정작 있을 땐 그러지 못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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