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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in x May 21. 2022

꾸준함을 위한 세 가지 질문과 대답

[에세이] 3년 넘게 매주 그림을 그리는 나의 이야기

특별한 일이 없다면 매주 친구를 만나 그림을 그려요. 2018년 겨울에 시작해서 벌써 3년이 넘었어요. 친구와 단둘이 하는 그림 스터디이지만, 일반적인 소모임처럼 함께 그림을 연습하거나 이론을 공부해요.

시작할 당시엔 그림 실력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어요. 중학생 이후로는 제대로 그림을 그려본 기억도 없었죠. 그때 그린 그림을 엄마에게 보여주면 항상 같은 반응이었어요.

"어머, 이건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 같아!"


(좌) 첫 그림스터디하던 날 그린 그림 (우) 최근에 그린 STACY 수민님

지금은 실력이 꽤 늘어서 눈에 보이는 건 비슷하게 따라 그리고 머릿속의 생각을 간단한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그동안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그릴 수 있었던 건 습관처럼 고민한 가지 질문과 답변 덕분이에요. 그림이 아니더라참고할 수 있는 질문이니 계속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스스로를 위한 답을 찾으시길 바라요.



Q1. 그림, 왜 그리고 싶을까요? :

나만의 목적 정하기


무슨 일이든 목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목적을 알아야 알맞은 방법을 찾고 계속해나갈 수 있어요. 스스로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은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진 거예요.

일단 누군가에게 그림을 그리고 싶은 이유를 묻는다면 다양한 대답이 떠오를 거예요. 단순하게 말하자면 '재미'라고 답할 수도 있어요. 그림을 그리는 일이 멋있어 보이거나 일단 배우면 언젠가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를 말하는 사람도 있겠죠.

틀린 답변은 없어요. 그래도 그림을 시작한 진짜 목적을 찾기 위해 한 번 더 고민해 보면 좋겠어요. 제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이루고 싶은 꿈과 관련이 있어요.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밤에는 꾸준히 카카오 브런치 계정에 글을 올리며 작가가 되길 준비하죠.


그런데 하얀 공간을 검은 글씨로 가득 채우려니 조금 아쉬웠어요. 글의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이미지를 함께 보여주면 더 재밌지 않을까요? 종이책과 다른 온라인 환경에서 독자가 끊어 읽을 타이밍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한 여러 고민 끝에 이미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브런치 글을 위해 직접 그린 그림

그런데 글과 적절하게 어울리면서 저작권이 자유로운 사진 찾기가 쉽지 않아요.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Q2. 그림, 어떻게 배우죠? :

나에게 맞는 방법 찾기


그림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많아요. 학원에 다니면 빨리 배울 수 있고 요즘은 그림과 관련된 온라인 강의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선택지가 많아서 고민이라면 다시 목적을 떠올릴 순간이에요. 배우는 속도가 느리더라도 머릿속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하는 연습을 하고 싶었어요. 그림을 10년 넘게 그린 친구 '느비'에게 매주 한 번씩 만나 두 시간 정도 연습하자고 제안했어요. 그림 스터디를 하면 소재나 표현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다양한 장소, 시간에서 그림을 그려도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카페에서 만나 크로플을 먹으면 그날은 크로플을 그려보는 거예요. 특이하게 생긴 브러시를 골라서 시도한 적 없는 그림을 그릴 수도 있어요. 마음껏 상상하고 표현하는 거예요.


먹으면서 그렸던 타르트와 크로플
다양한 브러쉬로 그린 그림(오른쪽은 '파스타' 모양 브러쉬)

가장 큰 장점은 완성된 그림 말고 그림 그리는 과정까지 자세히 수 있다는 점이에요. '느비'를 관찰하니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은 하지 않는 행동을 찾을 수 있었어요.

먼저 초보자일 경우에 참고할 자료를 찾아보지 않고 그리면 어딘가 부족한 그림이 돼요. 눈앞에 보이지 않는 사물을 상상해서 그릴만큼 경험이 많지 않기에 각도는 어딘가 삐뚤어지고 모양은 부자연스럽게 보여요.

그리고 그림의 아주 작은 부분에만 집착하면 다 그린 후에 균형이 맞지 않아요. 예를 들어 손을 그릴 때 눈에 띈다고 손톱부터 그리면 나중에 손가락의 길이나 손의 크기를 맞추기 어렵죠. '느비'는 사물을 덩어리 단위로 생각하라고 말했어요. 덩어리 단위로 보는 걸 어려워할 때면 눈을 게슴츠레 뜨고 사물을 보라고 말해요. 경계가 흐려져서 전체적인 구조를 보기 편할 거라고요.


덩어리 단위로 그리려고 연습한 발

그림을 반드시 한 가지 방식으로 그릴 필요는 없어요. 이전의 그림 스터디에서 일단 선을 그린 후 페인트 도구로 채색했다고 해서 계속 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돼요. 선 없이 면으로만 음영을 줄 수 도 있어요. 특히 디지털 페인팅에서는 수정과 덧 그리기가 훨씬 쉬워서 잘못 그린 듯한 기분이 들면 올가미 도구로 크기를 조정하고 기울기를 바꾸면서 그려요. 방법은 찾으면 무궁무진하죠.


마지막으로 그림을 잘 그리려면 평소에도 사물의 디테일을 관찰한다거나 빛의 색깔과 방향을 주의 깊게 봐야 한대요. 하루는 앞머리를 아주 조금 자르고 그림 스터디에 갔는데, '느비'는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던 미세한 차이를 알아보더군요. 일상 속에서 보이는 미세한 변화를 알아채는 관찰력이 뛰어나요.


야수파(라울 뒤피) 그림 따라 그리기

'느비'는 이미 익숙해졌기에 습관처럼 하는 행동을 어설프게나마 따라 하며 배웠어요. 추가로 이론 공부가 필요한 부분은 '비'가 선생님처럼 자료를 찾아와 가르쳐 줬죠. 사용하는 브러시부터 채색과 수정 방식까지 영향을 받지 않은 부분이 없어요. 심지어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아서 자신감을 잃을까 봐 늘 칭찬만 해 줘요.'느비'는 가르쳐 준 게 없다고 항상 말하지만, 이렇게 귀한 존재를 사람들은 행운이라 부를 거예요.


문제는 시간이었어요. 하루는 짧고 해야 할 일은 쌓여있었거든요. 둘 다 과제에 쫓기는 대학생이었고, 휴학을 해도 아르바이트와 인턴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어요. 서로의 시간을 간신히 맞춰 약속을 정했. 한 사람이 일을 할 땐 다른 사람이 퇴근 시간에 맞춰서 회사 앞에서 기다렸어요. 남양주에서 강남역까지 한 시간 넘게 버스를 탔고, 오산에서 분당까지 몇 번의 환승을 하면서요.  

코로나가 심했을 때도 그림은 쉬지 않았어요. 영상통화를 하면 오히려 시간이 더 빠르게 흘러가는 기분이라서 아쉬워요. 모든 건 함께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서로에게 소중한 순간이라고 믿에 가능했죠. 그리고 그런 순간을 지키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았어요.



Q3. 그림 제대로 그리고 있나요? :

나만의 기준 정하기


무언가를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해요. 대부분의 경우엔 기준이 다른 사람을 향하는 듯해요. 특히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이요. 매번 다른 사람과 그림 실력을 비교한다면 열심히 그린 그림은 초라해지고 그동안 노력한 시간은 무의미하게 느껴질 거예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계속 즐겁게 그릴 수 있는 사람은 드물어요.

그래서 기준의 방향을 바꿔 지난주의 '나 자신'으로 정했어요. 당장은 눈에 띄게 실력이 늘지 않은 것 같아도 매주 시간과 정성을 들이다 보면 그림을 더 잘 그리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3년 전 그린 그림과 요즘 그리는 그림을 비교하면 다른 사람같이 보이는 것처럼요.


다시 3년이 지난 후에 그림 실력이 얼마나 달라졌을지 기대돼요. 사실은 3년이 아니라 앞으로 30년 넘게 그림을 더 그리고 싶어요. 그림을 그리는 건 여전히 재밌고, 지치고 속상한 하루를 보낸 날엔 위로가 돼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목적도 잊지도 않았어요. 제가 쓴 글과 가장 잘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죠. 색연필로 그린 듯한 브러시에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느낌을 표현해요. 다양한 스타일에 도전하며 진짜 저에게 맞는 그림을 찾아가는 중이에요. 이 정도면 제대로 그리는 거 아닌가요?


최근 브런치 글을 위해 그렸던 그림

세상의 모든 그림은 하얗게 빈 종이에서 시작해요.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어도 괜찮아요. 꾸준히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매일 조금씩 선을 그리고 색을 채워보세요. 누가 알겠어요.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근사한 그림이 완성될지.



+)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내일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질문하는 제이드인엑스입니다. 지난번에 퇴사 관련 콘텐츠를 올리고 친구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는데요. 친구들과 서로 비슷한 고민을 나눌 수 있어서 벅찬 시간이었어요. 그런 순간이 제가 제이드인엑스로 '질문하는 글과 영상'을 만드는 이유니까요.

동시에 다음 글에서는 그들을 응원하는 내용을 담고 싶었어요. 제가 꾸준히 그림을 그린 과정이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멈추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는 힘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속도가 느리더라도 끝까지 버틴다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줄 때까지 멈추지 않는 제이드인엑스가 되고 싶습니다.

x같은 날에도 질문은 계속됩니다.
세상에 평범한 x는 없으니까요.



영상에서는 그동안 그렸던 그림을 더 다양하게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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