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천종호 판사님의 책을 읽어 보고는
한 권 더 읽고 싶어서 읽게 되었어요.
참 안타까운 것은,
학교폭력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인데요.
제가 직접 여러 번 목격한 것도 있고
이 문제를 학교에서는 해결하기가 참 어려운가 봅니다..
부모가 변해야 아이가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변할 텐데.. 이러며 책을 읽고서 가닿는 내용을 발췌해 놓습니다.
#발췌글
“학교폭력으로 법정에 선 소년들은 지금까지
소년재판에서 만난 소년들과는 많은 점이 달랐다.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했던 가난한 결손가정의 소년들과 달리 신체적, 정신적 상태, 가정환경, 학업 현황 등에서 양질의 환경에 속한 소년들이 많았다. 이는 학교폭력에 대해 범죄심리학적 입장에서만 접근하던 종전의 입장을 수정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학교폭력은 다른 폭력과 같지 않다. 폭력이
발생하는 원인도, 폭력이 진행되는 양상도 일반 폭력사건과 사뭇 다르다.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실무를 처리하며 얻은 결론 중 가장 마음을 무겁게 했던 것은 학교폭력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 청소년들에게는 일종의 쾌락 추구 수단이거나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점이었다. 학교와 학원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고 있는 아이들에겐 꿈꿀 시간조차 없다. 성적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적응에 실패한 소년들의 자아존중감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 결과 주목받지 못한 아이들은 좌절감과 답답함, 막연한 분노 속에 비슷한 친구들끼리 어울려 잘못된 돌파구를 찾아 나선다. 이때 비행성 있는 친구들이라도 만나게 되면 일탈은 시간문제다. 사소한 일탈이 걷잡을 수 없는 폭력으로 발전하고, 폭력을 멈추지 못해 학교라는 공간을 벗어나 비행세계에 깊이 빠져버리는 소년들도 많이 보아왔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미성숙한 청소년들의 경우 폭력에 한번 길들여지면 좀처럼 빠져나오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폭력은 중독성이 강하다. 권력처럼 폭력을 휘두르며 맛본 모종의 쾌감은 아이들을 학교폭력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든다. 경태의 경우가 그랬다. (…)”
#경태의생활기록부
“학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태의 고등학교 1학년 생활기록부에는 ‘학급반장으로 궂은일을 솔선하여 처리하고, 즐겁고 단합된 학급을 만들기 위하여 뛰어난 지도력으로 헌신적인 노력을 함’이라고 되어 있을 정도였다. 경태가 학교에서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학교 안에서는 최대한 말썽을 피우지 않는 동시에 자신의 폭력 사실이 학교에 알려지지 않도록 후배들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괴롭히는 이중생활을 했기 때문으로 보였다. 경태에겐 학교가 최고의 오락거리를 제공해 주는 공간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경태 집은 부유하지는 않지만 부모와 형제들이 온전히 있는 보통의 가정이었다. 비행내용이 매우 심각해서 중한 처분을 내려야 하였지만, 경태가 고등학교 3학년이라 장래를 고려하면 섣불리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경태 부모에게 일단 재판을 중단하고 시간을 드릴 테니 피해자들을 찾아가 사죄를 하고 용서를 받은 다음 다시 재판을 하자고 하였다. 그러나 경태 부모는 그러한 제안에 일언반구도 대답이 없었다. 나의 제안을 이해하지 못했나 싶어 거듭 말을 해보았으나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경태에 대하여 2년간 소년원에 보내는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
#학교폭력
“과거에도 학교폭력은 있었다. 그런데 근래에 이르러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된 것은 폭력의 비인격성과 집단성 때문이다.
최근 청소년들의 비행내용은 끔찍하리만큼 흉포하고 잔인하다. 대구 학생 자살사건의 경우에도 비인격적 폭력들이 피해자 가족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가슴을 참혹하고 아프게 하였다. 라이터로 전선줄을 피해자의 목에 감아 잡아당긴 후 마치 개를 훈련시키듯 먹고 있던 과자를 방바닥에 던져주면서 피해자로 하여금 주워 먹게 한다든지, 커터칼을 들고 피해자의 손목을 긋거나 가스라이터를 들고 발을 켜 피해자의 손목을 긋거나 가스라이터를 들고 불을 켜 피해자의 손목에 들이대는 등의 행위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비인격성에 집단성이 더해져 학교폭력은 더욱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하나하나 개인으로 만나보면 그지없이 순하디 순한 아이들도 함께 패거리를 만들어 집단을 이루고, 그 광기에 한 번 휘둘리게 되면 정글의 피라니아 떼처럼 흉포하고 잔인해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