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할망 Mar 19. 2024

제주 고양이 충전소, 가볼까요?

프롤로그_제주 고양이 로드, 고양이 충전소


10년 전, 터키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면서 고양이와의 공존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를 목격했다. 어디를 가든 고양이를 쉽게 만날 수 있었는데, 상점과 카페, 식당, 공원, 심지어 역사적인 유적지에서조차 고양이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며 존중받고 있었다. 대문 앞에 고양이들을 위한 사료가 놓여 있고,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먹이를 나누어 주는 모습은 마치 일상의 한 부분처럼 느껴졌다. 터키가 왜 고양이의 천국으로 불리는지는, 하루만 여행을 해보면 알 수 있었다.

터키 여행 중 만난 고양이들은 존중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제주 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 공간 추천해 줄 수 있어요?


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 장소에 대해 추천해 달라는 요청은 나에게 낯설지 않은 일이다. 그 까닭은 내가 제주를 자주 방문하는 이유가 '고양이를 만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부탁을 해오기 때문이다. 고양이와의 만남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하고, 많은 이들이 여행지에서도 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찾곤 한다. 나 역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질문을 하며, 고양이가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나는 고양이들도 사랑스럽지만, 숙소나 카페와 같은 쉬어가는 장소에서도 고양이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랐다.


대한민국의 골목길에서 동네고양이를 만나기 위해서는 숨바꼭질하듯, 골목의 구석구석과 차 밑을 들여다보아야 만날 수 있다.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두려움 가득한 눈빛으로 경계심을 드러낸다. 유럽 여러 국가를 여행하고 나서야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힘든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제주도 고양이들은 도시의 고양이들과는 다른, 조금 더 자유롭고 편안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주저함 없이 다가오기도 하고, 마치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게 교감을 나누는 고양이를 많이 만났다. 도시의 분주함과는 달리 마당을 가진 제주의 공간에는 자연스럽게 고양이 손님들이 찾아오곤 한다.

제주도에 정착한 많은 이주민들은 귀한 생명을 외면하지 않고, 찾아온 고양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중성화 수술을 해주며 고양이들과 공생하고 있다. 특히 제주의 동쪽 마을에서는 동네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상점과 카페가 많아, 고양이들은 여러 마당을 넘나들며 입맛에 맞는 사료를 찾아 먹는다. 고양이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사람들 덕분에, 사료가 맛있기로 소문난 마당에는 고양이 손님이 붐볐다. 넉살 좋은 고양이는 그 공간의 마스코트로 자리매김하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터키만큼은 아니더라도, 제주에서도 사람과 고양이가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공간이 많았다. 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곳을 발견하면,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방문하여 그들의 모습을 담아와 이야기를 전했다. 이는 도시에서도 동네고양이를 돌보며 공존하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물론 제주 내에서도 여전히 도움을 받지 못하고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고양이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동네고양이와의 공존을 존중하며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제주 사람들과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고양이와의 교감을 통해 위로를 받는 여행을, 동네고양이를 돌보는 이들에게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제주고양이로드' 이야기를 시작한다. 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숙소와 카페, 책방, 식당은 고양이와 사람 모두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장소가 될 것이다.

제주고양이로드 지도

길고양이 평균 수명이 3년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길 위에서도 충분한 먹을거리와 보살핌이 있다면, 그들은 더 긴 생을 살아갈 수 있다. 제주도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동네고양이 급식소가 마련된 영역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는 평균 수명을 넘어서며, 사람들과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한다. 길 위에서의 삶이 반드시 불행한 것은 아니며, 어쩌면 집에서 사는 고양이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고양이의 곁에 좋은 사람들이 공생하고 있다면 말이다.

사진은 '제주고양이로드'에서 만날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는 배고픔을 잊고 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