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줄 서는 횟집
핑크빛으로 물든 포구에 어둠이 드리우면, 횟집의 영업이 마칠 시간이다. 사람 손님들이 떠난 자리에, 이제는 고양이 손님을 받을 준비를 한다. 배고픈 고양이들이 오픈런을 하기 위해 줄을 선다.
노을을 감상하기 위해 주차된 자동차들까지 모두 사라진 이 시각, 고양이들의 회식이 시작된다.
바다 앞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즐기던 사람들이 떠나고, 고양이들의 꾀꼬리 같은 야옹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인심 좋은 횟집 직원이 큼지막하게 썰어낸 회를 대형 양푼에 산처럼 쌓아 들고 나왔다.
이 회를 주문한 손님은 치즈 고양이와 젖소 고양이, 삼색 고양이였다.
회를 뜨고 남은 부위를 가득 담아 내오면 오픈런 고양이 손님들이 먼저 회를 하나씩 물고 자리를 옮긴다. 그 뒤를 이어 서열이 낮은 고양이들이 횟집 모퉁이에 줄지어 대기하다가 하나둘씩 입장한다. 입을 크게 벌려 두툼한 회를 물고 각자의 자리로 가서 식사하는 모습은 그들만의 규칙 같다.
그 와중에 방어회만 주문하는 고양이 손님이 있다. 전에는 주는 대로 먹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방어회가 아니면 안 먹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녀석이다. 생선을 바닥에 내려놓고 왕발로 콕 눌러 ‘내 거’라고 찜해두는 이 손님은 나와 오랜 친분이 있는 고양이다. 태풍 속에서도 해맑게 방파제에 누워 바람을 다 맞고 누워 있는 모습이 인상 깊어, 나는 그를 ‘맑음이’라고 부른다.
덩치 큰 고양이가 야무지게 뜯어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 모습이 마치 갈빗집에서 갈빗대 잡고 뜯는 운동부의 건장한 청년을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카리스마 넘치고 멋져 보인다.
이런 풍족한 식사에 보답이라도 하듯, 고양이들은 횟집 직원의 다리에 박치기를 하고 앞에 발라당 누워 애교를 부린다.
포구 횟집은 마을 고양이들이 회식하러 오는 동네 식당과도 같다. 고양이들에게 푸짐하게 대접하는 이 정겨운 횟집이 오래오래 이곳에 남아주길 바란다. 고양이 친구들의 해맑은 귀여움을 계속 보고 싶다.
그리고 사람 손님에게도 ’ 줄 서는 식당‘으로 유명해지길 바란다. 혹여나 경영의 어려움이 생겨 고양이들에게 내어줄 마음의 크기가 줄어들지 않기를 소망한다.
오픈런 : 'Open' [(문 등이) 열려 있는]과' Run' [달리다]의 합성어로, '매장이 오픈하면 바로 달려간다'라는 뜻 (네이버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