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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망 Mar 26. 2024

'만만한 사람’이라서 다행이야.

고양이에게 만만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면 얼마나 행복하게요.

(이전글) 처음 만난 사이지만 가방 좀 털겠소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만난 방파제 고양이들과의 추억은, 육지로 돌아온 후에도 마음속에 강렬하게 남아 그 여운을 지울 수 없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그늘을 만들어주던 내 그림자에 태평하게 누워있던 어린 고양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 작은 움직임에 가자미 눈을 뜨고 올려다보며 “꼼짝 마라냥!”했던 고양이들의 뻔뻔한 눈빛은 어이없으면서도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임시보호 중인 이쁜이도 심술을 부릴 때마다 10시 10분을 가리키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곤 하는데, 그 귀여운 모습에 빠져 웃음이 새어 나다. 방파제에서 처음 만난 고양이들에게도 똑같은 대우를 받으니 ‘나란 사람은 고양이에게 만만한 사람이구나!’ 싶다. 사람 세계에서는 기분 나빠할 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고양이에게 만만하게 여겨진다는 것은 오히려 기쁨을 준다.

10시 10분 눈빛 발사하는 방파제 고양이와 유기묘 이쁜이

어릴 적부터 ‘착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는데,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는 거 같아서 좋았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착하다’는 말이 더 이상 듣기 좋지 않게 느껴졌다. '착하다 = 만만하다'로 여겨지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이용당하거나 손해를 보는 경험을 하고 나면, 나를 만만하게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좋은 사람’이고 싶다. 사람 관계에서는 ‘만만하지 않은 좋은 사람’으로, 고양이에게는 ‘만만해서 좋은 사람’이고 싶다.


우리나라 길 위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은 대체로 사람에 대해  경계심이 많다. 사람 발소리만 들려도 금세 도망가거나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고양이들을 만나곤 한다. 그럼 나는, “미안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런데 방파제에서 만난 고양이들은 스스럼없이 다가와 나를 에워싸고 누워 내 살결에 털을 비비고 누웠다. 꿈이나 동화 속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아니던가! 그들과의 만남은 꿈속에서라도 다시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고양이에게 ‘만만한 사람‘은 다가가도 되는 사람, 믿어도 되는 사람이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고양이에게만큼은 만만한 사람이 되고 싶다. 망설임 없이 다가와 당당하게 ‘먹을 것을 대령하라옹’하는 고양이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

방파제에서 사귄 고양이가 만만한 언니 치마 위에 올라타 있다.

고양이에게 만만한 사람으로 인정받았다는 건 친구가 되었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순간을 맞이하면, 하늘을 날 듯 기분이 좋아진다. 친해지려고 한 노력에 대한 성취감이랄까! 고양이와 가까워질 준비가 되었다면, 고양이에게 만만한 사람이 되어보자.

 

<고양이와 친구 되는 법>


1단계: 고양이 신뢰 쌓기

눈높이에 맞추어 몸을 낮추고 앉는다. 이는 고양이에게 우리의 존재가 위협이 되지 않음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다.  


2단계: 고양이와 눈인사 나누기

고양이와 눈을 마주치고, 천천히 눈을 깜박이며 다시 뜨는 것으로 “나는 너에게 안전한 사람이야!’라고 전한다. 고양이가 눈 깜박임으로 인사를 해줄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차분히 기다려 준다.


3단계: 고양이와 친구 되기

고양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되어 경계를 풀 준비가 되면 눈인사에 응답한다. 그것은 친구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만약 눈인사를 받지 못했다면, 다음 4단계를 실행하고 ‘친구 되기’는 다음 기회를 노리자.


4단계: 고양이에게 먹이 주기

사료나 고양이 간식을 준비했다면, 그릇에 담아내어 주고 편히 먹을 수 있도록 뒤로 물러나 있는다. 다 먹는지 지켜보고 뒷 정리하는 것도 잊지 말자.


5단계: 고양이와 놀아주기

친구로 인정받았다면 낚시 장난감으로 놀아주고, 경계심을 풀지 못한 고양이라면 긴장감을 풀어주는 ‘마따따비’ 장난감을 선물하는 것도 좋다.

방파제 고양이 가족에게 선물한 마따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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