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재 Oct 25. 2024

외치*

-simjae

  외치*


  유현숙


  1

  청동도끼와 돌촉을 멘 남자가 집을 나섰다    

 

  협곡으로 들어간 남자는 돌아오지 않았고 침엽수림 아래에서 목 긴 짐승이 오래 우는 밤

  나는 숨죽이고 불면했다

  터진 손으로 부싯돌을 치는 동안 지축이 기울었고 나무는 뿌리째 뽑혔고

  눈 속에 파묻혔던 남자가 게놈분석으로 돌아왔다

  눈두덩이가 패이고 붉고 서늘하다

  갈비뼈 사이에서 물 흐르는 소리 듣는다 남자를 재웠던 내가 흘린 물소리다    

 

  잠 든 동안 남자는 무슨 꿈을 복제했는지 별 조각 같은 아이들과 꽃잎처럼 흩어지는 手話와 짐승처럼 허기진 내 언어를 만났는지     


  윗 이빨에 눌린 혀끝에 눈물 한 점이 얼어 붙어있다      

  눈이 녹는 동안 새가 우는 동안 그런 만 년 동안

  그리웠던 것은 마른 살갗과 살갗이 주고받은 이야기다


  2

  젊은 머리칼을 날리며 집을 나선 당신은 아직 돌아오지 못하는지 외진 곡벽(谷壁)에 기대어 서서

  여전히 궁벽(窮僻)을 꿈꾸는지

  나는 지금 어느 골짝의 만년빙에 누워 등이 얼었는지     


  3

  외치는 오래됐고 외치는 낡았고 외치는 헐었고 그리고 

  말랐다, 혀는 여전히 젖어 있다               



   *Oetzi : 1991년 북부 알프스에서 발견된 5,300년 된 미라                         

작가의 이전글 연줄을 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