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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재혁 Jul 23. 2020

국가와 종교 (상)


나를 포함해 내 주변 어디서도, 하물며 인터넷 상에서도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는 젊은이는 찾아보지 못했고 모두들 입을 모아 내 삶의 주체는 내가 되어 나만의 삶은 찾고자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는 점점 더 개인화될 것이고 그것을 막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잘, 잘못을 따질 문제도 아니다. 단지 나는 과연 국가의 기능이 무엇인지 점점 애매해지는 것만 같았고 국가라는 것이 존속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내가 보호될 수 있는 곳이라면 굳이 이 서울이라는 땅에 발붙이고 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이 국가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민족과 문화는 융화될 것이고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테지만 언젠간 국가의 형태는 사라지고  단 하나의 정부로 통합될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예감을 가진 지 꽤 된 것 같다.      


물론 국가가 필요한 절대적 이유는 국민의 안전 때문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도 없고 너무나 크나큰 국가 존속의 이유이기는 하지만 이 이유를 차치하고 생각해 보았을 때 과연 우리는 국가에 어떻게 속해 있으며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가.     


동, 서양을 막론하고 과거 국가의 이미지는 강력하고 심지어 숭고하기까지 했다. 물론 왕이 존재함으로써 절대 권력과 계급 사회에서 오는 두려움이 일반 민중들에게 전해짐으로써 국가라는 하나의 권력기구가 두려움이 됐을지도 모르지만 국가라는 브랜드 이미지에 크나큰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종교이다. 서양에서는 가톨릭과 연합하여 국가를 신성시될 수 있도록 했으며 막강한 종교 세력에 힘입어 영향력을 발휘했다. 동양에서는, 특히 그중에서도 우리 종교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면 불교의 교리를 이용해 통치를 정당화하려 했던 많은 지도자들이 있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궁예도 자신을 '미륵'이라 지칭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종교는 국가 운영에 있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국가는 하나의 커다란 이익 집단이다.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많은 정책들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어떠한 이익에 근거를 두고 있다. 아무리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간다 할지라도(그런 이상국가는 더 이상 없어 보인다.) 대중 모두를 안고 갈 수는 없다. 어디서나 낙오자는 생길 것이며, 그곳이 국가에 대한 반감의 근원지가 될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가를 잘 운영하는지 와는 상관없이 기초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보라. 피해의 정도야 국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 세계인을 덮친 공포와 불안을 국가 자체에서 통제할 수는 없다(우리나라의 대응에 대해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안, 누구를 탓해야 할지 모르는 이러한 불안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이 감정의 소용돌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면 커지고 커져 결국 국가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에게는 종교가 있다. 원인모를 불안과 공포를 완화시켜주고 개인들의 마음의 안정을 돕는다. 물론 요즘 시대에 종교의 역할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여전히 막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만국 공통의 감정의 쓰레기통의 역할을 도맡아왔다. 국가가 해결해 주지 못하는 국민들의 불안감은 종교를 향한 신앙심으로 대체된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와 종교를 동일 선 상에 놓을 수는 없다. 과거 유럽의 역사에서 엄청난 권력을 가졌던 가톨릭처럼 종교가 큰 힘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종교로 나라를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며 국가는 종교 위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말인즉슨, 언제든 이익에 반한다면 가차 없이 종교를 폐지하거나 소리 소문 없이 잊혀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가와 종교의 조화로운 상태에 있어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통치하는 사람과 계급들이 종교가 그들에게 가져다주는 이익에 대하여 분명히 알게 되고, 그 결과 종교를 수단으로 사용할 정도까지 자신들이 종교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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