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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카도 Jan 03. 2023

2022년 본 것들 베스트 5

본격 체험형 영화 <아바타 : 물의 길> 극찬합니다.

10대 때의 나는 연말에 늘 항상 시상식을 보면서 행복해했는데 어느샌가 시상식을 보면 무슨 드라마인지 무슨 가수인지 알 수 없는 나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빠르면 8시에도 잠드는 나는 보신각 타종 행사장에 있지는 못하더라도 랜선으로 카운트다운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습스와 큽스 연기대상 시상식을 번갈아가며 보았다. 그런데 정말이지 큽스 드라마는 하나도 모르겠더라. 그나마 '천 원짜리 변호사'와 '왜 오수재인가'와 '치얼업'은 들어본 드라마라서 습스 드라마 시상식이 훨씬 익숙했다. 이후, 후기를 들어봐도 중복수상이 범람한 큽스 시상식은 별로였다더라. 올해에는 '재벌집 막내아들'이 엄청 핫한 드라마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드라마를 보지 않았으며 '더글로리'가 핫하다고는 하는데 별로 끌리지 않아서 과연 정주행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드라마센터 수업을 들으면서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으면 최신 드라마는 꿰뚫고 있는 게 좋다고 배웠는데 최신 드라마가 하도 많이 쏟아져서 트렌드를 쫓아가기가 너무 힘들다. 물론 예능보다야 덜 범람하겠지만 드라마 홍수 속에서 정주행 한 드라마는 몇 없어서 과거의 드라마 덕후는 반성하는 바입니다. 드라마는 덜 봤지만 극장의 핫하다는 영화는 거의 챙겨보고 핫하지 않은 영화들도 시리즈온으로 챙겨본 영화덕후의 올해 베스트 영화는 과연... 두두두두두두!!


1. 아바타 : 물의 길

아바타 2를 IMAX 3D로 보고 나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희열감과 씁쓸함에 사로잡혔습니다. 기대를 많이 했던 사람들은 실망을 했다고들 하지만 저는 기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감동을 받았습니다. 칸쿤에서 했던 스노클링을 간접 체험한 느낌이었고 체험형 영화 <레버넌트> 못지않게 모든 걸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듯한 기분에 휩싸였습니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나 환경관도 너무 와닿는 지점이 있었고 그러한 주제의식 역시 촌스럽지 않게 잘 담아냈다고 생각했습니다. 속편이 3개나 남아있는 영화기에 뭐라 감히 평하기 어렵지만 마녀 2가 1편에 비해 폭망하고 수많은 속편들이 폭망 하는 판국에 이 영화는 1편보다 더 나은 속편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서사 중에 아픈 손가락인 막내아들과 결국 죽게 되는 큰아들의 서사가 다소 뻔하기는 했으나 파야칸과 막내아들의 유대감이 인상적이었고 미스터리로 남겨진 '키리'의 서사가 기대되는 바입니다. 제게 쇼킹한 엔딩을 안겨준 <헤어질 결심>보다 이 영화를 베스트 영화로 꼽는 이유는 숏츠가 대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몰입감은 느껴본 사람은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헤어질 결심

두 번이나 보았습니다. 박찬욱 감독님 영화 중에 제일 유머러스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풋웃음을 유발하는 대사들이 좋았습니다. 혹자는 <헤어질 결심>이 왜 멜로냐, 두 사람의 사랑이 피어나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사랑영화냐 하지만 저는 가슴 아픈 엔딩에서 사랑을 보았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는 서래의 절절한 마음이 이해가 갔고 혹자는 불륜영화라 평하겠지만 외면하려 할수록 끌리는 해준의 마음이 와닿았습니다. '불륜'이라는 설정 때문에 어쩌면 두 사람의 엔딩은 새드엔딩인 것이 최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경표와 이정현이 그저 소비되는 인물로 그친 것은 안타까웠지만 감독의 유머러스함이 캐릭터에 묻어났기에 그 정도의 소모됨은 귀엽게 봐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내' '붕괴' 등 수많은 밈을 낳은 <헤어질 결심>은 단언컨대 작년에 개봉한 한국영화들 중 최고로 손꼽을 수 있겠습니다.


3. 환승연애 2

체인지 데이즈가 삼류영화 같았다면 환승연애 2는 때깔 좋은 영화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각양각색의 출연진부터 감각적인 편집까지 환승연애 2는 눈을 뗄 수 없게 잘 만든 예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130분도 길게 느껴지는 판국에 환승연애 2는 120분짜리 에피소드도 과감 없이 방출했습니다. 처음엔 2시간을 어떻게 보나 했는데 보다 보니 빠져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희두-나연, 해은-현규 커플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환승연애 1 때도 느꼈지만 헤어진 전 남자 친구, 전 여자 친구와 나와서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다는 콘셉트 자체가 신선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뒤늦게 합류하는 사람을 만들어서 룰을 다르게 했던 게 신선하기도 했고 메기로 나온 현규의 포스도 상당했습니다. 처음에는 누구와 누구가 커플이었을까 유추하는 재미가 있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누구와 누구가 재회하게 될지 누구와 누구가 새 커플이 될지 유추하는 재미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예능의 홍수 속에서 거의 예능을 보지 않는 제가 푹 빠져버린 콘텐츠였습니다. <솔로지옥 1>과 하트시그널을 재미있게 본 저는 때깔 좋은 예능에 끌리나 봅니다. 날 것 그대로의 예능인 <나는 솔로>는 하나도 재미가 없거든요. 드라마 같은 예능이 좋나 봅니다. 그래서 <러브캐쳐 인 발리>와 <솔로지옥 2>를 보고 있는데 영 재미가 없습니다. 환승연애 3 어서 내주세요.


4. 드라마 <안나>

아, 올해 본 드라마 중에 정주행에 성공한 작품은 <안나>와 <수리남>이에요. <수리남>은 빈지뷰잉 가능하게 한꺼번에 나왔지만 안나는 그렇지 않아서 기다리는 맛이 있었어요. <안나>는 제가 원작까지 찾아서 읽어본 드라마랍니다. 원작도 너무 좋았고 드라마화된 이야기도 너무 좋았어요. 제가 쓴 브런치( https://brunch.co.kr/@vamosahora/193)에서는 주인공의 파멸을 예상하면서도 보게 될 드라마라고 제목을 붙였더라고요. 주인공은 파멸하지 않는데 말이죠. 주인공이 당연히 파멸할 거라 생각했는데 주인공은 파멸하지 않아요. 그래서 더 좋았어요. 안나를 둘러싼 쿠팡플레이 측과 감독 측의 논란이 있었던 작품이라서 감독판도 보고 싶었는데 아직 보지를 못했어요. 아무래도 감독판에서 캐릭터 설정이나 서사가 더 자세하게 짜여 있겠죠? <안나>는 인간의 욕망을 깊이 있게, 그리고 통찰력 있게 다루고 입체적인 캐릭터에 그 욕망들을 담아낸 게 너무 좋았어요. 학부 시절, 철학수업을 꽤 들으면서 자크 라캉의 <욕망 이론>을 읽어본 적이 있거든요. 거기 명문장이 있어요. 인간은 타자화된 욕망을 욕망한다. 난해한 어휘들로 구성된 원서를 읽으면서 이해가 안 갔지만 이 문장은 너무 와닿더라고요. 여러분의 욕망은 알고 보면 타자화된 것이랍니다. 순수한 욕망이란 것 자체가 애초에 존재하기 힘들죠. 왜 정주행 했는데 <수리남>은 베스트에 안 꼽히냐고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건 좋았는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어요. <나르코스>를 보면 욕망덩어리들의 각축전이 보이잖아요. 그런데 <수리남>은 반전인 변기태 캐릭터와 황정민 씨의 같은 듯 다른 연기 보는 재미와 박해수-하정우 케미가 좋았지만 서사가 인상적이라거나 캐릭터에 공감할 만하다거나 등등의 매력은 없었어요. 그래서 2022년의 베스트 드라마는 <안나>가 되겠습니다.


5. 영화 <썬다운>

이까지 글을 읽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드디어 마지막 베스트 5에요. 썬다운이란 영환데요. 이 영화는 아마 아시는 분들이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이동진 평론가님께서 별점을 매기신 걸 보고 이 영화를 알게 되었고 멕시코가 배경이라길래 끌려서 보게 되었거든요. 저는 이 영화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엣 원스>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사실 서사가 화려하지도 않고 화면이 화려하지도 않아요. 화면은 그저 관조할 뿐이죠. 부유한 영국인 닐이 여권을 잃어버린 척하며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멕시코에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쭉 나와요. 그런데 거기에 비밀이 있어요. 소설 <이방인>을 오마주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요. 이동진 평론가님께서 는 <그곳에선 닐 또는 뫼르소의 실존주의적 자각과 선택이 투정처럼 보인다>라고 이 영화를 평하시면서 3.5점을 주셨더라고요. 저는 5점 만점에 4점을 줬어요. 제 평은 <인생무상>이라고 남길게요. 인생의 덧없음과 유한함을 이렇게 잘 표현한 영화는 처음이에요. 왓차피디아 알고리즘이 <유스>와 비슷한 영화라고 안내하던데 저는 <그레이트 뷰티>나 <영 앤 뷰티풀>과도 비슷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뭐랄까. 영화가 관조적이고 시적이랄까. 삶에 염증을 느끼고 있거나 허무주의에 빠진 사람이 보면 더욱더 구렁이에 빠질 영화 같으니 그런 분들은 보지 말아 주세요. 너무 깊이 빠지면 좋지 않으니까요.



덧, 2022년에는 보지 못했지만 조만간 보게 될 영화는 <본즈 앤 올>과 <같은 속옷을 입은 두 여자>입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아이엠러브>를 정말 좋아하는 저는 <본즈 앤 올>에 엄청난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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