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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카도 Jan 25. 2023

<본즈 앤 올>은 단순 식인 영화일까?

소수자들의 이야기, 마냥 가볍지만 않은 이야기

이 영화는 양방향의 사랑을 파괴한 일방향의 스토킹이 부른 대참사를 그리고 있다.

솔직히 징그러웠다. 너무 징그러워서 온몸을 배배 꼬면서 봤다. 식인 영화라는 것을 알고 봤지만 알고 봐도 너무 징그러웠다. 징그러웠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이 너무 좋았다. 음악이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New Order의 Your Silent Face와 Kiss의 Lick It Up, Trent Reznor&Atticus Ross의 (You Maade It Feel Like) Home이 너무 좋아서 영화가 끝난 후에 찾아서 들었다. 특히, Home 은 유튜브뮤직에만 있고 아직 포털 사이트에는 풀리지 않아서 찾느라 고생했다. Trent Reznor은 음악 작업을 많이 하는 가수인 모양이다.


************스포주의*************




담백하고 풋풋한 사랑 이야기, 그들의 사랑

음악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랑'을 담백하게 그려내는 감독의 재주였다. 이 영화는 엄마를 찾아 떠나는 식인 소녀의 로드트립이다. 그 여정에서 스토커를 만나게 되고 진짜 사랑을 만나게 된다. 운명적인 사랑 서사를 좋아하는 나는 영화 속 사랑이 운명적인 사랑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주길 원했다. 그런데 영화 속 사랑은 생각보다 담백하다. 소년과 소녀가 만나 키스를 하게 되고 같이 식인을 하기도 하고 의견이 다를 땐 다투기도 하다가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다 못해 다시 만나 동거를 하게 되는 이야기다. 이들의 일상은 아주 담백하게 그려진다. 소년은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 '본즈 앤 올'을 외친다. 식인을 하는 인간들에게 있어 '본즈 앤 올'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살 수 없다면 너의 먹이가 되어 너의 일부가 되겠다는 절박한 외침 아니었을까.     



유대감 하나 없는 식인들의 세계, 그들이 사는 세상

'식인'이 이 세상에 만약 존재한다면 그들은 뱀파이어 인간처럼 소외된 사람군에 속할 것이다. 실제로 영화 곳곳에 '식인'들의 외로움이 묻어나고 '식인'이 냄새로 '식인'을 알아보면 반가워한다. 상대 '식인'의 먹이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앞에서 소년과 소녀는 '식인' 어른들을 잠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싸한 느낌을 받고 달아나기도 한다. 같은 종끼리 유대도 불가능한 '식인'이라는 특수 인종은 외로움에 사무친 존재들이다. 스토커 아저씨는 '소녀'와 유대하고 싶으나 소녀의 거절을 듣고 '네가 감히 날 거절해! 널 가질 수 없다면 널 죽이겠어!'라는 태도로 소녀를 죽이려 든다. 일방향의 스토킹이 양방향의 사랑을 결국 갈기갈기 찢어놓고 말았다. '소녀'는 결국 혼자 살아나지만 소녀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외로움과 두려움은 어마무시할 것이다. 소녀는 인간사회 속으로의 편입을 선택하게 될까, 자살을 선택하게 될까.



해피엔딩 없는 세계, 새드엔딩의 세계

만약 '식인'들이 함께 연대했다면 이들은 모두 해피엔딩을 맞이했을까.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엔딩이 너무 가슴 아팠지만 사회의 소수자인 식인들의 이야기에서는 해피엔딩이 나올 수가 없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의 한 구절,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를 연상시키는 스토커식인 셜리 할아버지의 3인칭 화법은 '식인'이 아니라 '00'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싶은 한 식인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었다. 타인과 별다른 교류 없이 일방적으로 누군가를 먹기만 하면서 족적을 남겨온 스토커 할아버지는 편한 관계만 맺고 살아오면서 자신을 불편해하는 소녀를 보면서 뇌에 지각변동이 오고 만 것 같다.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거절을 자신이 부정당했다고 느끼는 스토커 할아버지는 일방향의 관계 속에서 앙심을 키워나가다가 양방향의 관계인 소녀와 소년의 사랑을 파괴시키려 든다. 스토커 할아버지는 철저히 외로운 인생을 살다가 끝끝내 새드엔딩을 맞이하게 되고 소년은 소녀에게 본즈 앤 올을 외침으로서 하나가 된다. 이는 새드엔딩 중에서도 해피엔딩이라 불릴 수 있는 결말 아닐까. 


덧, 아쉽게도 제 평점은 5점 만점에 3.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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