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보카도 Aug 06. 2023

로마남부투어와 바티칸투어는 필수일까?

다시 여행 간다면 투어 대신 자유여행을 택하리.

6월 10일, 오전 11시 50분에 인천발 비행기를 타고 로마에 도착하니 오후 6시 30분 정도 되었다. 13시간 직항 비행기를 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차라리 경유를 했더라면 지루함이 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돌아오는 비행기의 경우, 이스탄불에서 3시간 경유했는데 덜 힘들었다. 2019년의 오스트리아여행이나 2015년의 스페인여행처럼 2번 경유는 이제 힘들 것 같지만 1번 정도의 경유는 장시간 비행이 버겁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적합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20대 때는 비행기 안에서 노트북으로 이것저것 끼적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 같은데 이번 여행에서는 짐의 무게를 줄이느라 노트북을 챙기지 않았다. 운 좋게도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가 기내 리스트에 있었고 나는 서치 2, 더 웨일, 타르 세 편을 보는 호사를 누렸다. <더 웨일>이 주는 울림 때문에 펑펑 울기도 했고 <서치 2>가 주는 쏠림 때문에 입술이 바짝 타올랐으며 현학적인 <타르>에 감화되기도 했다. 물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압정 수백 개가 목에 박힌듯한 느낌을 받으며 승무원이 준 타이레놀에 의지하며 10시간가량 기내식은 손도 대지 않은 채 자느라 바빴다.



'공항 냄새'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을 정도로 공항에 대한 인상을 중시하는 편인 나는 '로마 공항'에 도착했을 때 설렘보다 걱정이 앞섰다. 8시까지 에어비앤비 체크인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택시를 한국에서 예약해 둘까 하다가 현지에서 50유로를 주고 정찰제 택시를 타거나 Freenow 혹은 Uber 앱을 이용해서 로마 시내로 들어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던 나는 '어서 택시를 잡아타야 해!' 하는 생각을 가지고 택시 탈 곳을 찾아 헤맸다. 정찰제 하얀 택시를 탄 우리는 30분 정도 걸린 끝에 7시 29분쯤 에어비앤비 앞에 다다랐고 호스트를 만날 수 있었다. 보통 로마 시내로 들어가기 전에 택시 기사와 50유로를 합의하고 택시를 타는 게 좋다는 후기를 많이 봤던 터라 택시 기사에게 50유로냐고 물었더니 '미터기'를 보라고 했다. 미터기에는 결국 50.x 유로가 찍혔고 안도했다. 로마의 중심인 테르미니역 근처는 소매치기가 많아서 위험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터라 테르미니역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는데 땅을 치고 후회했다. 그다음 날 가야 했던 남부투어의 모임 장소가 테르미니역 근처였고 웬만한 투어들의 시작을 테르미니역 근처에서 했기에 로마에서 숙소를 잡아야 한다면 테르미니역 근처가 합리적일 것이다. 그리고 밤에 돌아다니지만 않는다면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최근 경찰들이 많이 배치되고 보안이 강화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물론 개개인이 조심하지 않는다면 불상사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으나 우리 가족이 로마에서 느낀 것은 생각보다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투어온 한국인들 중 옆으로 메는 가방을 든 것은 우리 가족뿐이었다. 다들 예쁜 가방을 들고 자유롭게 여행을 하고 있었다.


로마의 경우 피렌체나 베니스에 비해 에어비앤비 값이 비쌌다. 그래서인지 2박 했던 첫 번째 숙소와 마지막 날 숙소 다 셰어하우스 형태였다. 한국에서 예약하고 갔을 때는 마지막 숙소도 전부 똑같은 곳으로 했으나 테르미니역과 가까운 곳으로 변경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하여 숙소를 변경했다. 두 달 전에 예약을 했던 터라 전액 환불이 가능한 텀이 길었고 숙소를 변경할 수 있었다. 에어비앤비 환불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후기가 많아서 걱정했으나 환불은 3일 만에 되었다. 아, 그리고 에어비앤비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팁이 있다면 원화나 유로화보다는 달러로 금액을 설정해서 결제하는 것을 추천한다. 에어비앤비가 미국 회사이다 보니 달러로 결제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었다. 물론 준비성이 부족했던 나는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일부 숙소에 수수료를 더 낸 바 있다. 그리고 '해외원화결제 차단'은 무조건 필수로 해 두시길! 그리고 토스카드의 경우 환율이 별로라서 '트레블월렛' 충전을 강추하는 바다. 나의 경우 원래 트레블월렛 카드가 있었으나 부모님의 경우, 출국 5일 전에 급하게 카드를 만들어 출국 전날 카드를 수령할 수 있었다. 트래블월렛 카드를 굳이 만든 이유는 트레블월렛 카드에 태그리스 교통카드 기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처럼 카드만 찍으면 며칠 후에 돈이 알아서 빠져나가기에 유용했다. 그런데 마지막 날, 로마 야경투어에서 만났던 가이드가 트래블월렛 카드 오류 때문에 벌금을 낸 한국인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며 트래블월렛 카드보다는 1회용 권을 쓰는 것을 권유했다. 물론 우리는 운 좋게도 표 검사하는 사람과 마주친 적이 없지만 로마 버스에서 카드가 인식이 되질 않아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피렌체 버스나 트램에서는 트래블월렛 카드가 전혀 인식되질 않는 바람에 멘붕을 했다. 한국에서 철저히 조사하고 간 바에 의하면 피렌체에서도 트래블월렛 카드를 교통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재수가 없으면 잘못 걸려서 벌금을 낼 수 있으니 다들 주의하시길 바란다.



택시의 경우, 11일 아침 6시 15분까지 남부투어 모임 장소(테르미니역과 레푸블라키 광장 사이의 감브리누스 가게 앞)로 가야 했기에 전날밤에 택시를 Freenow로 예약해 두었다. Holding 금액이라는 것이 미리 결제되는데 아직까지도 환불이 되질 않아서 Freenow에 문의를 했지만 이미 취소되었다는 말만 되풀이되어서 트래블월렛 측을 통해서 아직 환불되지 않은 금액을 달라는 요청을 한 바 있다. 거의 두 달이 되어가는데 환불이 되지 않는다니 너무 충격적이다. 그리고 Freenow의 경우, 한국의 카카오 택시와 달리 택시기사가 운전을 시작하는 시점부터 과금이 되기 때문에 다소 불합리한 면이 있다. 게다가 Freenow의 경우 캐리어 금액까지 추가해서 과금을 했기에 결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한국에서 많은 조사를 해 간 끝에 Freenow가 제일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지만 막상 써 보니 환불도 늦고 수수료가 더해지는 등 별로 추천할 만한 어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It Taxi라는 어플도 많이 쓴다고 하니 Freenow, Uber, Freenow 중 합리적인 것을 이용하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피렌체에서는 Uber나 Freenow를 쓸 수가 없었다. 피렌체는 소도시다 보니 콜택시 같은 것을 이용하는 듯했다. 마지막 날, 로마에서 로마공항으로 갈 때는 Fiumicino Rome Transfer로 예약을 했고 45유로에 큰 벤을 타고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정찰제 택시 가격인 50유로보다 더 싸고 쾌적하게 갈 수 있어서 3명 이상이라면 이 서비스를 강추하는 바다. 로마 테르미니역에서 로마 공항까지 가는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의 경우, 인당 14유로 기에 3명 이상일 경우 택시가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사설이 길었으나 본론으로 들어가서 로마에서 이용했던 남부 투어와 바티칸 투어와 로마 야경 투어, 피렌체에서 이용했던 우피치 미술관 투어에 대해 얘기를 해 보자면, 투어가 필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남미여행을 할 때도 그랬고 투어가 유명한 프랑스, 스페인에 갔을 때도 투어를 이용하지 않았던 나는 로마 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다는 투어 2개를 미리 신청했다. 유로자전거나라를 통해 남부 투어를 신청했다. 유쾌하다는 박재벌 투어를 하고 싶었으나 마감이 되는 바람에 신청할 수 없었던 터였고 때마침 유로자전거나라에서 프로모션을 하기에 유로자전거나라를 통해 남부투어를 예약했다. 그다음 날 바티칸 투어의 경우, 마이리얼트립을 통해 '이태리 시티 투어'라는 곳으로 신청했다. 사실 투 이야기를 들을 때는 끄덕거리지만 막상 돌이켜보면 생각보다 기억에 남는 내용이 거의 없었다.




남부투어의 경우 이동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했던 터라 바티칸 투어에 비해 피곤함이 배가 되었다. 남부환상투어에는 소렌토 전망대, 포지타노 마을, 폼페이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사실상 포지타노와 폼페이 구경이 주를 이룬다고 보면 되었다. 포지타노의 경우 레몬이 유명했고 가이드님이 레몬 셔벗을 꼭 먹어보라고 하셔서 레몬 셔벗을 먹었다. 점심 식사를 맛없는 곳에서 같이 한다고 들었지만 그날은 점심 식사를 따로 해도 된다고 하셔서 자유시간을 만끽했다.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 내내 맛집을 검색했고 posides cafe라는 음식점과 Covo del Saraceni라는 레몬 셔벗집을 찾아두었다. 우리는 포지타노에서 인당 20유로씩 낵과 보트를 타기로 했다.   가이드님이 추천해 주신 팔랑기니 화이트 와인도 시켜보았다. posides cafe는 절벽 꼭대기에 있었던 터라 엄마가 원망의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기도 했다. 점심시간이 12시부터여서 젤라토와 커피, 와인 등을 시키고 있다가 점심을 시켰는데 도합 100유로 정도 나왔다. 포지타노 물가가 생각보다 비싸서 이탈리아에서 먹은 미슐랭 집을 제외하고는 이 식당에서 제일 비싼 가격을 지불했다. 소금을 적게 넣어달라는 'un poco sal'을 주문할 때 말하는 것을 깜빡했고 엄청 짠 식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무조건 'un poco sal' 혹은 'no sal'을 외치시길! 레몬 셔벗의 경우 기대만큼 엄청 맛있지는 않았다. 그다음 행선지인 폼페이는 포지타노에서 1시간 30분가량 걸렸다. 폼페이에 도착하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고 '더우면서 습한 날씨' 속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기에 바빴다. 사실 너무 더워서 목이 말라서 설명 도중 물을 사러 갔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다. 비가 약간 내렸는데도 이렇게 더웠는데 7말 8초 혹은 8월에 유럽여행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 무더위를 견딜까 대단하다 싶었다. 폼페이까지 구경하고 심한 고속도로 정체를 겪은 후 로마에 도착하니 저녁 8시 30분 정도 되었다. Freenow로 택시를 잡고 가면 되겠지 싶었는데 테르미니역 근처에서 택시 탑승 장소 줄이 너무 길었고 택시는 쉽게 잡히지 않아서 버스를 타고 숙소로 가야만 했다. 테르미니역 근처 버스 타는 곳이 복잡해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엄마가 내가 말한 105번 버스가 왔다고 손짓했으며 그 버스를 타고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테르미니역 근처에 숙소를 잡았으면 좋았을 걸 하고 생각했던 하루였다.



그다음 날, 패스트트랙으로 입장하는 바티칸 투어는 Ottaviano역 자판기 앞에서 8시 15분까지 모이는 투어였다. 그 전날부터 새벽 5시에 기상하는 습관이 들었던 우리 가족은 그날도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비비고 쇠고기 미역국에 햇반, 반찬을 먹으며 아침을 해결한 후, 6시 30분경 집을 나섰다. 구글맵으로 카페 타짜도르가 15분 거리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걸어서 타짜도르에 가서 커피를 마시면 좋겠다 싶었다. 로마 3대 카페라는 그곳에서 아침에만 나온다는 마리또쪼를 먹으면 기가 막힌다는 가이드님의 말씀을 들었던 터라 들떠 있었다. 그런데 막상 그곳에 가 보니 그 빵은 없다고 했다. 분명히 유명 맛집인데 사람도 별로 없어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곳은 caffe tazza doro pellegaini였던 것이다.


 엄마, 아빠에게 이 사실을 실토하자 엄마는 내 허당기에 혀가 내둘린다며 어이없어했다. 나중에 진짜 타짜도르에 가서 느낀 것은 커피맛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사실. 원효대사 해골물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 아닐까 싶었다. 모닝커피를 즐긴 후, pontelongo 역에서 11개 역을 거쳐 Ottaviano역에 도착한 우리는 가이드님을 만나 바티칸 시국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어마무시한 인파를 목격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목격한 것은 태어나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바티칸 박물관, 시스티나 성당 천정화, 최후의 심판을 보고 성베드로 성당에 가서 피에타 상과 여러 모자이크화를 감상했다. 가이드 투어가 끝난 후, 헉헉 대며 바티칸 쿠폴라에 올라갔다. 바티칸 쿠폴라는 꼭 올라가 보는 것이 좋다고 했던 남부투어 가이드의 말을 듣고 올라갔는데 감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투어를 끝내고 바티칸 근처 ristorante pizzeria castello에서 부팔라 피자, 봉골레, 해산물 파스타, 와인을 시켰고 이번에는 un poco sal을 외친 덕분에 50.5유로에 배부르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구글맵 평점 4.5 이상인 식당은 정말 괜찮은 듯하다. 이후 판테온을 가려고 했으나 줄이 너무 긴 나머지 패스하고 진짜 타짜도르에 가서 커피를 마신 후 트레비 분수를 관람했다. 말로만 듣던 트레비 분수는 그저 그랬고 오히려 나보나 광장의 베르니니가 만든 콰트로 피우미 분수가 멋있었다. 길을 따라서 천사의 성에 다다랐으나 소나기가 갑자기 내리는 바람에 서둘러 숙소로 향했다. 아침 일찍부터 나서야 했던 이틀 연속 투어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